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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28 -> <중용 규칙>

hherald 2011.01.24 19:22 조회 수 : 1850

과도한 중용의 위험

 

 

나는 "오, 세상에, 기분 좀 풀어! 좀 제대로 살아봐! 반항도 좀 하고! '반항하고, 포효하고, 이탈하고' 같은 젊은이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나?" 라고 말하고 싶었다. 좋다! 나는 그것을 바랐고 또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에 안심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불만이다. 심지어 내 동료들은 내가 너무 법석을 떤다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신중하며 책임감 있으면 분명 좋은 일인데 왜 그렇게 의기소침하냐?" 고 물었다.

 

내 걱정은 이렇게 아주 칭찬 받을 만한 경향도 결국은 더 넓고 깊은 두려움의 징후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젊은이들이 현대사회의 결정적인 단면인 두려움의 문화에 영향을 받아 위험 기피, 안전에 대한 집념이 강해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 동향을 '넓게 퍼진 두려움의 문화적 분위기' 라고 하는데 이는 위축된 갈망, 신중, 순응주의, 모험 정신의 결여와 관련이 있고 우리 조사와 중심 그룹 젊은이 사이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오늘의 젊은이들' 이 쓸모없고 무책임하다고 한탄하며 꾸짓는, 어느 시대에나 있어온 상투적인 생각에는 항상 상당한 과장과 남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조사결과는 단순히 언제나 있었던 것을 보여준 데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알려진 것보다는 더 평범하고 책임감 있다는 것 말이다. 그 말이 맞다. 우리가 연구한 젊은이들이 중용의 규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은 사실 어찌 보면 그저 영국인으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내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철저히 보수적이고 중용에 물든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바는 이 젊은이들이 부모세대보다 더 보수적이고 현실에 순응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보다 더 심한 중용의 경향이 보인다 (그런 말이 있을 수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여러 모로 보아 분명 나도 영국인이지만 어느 정도의 중용을 택할 수 있을 뿐이다. 중용은 상당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선에서만 좋은 것이다.

 

 

페어플레이 규칙

 

 

영국 직장인 조사에서 공정성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도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비록 내가 용어를 자주 호환성 있게 쓰지만 나는 이 대목의 재목을 '공정성의 규칙(fairness rule)' 이라고 하지 않고 '페어플레이 규칙 (fair play rule)이라 정했다. 이 '페어플레이'란 제목이 내가 기술하려는 영국인의 가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 폭넓고 부드러운 평등주의 개념을 담을 수 있을 듯하다. 흔히 스포츠를 연상시키는 페어플레이라는 말은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보장 받고 누구 하나 특혜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당사자들도 명예롭게 행동하고, 규칙을 잘 지키며,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능력의 차이를 허용하고 승자와 패자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공정하고 정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덕목을 옹호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마지막 요소는 옛날 풍습이고 오늘날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조사를 통해 이는 비록 현실에서 때로 부정되더라도 여전히 영국인이 가장 열망하는 표전 이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어느 면에서 보면 페어플레이 규칙은 일과 사업의 세계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 우리 중에는 도둑과 사기꾼이 있고 우리들도 결코 성자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어느 면에서는 변명이 좀 필요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영국인은 아직도 사업적인 면에서 비교적 공정하고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노골적인 뇌물, 부패, 속임수 등을 엄히 처벌한다. 우리는 그런 사건에 접하면 "그럼, 뭘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듯이 어깨를 으쓱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충격을 받아 격분하고 의분에 떤다. 물론 우리 영국인은 원래 충격 받고 격분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의분하는 게 전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의 하나이긴 하나 그 마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심이다.

 

영국인의 일과 사업 관행을 당신들 나라와 비교해 말해달라고 요청했을때, 외국인과 이민자들은 영국인의 페어플레이 의식, 특히 법에 대한 존경과 다른 나라의 경우 풍토병 같고 늘상 묵인되는(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정부패가 없음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이를 의식하지 못해 그 진가를 모른다는 얘기였다. "당신들은 그냥 이걸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라고 한 폴란드인은 불만처럼 얘기했다. "당신들은 사람들이 모두 공정하게 행동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가 누군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충격을 받고 실망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런 기대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과도하게 중용을 지켜 약간 무미건조하다 하더라도 페어플레이만은, 꼭 애국심에 휩싸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직은 좀 자랑해도 될 듯하다.

 

 

옮긴이 권석하

보라여행사 대표

학고재 편집위원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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