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띠 해에 맞춰 첼시 모리뉴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우승 향방을 말경주에 비유한 재미있는 표현이 유행이다. 지난 3일 우승을 다투던 맨체스터시티를 제압한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첼시가 우승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승 레이스에 세마리의 말이 있다. 큰 말 두 마리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아직 뛰는 법을 배워야 하고 엄마 젖이 필요한 작은 말인 첼시가 있다. 우리는 다음 시즌에야 경쟁할 수 있다.”라며 우승 경쟁을 경마에 비유해 화제가 된 이 말은 소위 '모리뉴 어록'에 새로 추가되고 많은 패러디 사진과 영상이 만들어지고 영국 스포츠 방송에서도 인터뷰나 중계에 자주 언급해 유행됐다. 

흔들리는 Big Horse (큰 말), 아스널과 맨체스터 시티

무리뉴가 언급한 big horse 아스널과 맨체스터 시티가 위기를 맞았다. 시즌 초반 ‘외질’ 효과로 잘 나가던 아스널이 8일 리버풀 원정 경기에서 5-1 참패를 당했다. 전반 20분 만에 이미 4골을 허용하는 굴욕을 당하며 10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 깨졌다. 경기 후 웽거 감독은 “오늘 경마에 나타난 사람은 아스널 팬들뿐이다”라며 모리뉴의 비유를 언급했다. 경기 후 런던 돌아오는 길 기차역에서 웽거 감독이 크게 넘어진 모습이 전파를 타 아스널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같은 날 맨체스터 시티는 노리치 시티 원정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기록, 첼시전 패배 이후 또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세르히오 아게로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이번 시즌 엄청난 골 득점률을 기록 중인 맨시티가 두 경기 연속 무득점 한 것은  2년만이다. 많은 전문가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찍었던 맨시티는 리그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아자르 효과로 리그 1위 등극한 Little Horse (작은 말) 첼시

작은 말의 반란이 시작됐을까? 아스널과 맨시티가 부진하자 첼시는 뉴캐슬과 홈경기에서 아자르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으로 승리, 리그 1위에 등극했다. 경기 후 BBC 진행자가 “영국에는 경마에 우승 후보 말보다 아웃사이더(outsider)에 돈 걸어야 한다는 명언이 있다. 현재 리그 1위인 첼시의 우승 가능성은?”라고 묻자 모리뉴는 “우리는 우승보다 그저 다음 경기에서 이기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 선수다. 이번 시즌 엄청난 발전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첼시는 10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며 (8승 2무) 가장 철통 같은 수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경기에 단 두 골만 허용했다. 

‘S’라인 덕에 웃는다! Foal (망아지) 리버풀

4위 리버풀이 아스널을 상대로 홈에서 5-1로 대승을 거뒀다. 수아레즈의 물오른 경기력과 스케르텔 (2골), 스털링 (2골), 스터리지 (1골) 등 이름이 ‘S’로 시작하는 선수들이 리버풀을 웃게 만들었다. 리버풀은 1987/88 시즌 이후 처음으로 올 시즌 13번의 홈 경기에서 11번 이겼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버풀 로저스 감독은 “리버풀은 어떤 말인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아주 어린 망아지(foal)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마에 끼지 못하는 맨유의 추락. 리그 4위도 힘들어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제외된 맨유는 홈에서 최하위 풀럼과 무승부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4위도 힘겹게 됐다. 맨유는 이날 1-0으로 지다가 후반 2-1로 역전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동점 골을 허용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맨유는 2006년 이후 프리미어리그  최다 크로스 (81개)를 기록했으나 무용지물이 됐다. 경기 후 모예스 감독은 맨유 선수들이 매우 힘들어 하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리그 4위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현재 맨유는 리그 7위로 4위인 리버풀과 7점 차이나 4위도 힘겨워 보인다. 이날 VIP석에는 맨유를 26년간 이끌다가 지난 시즌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맨유의 추락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모리뉴가 유행시킨 경마(리그 우승 경쟁)의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점점 더 흥미롭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