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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46회

hherald 2011.06.20 17:43 조회 수 : 1335

<반려동물과에티켓>전호에서이어집니다.

왜 이런가? 영국인과 개가 어떻다고? 식민지인들도 자기네 방식으로는 우리만큼 반려동물에게 물러빠졌다. 그러나 영국인의 무절제한 동물사랑은 많은 외국인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유명한 특성 중 하나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미국인들의 과장되고 지나친 감상주의와 입을 딱 벌리게 하는 씀씀이는 우리를 능가한다. 그 모든 싸구려 눈물바람을 일으키는 영화들, 수고를 아끼지 않는 반려 동물 묘지, 최고급 장난감, 정말 웃기는 유명 디자이너의 개 옷들을 보라 하긴 그들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넘쳐나는 감정과 헤픈 씀씀이로 우리를 능가했으니 이것 만으로는 놀랄일도 아니다. 
영국인과 동물의 사이는 유별나다. 우리개는 신분의 상징보다 더 중요하고 (비록 이 분야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감상을 훨씬 넘어선다. 때로 얘기하기를, 우리는 그들을 사람처럼 대한다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본 적이 있나? 동물에게 그렇게 차갑고 불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케이! 나는 과장하고 있다. 약간 그러나 사실 영국인은 사람보다는 동물들에 대해 훨씬 더 열려 있으니, 동물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대화가 통하며, 감정표현도 더 잘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영국인은 동류 인간과 사교적인 접촉을 피한다.그래서 필요에 의해서 대화해야 할 때면 우물쭈물 어색해하거나 공격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대화 소품과 촉진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와는 처음부터 아주 활기차게 우호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처음 보았고 정식으로 소개 받은 바 없는 개와도 쉽게 대화할 수 있다.인사할 때 과장된 창피함을 무시하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너 안녕!"이라고 말하고 "너 이름이 뭐니? 그런데 어디서 왔어? 내 샌드위치를 먹고 싶구나? 음. 여기 있다. 그런데 먹을 만하지? 괜찮지? 여기 올라와 내 옆에 앉아. 여기 자리 많거든!"
이럴때 보면 영국인도 라틴 지중해 타입의 따뜻하고 매우 친절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소위 접촉문화(contact culture)권 사람들처럼 직접적이고, 접근이 가능하며, 감성적이고 감각적으로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품성을 오로지 동물과 상호접촉할 때만 드러낸다. 동물은 영국인과 달리 이런 비영국적인 감정표현에 당황하거나 쑥쓰러워하지 않는다. 이렇게보면 동물이 영국인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우리들에게 동물은 의식과 감각이 있는 생명체와 우무런 경계심 없이 감성적인 관계를 맺은 유일하고 중요한 경험을 상징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어느 미국인은 전형적인 영국인 가정에 손님으로 가서 그 집을 거의 지배하는 크고 몹시 사나운 개 두 마리 때문에 일주일을 고생했다고 한다. 그 개는 고질적으로 주인 말을 안 듣는데 무능한 주인은 개들과 끝도 없이 수다를 떨고 그들의 변덕과 나쁜 버러장머리까지 사랑스럽게 웃으면서 다 받아주곤 했다. 그녀는 내게 주인과 그 개들의 관계는 비정상이고 무분별하며 기능장애 사례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녀에게 "당신은 오해하고 있다. 이는 이 사람들에겐 아주 정상적이고 분별 있으며 잘 유지되는 관계다"라고 하니 눈치 빠르고 예민한 그녀는 금방 영국인의 동물에 대한 예의를 가리키는 페티켓(pet + etiquette : 반려동물에 관한 예의 - 옮긴이)을 알아챘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 비판은 절대 금지라는 규칙을 말한다. 집주인의 무서운 개가 당신을 괴롭히고 신발을 물어뜯어도 그 개를 나쁘게 얘기하면 안 된다. 이는 그들 자녀를 비판하는 것보다 사교상 더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비판하는 것은 허락된다. 그러나 이것도 애정이 듬뿍 담기고 응석을 받아주는 목소리로 해야 한다. "쟤는 정말 장난꾸러기예요. 저것이 이 달에만 저놈이 망친 세 번째 신발이랍니다. 아이구 참! 정말 끔찍하지요?"라는 거짓 불평에는 자부심마저 엿보인다. 흡사 우리는 반려동물의 결점과 단점에 비밀스럽고 별나게 마음을 빼앗긴 듯하다. 우린 때로 반려동물의 비행을 가지고 네것이 나으니 내것이 나으니 하는 아이들 자랑 같은 유치한 짓을 한다. 며칠전 초대받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큰 사냥개 종류인 래브라도(Labrador) 주인 두 명이 서로 자기 개가 망치거나 부순 물건을 얘기하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그냥 신발 같은 보통 물건 정도가 아니라니까! 글쎄 이놈은 휴대전화를 먹었다니까!" "그래? 그런데 내 개는 하이파이 시스템 전체를 씹어서 조각을 내버렸다니까!" "내 개는 볼보를 먹어버렸다니까!" (여기서 어떻게 더 올라갈 수 있나 모르겠다. 내 개는 헬리콥터를 먹었다? 내것은 퀸 엘리지베스 2세 유람선을 먹었다니까, 라고 할 건가?)


<반려동물과에티켓>다음호에이어집니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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