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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8
밴모리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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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음악인간 

음악을 들으면 인간들은 두 가지 능력을 얻게 된다. 첫째 음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음악가들의 상상력이 이끄는 위대한 힘이다. 둘째 음악은 보이는 것을 더 섬세하게 보게 해준다. 음악이 보이는 것을 더 아름답게 바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음악가들의 경험이 해내는 우아한 힘이다. 그들이 겪은 체험들은 그들의 감성에 의해 음악이라는 포장지로 아름답게 포장된다. 이 두 가지 힘은 음악가들을 마술사처럼 신비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준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는 마술사 같은 가수를 우리는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른다. 팝에 있어서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는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팝이 활성화되기 이전 시대인 20세기 초반, 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블루스나 포크 음악의 세계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의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리드벨리> <지미 로저스> <블라인드 레몬 제퍼슨> <윌리 멕텔> 같은 블루스의 선구자들은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불러야 하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목화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즉 엄밀하게 아마추어 가수들이었으므로, 감히 전문가들에게 곡을 의뢰할만한 입장이 못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유태계 미국청년 봅 딜런이다. 포크에 기반을 둔 봅 딜런은 무엇보다도 팝의 가사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음악도들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 만든 인물이며 팝의 가사에 문학적 깊이를 접목한 선구적 싱어송라이터다. 나는 싱어송라이터를 음악인간이라고 부른다. 봅딜런을 능가하는 음악 인간으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북아일랜드 출신의 작은 거인 밴모리슨(Van Morrison, 1945~ )이다. 
밴모리슨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동네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레코드 수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리드벨리> <지미 로저스> <행크 윌리엄스> <듀크 웰링턴> 같은 블루스, 재즈, 포크, 컨트리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랄 수 있었다. 기타, 피아노, 색스폰, 드럼 등을 연주할 수 있게 된 10대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60년대 영국의 대표적 블루스락 밴드 <댐>의 리드보컬이 된 밴은 <글로리아>라는, 락밴드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댐 해체 후 버트 번스라는 매니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에서 잠깐 활동하게 된다. 이 때 밴은 그의 긴 음악경력 동안 유일한 두 곡의 탑텐 히트곡을 만들어 낸다. <브라운 아이드 걸>과 <도미노>다. 이 대중적 성공을 추구했던 시기에 밴은 괴물 같은 앨범을 하나 만들어 내었다. <아스트랄 위크(69)>라는 앨범이다. 미국의 삼류 재즈 뮤지션들과 즉석에서 호흡을 맞춰 단 몇 주 만에 만들어낸 이 앨범은 평론가들의 갈채를 받게 된다. 누구에게서도 들어 보지 못한 스타일의 이 앨범을 위해 <포크 재즈>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평론가들의 수준을 뛰어넘은 앨범이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온 밴은 오늘날까지 꾸준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히트곡이나 히트앨범이 없는 가수지만 가수들이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밴은 다음 세대의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싱어송라이터의 한 명으로 존재한다. 특히 <유투> <블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코스텔로> 등은 자신들 음악 속의 밴의 영향을 인정한바 있다. 밴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매스컴과 만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3년 그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당시 그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단지 헌정을 수락하는 팩스를 보내는 것으로 그다운 면모를 보여준바 있다. 기념인사는 그의 옛친구인 <로비 로버트슨>에 의해 대신 낭독되었다. 밴모리슨의 음악적 매력은 그의 격조 있는 목소리, <블루스> <재즈> <포크> <컨트리>를 내재한 듯한 새로운 경지의 장인처럼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에 있다. 그리고 일반적 어법을 무시하는 그의 난해하지만 어린 시절 경험이   농축된 가사에도 있다. 그의 노래들은 우리를 새로운 음악의 경지로 안내하고 있다. 그는 타협이 불가능한 고집불통의 성격으로 유명한데 그것을 그의 옹호자들은 순교자 정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즉 온갖 비리와 협잡이 난무하는 레코드업계에서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으로 보는 것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모든 인터뷰에 비협조적이었던 밴모리슨은 음악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뮤지션의 전형이었다. 더구나 그가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점도 그의 음악이 온전히 평가 받게 하지 못한 장애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많은 그의 팬들이 그런 것처럼 그의 노래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의 유년을 찾아 그의 고향 마을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리고 실망하였다. 노래 속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종소리를 울리던 <도널드 교회>는 영국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교회의 모습이었다. 그가 사춘기의 짝사랑을 경험하는 우아한 <사이프러스 거리> 역시 평범한 시골길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러한 실망은 곧바로 음악이라는 마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보이는 것을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안보이는 것을 보이도록 해주는 마술 같은 것이 음악임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얼스터 영감, 그가 바로 <Van the man> 밴모리슨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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