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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34
다이어 스트레이트스
 
완벽한 충족의 음악 
1978년 5월 이상한 영국 노래 하나가 미국 빌보드차트 4위에 오른다. 흥겹고 경쾌하면서도 이상한 복고풍의 느낌을 주는 노래였다. 마치 담장을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처럼 탄력 있는 기타 솔로, 봅딜런처럼 어눌하게 흐느적거리면서 할말 다하는 듯한 보컬, 묘하고 경쾌한 리듬감에 적당한 비트를 지닌 노래 <Sultans of Swing>이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밴드 <다이어 스트레이트스(Dire Straits>의 데뷔 곡이었는데, 이례적으로 이 곡이 수록된 데뷔앨범 <Dire Straits>보다 한달 전에 싱글 발매되어 히트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을 먼저 알아본 나라가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점이다. 미국 <워너브라더스>의 한 여성 프로듀서가 이 곡의 대중성을 직감하고 시쳇말로 ‘외롭게 밀었다’고 한다. 그녀의 외로운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하였다. 영국의 신인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빅히트하게 된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땠을까? 당시 영국은 펑크(Punk)와 뉴웨이브(New Wave)가 완전 주도권을 쥔 첨단의 음악이었던 시절이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스처럼처럼 보다 블루스의 영향 넘치는 밴드가 새롭게 자리잡기 힘들었다. 영국은 미국에서 히트를 기록하고 나서야 이 곡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미국과 영국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이 방대한 다양성과 엄청난 구매력이라면, 영국의 힘은 단단한 집중력과 예리한 통찰력이다. 영국은 수준 높은 안목으로 60년대 이후 팝의 통찰력을 선도하지만 미국만큼 다양한 음악들에게 설 자리를 제공할 정도의 규모 큰 저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영국은 유행하는 시류에 밀려 전혀 빛을 보지 못하는 훌륭한 음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소개했던 비운의 싱어송라이터 닉 드레이크(Nick Drake)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은 보다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할만한 다양한 계층을 지닌 다민족 국가이다. 미국의 <블루스>가 1950년대 영국에 건너와서 빛을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에서 전혀 인기 없던 음악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일부 흑인들의 열렬한 애호에 의해 꾸준히 사랑 받던 음악이었다. 이런 구조적 차이점이 영국락과 미국락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락이 호방하고 스케일 큰 건조한 음악인데 반해서, 영국락은 보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적당한 습기를 지닌 뽀송한 음악이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 1949~ )가 리드 기타와 보컬 작곡, 작사를 도맡았던 밴드다. 거의 서른 무렵 그가 뒤늦게 데뷔하게 되는 것은 졸업 후 교사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헝가리계 유태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스는 <Sultans of Swing>의 히트로 단숨에 존재가치를 알리게 된 행운의 밴드이지만, 이후 93년 해체할 때까지 꾸준했던 인기 비결은 역시 마크의 다양한 음악적 소양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Sultans of Swing>은 마크가 어느 조그만 펍에서 무명 재즈밴드의 연주를 듣고 영감을 얻어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공연을 끝내며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마이크를 잡고 “이것이 바로 ‘스윙의 제왕(Sultans of Swing)’이예요!” 라고 외쳤고, 그것은 공교롭게도 마크가 고교시절 만들었던 아마츄어 밴드의 이름과 같았다고 한다. 너무 알쏭달쏭한 가사 때문에 영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할 뻔한 곡이다. 데뷔앨범 <Dire Straits>의 성공 이후 그들은 펑크가 잠식해버린 블루스에의 추억을 다시 회생시키는 영국의 대표적 밴드로 존재하게 된다. 특히 그들의 음악은 펍에서 연주되기 적합한 특성을 지녀 펍락(Pub Rock)의 전통을 잇는 밴드가 되기도 한다. 
85년 그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모두 톱에 오르는 공전의 히트 앨범 <Brothers in Arms>를 발표한다.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의 하나인 이 앨범은 새롭게 도래한 시디(CD)시대에 최초로 백만 장을 돌파한 시디라는 역사적 기록을 지니고 있다. <Money for Nothing> <Walk of Life> <Brothers in Arms> <Walk of Life> <So Far Away> <Your Lastest Trick>등 무려 6곡이 싱글 발매되어 히트된 진기록도 지니고 있다. 영국 앨범차트에서 10주 미국 앨범차트에서 9주 호주에서는 무려 34주 넘버원을 차지한 공전의 히트 앨범이다. 
절대적인 리더였던 마크 노플러가 솔로 활동에 주력하게 되면서 다이어 스트레이트스는 1996년 사실상 해체된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스는 영국 락의 흐름을 방해한 밴드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해는 물론 아름다운 방해다. 펑크의 물결 위에서 사라져가는 뿌리에의 열망을 다시 한번 붙잡았던 밴드다. 블루스와 컨트리 같은 음악이 락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뿌리였는가를 세계는 다이어 스트레이트스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마크 노플러의 음악은 단순히 과거를 드러내는 복고풍이라기 보다는 현실 속에 숨쉬는 전통의 미를 시대에 맞게 변형시켜 연주한 음악이다. 블루스나 재즈, 포크, 컨트리 같은 락의 전통들을 아름답게 각색한 것이다. 그는 봅딜런, 밴모리슨 같은 천재적인 선배들의 영향을 조용히 이어받은 적통의 뮤지션이며, 새로움보다는 변형의 미학을 보여준 음악인이다. 뛰어난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며 약 70여개의 기타를 지닌 기타 수집가이기도 하다. 필자가 만나본 많은 스코틀랜드 마니아들은 그를 역사상 최고의 기타로 꼽는 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완벽한 충족의 음악”. 그들의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 평단은 그렇게 그들의 음악을 정의했다. 그 충족은 전통을 가슴에 안은 마크노플러라는 기타리스트의 부단한 열정의 산물이었다. 데뷔 당시만큼 평단의 갈채를 이어가지는 못하였지만, 오늘날 마크 노플러는 영국의 가장 중요한 싱어송라이터의 한 명이다. 1979년 그는 연습부족이라며 친동생을 밴드에서 쫓아낸 열정의 화신 같은 뮤지션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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