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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35
샌디 대니
 
가장 심각한 여자의 노래 

가장 위대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였을까? 쉬운 질문은 아니다. 이상하리만치 여성들의 성과가 미약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존 바에즈나 조니 미첼 같은 미국과 캐나다의 포크 여걸들이 등장해야 하고, 캐롤 킹 같은 미국의 여성 작곡가들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며, 보니 레이트 같은 미국의 블루스 싱어송라이터도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범위를 영국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로 좁혀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뜻밖에 쉬운 질문이 된다. 본 컬럼에 이미 등장했던 천재 소녀 출신 케이트 부시나 작년에 요절한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리고 샌디 대니 정도 외에는 별로 후보가 될 만한 인물을 떠올리기 힘들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함께 지니고 성과를 거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영국 여성들은 피시앤 칩스 튀기기에 바빠 노래 만드는 일을 멀리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성이 만든 가장 훌륭한 노래는 뭘까? 역시 범위를 영국으로 좁힌다면, 필자의 주관적 답안은 별 고민 없이, 샌디 대니(Sandy Denny, 1947~1978)가 된다. 그녀가 만든 <Who Knows Where The Time Goes? >를 꼽고 싶다. ‘훌륭한’이라는 형용사를 ‘심각한’으로 바꾼다면 더욱 독보적인 노래가 된다. 남자로 오십 년을 살아온 필자로서는, 여자들에게 느껴왔던 아쉬움과 부러움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심각함’이다. 언제나 남자보다 덜 심각해 보이는 여자들의 자세가 부럽기도 하였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덜 심각한 것은 세상에 대한 통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역할의 문제 때문이었겠지만, 사랑에만 심각한 여자들의 노래가 필자에게는 어떤 거부감으로 작용해왔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밖에 난 몰라, 라는 식의 여자들의 심각한 사랑타령이 왠지 코메디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심각한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취하고 싶은 여자의 매력은 남자에 비해 ‘덜 심각한’ 발랄함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여자들에게는 심각보다는 진지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심각은 남자의 직업으로 족하다. 
여자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진지한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여자가 만든 심각한 노래로는 샌디 대니가   만든 <Who Knows Where The Time Goes>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영국 포크락의 전설이라고 할만한 밴드 <Fairfort Convention>의 리드 보컬이었던 샌디 대니가 <페어포트 컨벤션> 가입 이전에 만든 노래다. ‘저녁 하늘을 건너서 모든 새들은 떠나 간다......”로 시작하여 ‘누가 시간이 가는 곳을 알고 있는가?’ 로 끝이 나는 심각한 노랫말과 진지한 멜로디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 이 세 가지는 너무도 유사하다. 즉 노랫말과 멜로디와 목소리가 하나처럼 들리는 노래다. (이런 노래를 명곡이라고 부르던가?) 사랑이 아닌 세상과 맞서는 샌디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다.  
샌디 대니는 런던의 한인타운 뉴몰든(New Malden) 근처인 <Merton>에서 태어났으며 많은 어여쁜 한국 소녀들이 다니고 있는 뉴몰든의 <Coombe Girl School>출신으로, 졸업 후 잠깐의 간호사 경력을 지니고 있다. (뉴몰든은 영국 포크 락에 나름의 기여를 한 동네로 볼 수 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존 마틴(John Matyn, 1948~2009)과 유명한 피들(Fiddle) 연주자 데이브 스와브릭(Dave Swabrick, 1941~ )의 고향이다. 소개한 것처럼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이 최초로 공연을 한 동네이기도 하다. 뉴몰든 주민들이여, 자부심을 가지고 음악 많이 들으시압!)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치며 클래식이나 재즈, 부계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등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ngston College of Art>에 입학한 그녀는 포크 클럽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철이 들면서 그녀가 빠져든 음악은 많은 영국 포크 가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포크의 혁명아, 아니 ‘대중 음악의 체게바라’ 봅딜런이었다. 당시 영국의 포크 지망생들은 봅딜런에 의해서 폭발한 포크라는 음악의 뿌리인 영국 전통음악에서 새로운 음악적 자양분을 얻는 아니러니한 역사적 소급을 시도하고 있었다. 스코티시의 피가 흐르는 샌디 역시 그러한 음악적 실험에 동참하였다. 67년 포크밴드 <Strawbs>와 <Sandy Denny & The Strawbs>라는 앨범을 발표한다. 그녀의 전통 영국 민요풍의 떨림을 지닌 목소리는 당시 영국의 포크가 원하던 목소리의 전형이었다. 
68년 샌디 대니는 오디션을 거쳐 영국 포크락의 전설적인 밴드 <페어포트 컨벤션>의 멤버가 된다. 2년 정도 활동하며 그녀는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녀가 작곡과 보컬, 피아노로 참여한 그 세 장의 앨범은 <페어포트 컨벤션> 최고의 명반들로 평가 받는다. 69년 밴드를 탈퇴한 샌디는 이후 자신의 백밴드를 조직하여(<Fotheringy>) 솔로 활동에 나선다. 당시의 대세에 밀려 포크 싱어였던 그녀는 커다란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 진지했던 영국의 포크락 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낸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기억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은 여성의 것으로는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한 세상에의 탐구를 드러내고 있다. 봅 딜런, 피트 타운잰드, 프랭크 자파 등 쟁쟁한 당대의 뮤지션들이 그녀의 음악을 듣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샌디 대니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한 뮤지션이다. 73년 오랜 남자친구였던 트레버 루카스와 결혼하였으나, 임신 중 과다한 음주와 마약을 하는 등 무절제했던 그녀는 출산 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휴가를 보내던 중 친구 집 계단에서 추락하여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된다.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78년 사망하고 말았다. 어느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음악 뒤에 평범하지 못했던 여자 샌디 대니의 비밀이 숨겨져 있던 것 같아 안타깝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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