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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44
조이 디비전

 

전설의 검은 바다
팝의 나라에는 요절한 천재 뮤지션들이 있다. 그들은 짧은 음악 활동을 하고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은 팝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0문7(이 용어를 안다면 당신은 구세대다.)을 훨씬 넘는 그들의 족적은 흡사 설인의 발자국처럼 커다랗게 인류 음악의 눈밭 위에 찍혀 있다. 그들은 세상이 모르던 음악의 비경을 찾아낸 탐험가들이다. 어리석고 무모해 보였던 그들의 소리는 결국 세상을 변하게 만드는 예술의 사명으로 승화되었다. 이런 것도 음악이 될 수 있으며, 이런 것도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짧은 외침을 세상은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과 음악을 맞바꾼 무모한 모험가들이다. 그들의 비극적 생을 바라보며 우리는 음악이 인생을 이길 수도 있다는 망상에 빠지곤 한다. 그 망상은 우리를 음악으로 빠져들게 하는 동력이 되어준다. 로버트 존슨,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커트 코베인, 오티스 레딩, 짐 모리슨, 제프 버클리, 닉 드레이크 같은 인간들이다. 
짧은 활동 후 해체되었지만 후대에 음악적 큰 영향을 끼친 밴드를 천재밴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영국 출신의 천재 밴드로는 <Cream>과 <Smiths>가 대표적이다. 엘릭 클랩튼(기타), 잭 브루스(베이스), 진저 베이커(드럼)의 막강한 3인조였던 <크림>은 최초의 슈퍼그룹이라고 불린다. (슈퍼그룹이란 이미 큰 명성을 얻은 연주자들로 결성된 밴드를 부르는 용어다.) 2년 남짓한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하드락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선구적 밴드다. 본 컬럼에 이미 등장한 <스미스>는 영국 인디락과 얼터너티브 락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혁명적 밴드다. 또 하나의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굵고 짧았던 밴드가 영국에 있었다.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다. 우리에게는 다분히 매니어들만의 음악처럼 생각되고 있지만, 영국의 락 뮤지션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행사한 것이 조이 디비전의 음악이다. 그들의 음악을 필자는 ‘검은 바다’라고 부른다. 그들의 음악은 언제나 흑백으로 보인다.  
명암만이 존재하는 흑백톤이다. 어느 채색보다 선명한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출렁인다. 카라바조(17세기 이태리 바로크화가) 못지 않은 음영의 마술사요, 틴토레토(16세기 이태리 르네상스 화가)보다 더 어두운 배경을 사용하였으며, 프랭크 자파를 뛰어넘는 검은 뮤지션이고, 루 리드를 닮은 절망주의자다. 그들은 한번도 미국공연을 해보지 못했고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영향력 지대하며 음악적으로도 평가 받는 포스트 펑크(Post Punk)의 전설로 남아있는 그룹이다. 나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물에 빠져 절망에 휩싸인듯한 분위기를 느낀다. <섹스 피스톨스>가 약간 정신이 간 상태로 음악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느낀다. 신비스러운 사운드다.
그들의 전설은 1977년 <Warsaw>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섹스 피스톨스의 공연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만든 그룹이다. 이언 커티스(Ian Curtis, 보컬),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 기타),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 드럼), 피터 훅(Peter Hook, 베이스). 그러나 같은 이름의 펑크그룹을 확인하곤 조이 디비전으로 밴드 이름을 바꾼다. 조이 디비전은 나찌시절 유태인 종군 위안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소설 '인형의 집'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들의 나찌 이미지 사용은 이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1979년 대형 레코드사들의 관심 밖이었던 그들은 소규모 레이블 Factory사에서 첫 앨범<Unknown Pleasures>를 발표한다. 히트되지는 못했지만 짐 모리슨을 연상시키는 이언의 열정적 카리스마에 압도된 그들의 어두운 음악은 충분한 그 가치를 드러낸다. 특히 인디쪽에서 그들의 음악은 두각을 나타낸다. <도어스>의 음악처럼 하드했지만 <벨벳 언더그라운드>보다 우울해 보였고, 독일 밴드 <크라프트베르크>를 능가하는 전자음악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주고도 있었다. 새로움이었다.   
1980년 두 번째 앨범 <Closer>를 발매하고 포스트펑크의 핵심으로 주목 받기 직전, 이언이 목매 자살한다. 평소 간질이라는 지병과 어렵게 싸우던 그라서 더욱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서양나이로 스물 셋, 너무도 아까운 나이였다. 아이러니처럼 그의 사망 한달 후 <Love Will Tear Us Apart>가 기다렸다는 듯이 싱글 차트에 오른다. 루리드보다도 한결 음울한 이언의 가사는 고통에 시달리며 악마와 싸우던 그의 병적 정신세계를 대단히 슬프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 정신세계의 처절한 밑바닥을 보여주는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 <Closer>는 포스트 펑크의 최고 걸작 앨범으로 회자된다. 필자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앨범이다. 오랜 세월 음악과 미술에 파묻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필자에게는   하나의 화두처럼 존재 해온 것이 ‘들리는 미술’과 ‘보이는 음악’을 잡는 것이었다. 미술관에서 자주 눈을 감는 버릇은 그런 강박관념의 반응이었다. <조이 디비전>의 음악에서 먼 ‘검은 바다’를 보았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어둡고 우울한 음악의 대명사인 그들의 음악에서 보였던 그 검은 바다의 공간은 실로 장관이었다. 오해 없길 바란다. 필자는 약 같은 걸 하지 않으며 사이코패스도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더 우울해질 것이라는 오해가 안타깝다. 청소년들에게 어두운 음악을 들려주면 성격이 어두워질 것이라는 부모들의 망상도 매니어 입장에서 보면 가소로운 무식의 소치로 치부하고 싶다. 몇 년 전 BBC라디오 청취자들이 뽑은 ‘우울증을 이기는 노래들’에서 조이 디비전의 우울한 곡 <Love Will Tear Us Apart>가 6위를 차지했던 것을 기억한다.             .
천재적 광기의 이언이 죽자 나머지 멤버들은 <New Order>를 조직하여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유로 일렉트릭 사운드를 댄스와 팝으로 표현해 놓은 쉬운 음악으로 뉴 오더는 <Jam>과 더불어 80년대 영국 최고의 싱글 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조이 디비전의 음악의 결실로 볼지, 변태로 볼지는 감상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필자는 후자로 본다. 많은 영국인들이 그들의 어두운 음악을 톰 요크(Radiohead)의 그것과 연결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영국 펑크 컬트계의 최고 거목이다. 검은 바다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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