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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대중들이 쏟아내는 비통함

다이애너 비의 죽음과 장례식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 대해 신문, 잡지, 라이도, TV 기자들은 '전례 없이 쏟아지는 대중들의 비통함'이라고 보도했다. 정말 겁이 날 정도로 예외 없이 모든 매체들이 똑같은 용어를 썼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 비영국적인 대중들이 쏟아낸 슬픔은 주로 질서있고 조용하게, 위엄 있는 줄서기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이애너 이후'부터 언론은 '대중들이 쏟아내는 비통함'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기회만 있으면 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왕비였던 여왕의 모친 장례식(그때도 우연히 긴 줄이 생겼지만) 때는 훨씬 더 차분한 반응이 나타났는데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이 쏟아낸 비통함'이라는 말로 묘사했다. 심지어 대중들이 훨씬 약한 반응을 보인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장례식 때도 그 말을 썼다. 어린이나 십대 학생이 살해 당하는 등의 기삿거리가 되는 일이 일어나 그들의 친구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 집 앞이나 교문 앞, 동네 교회 등에 꽃을 좀 놓아도 '대중들이 쏟아내는 비통함'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대중의 눈앞에서 죽었는데 그 사람이 밥맛 떨어지는 사람만 아니면 '대중들이 비통함을 쏟아내는 것'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달력 의례와 다른 전환 행사

달력 의례는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같은 명절과 매년 정해진 날짜에 찾아오는 부활절, 노동절, 추수감사절, 할로윈, 가이 포크스의 밤 (Guy Fawkes Night:매년 11월 5일 폭죽놀이를 해서, 1605년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 했던 가이 포크스 일당의 음모를 기억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민속 - 옮긴이), 어머니날,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각종 공식 휴일을 포함한다(일부 잔소리꾼들은 엄격히 말해 여름휴가는 의례는 아니고, 적어도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같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를 나중에 설명하겠다). 그리고 이 범주 안에 매일 매주의 일이 놀이로 바뀌는, 일과 후에 퍼브에서 한잔 하는 전환의례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나 이는 이미 일의 규칙 장에서 설명했다.
다른 전환 행사에 나는 인생의 중요한 통과의례 이외의 것을 포함한다.예를 들면, 은퇴 축하, 중요한 생일(10년 단위 등), 결혼기념일(은혼식, 금혼식 등) 그리고 사회적, 장소, 신분,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의례, 예를 들면 집들이 혹은 송별모임 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의례는 대개 서구의 산업화된 문명국들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선물, 파티, 특별한 식사, 노래, 그리고 크리스마스 장식, 부활절 초콜릿, 발렌타인 데이의 카드와 꽃, 축제 때의 술, 어떤 경우든 빠트릴 수 없는 음식 등등, 여기서는 모든 의례를 공들여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주로 이러한 의례들과 관련이 있는 영국적인 행동과 태도를 규제하는 불문율을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문화에는 계절이나 전환에 관련된 축하 의례 비슷한 것들이 있다. 다른 동물들은 그냥 알아서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을 조절한다. 인간은 사소한 기념일 등에도 큰 의미를 두고 난리법석을 떤다. 문화인류학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사소한 기념일 등에도 큰 의미를 두고 난리법석을 떤다. 문화인류학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상당히 예상 가능한 일들을 한다. 그런 일에 유사하게 난리 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축제에도 비슷한 점이 많은데, 예를 들면 노래하고 춤을 춘다. 어느 문화권이든 먹고 마시는 일은 중요하다.

술의 역할

축하 의례에서 술의 역할은 영국인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술을 사용하는 모든 문화에서 축하를 할 경우 술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카니발이나 페스티벌은 즐거움이 다가 아니다. 이런 행사는 어느 정도 해방의식 성격을 띈다. 즉 평소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리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보통 때는 눈총을 받거나 금지되던 것들이(예를 들면 난교의 유혹, 심하게 야한 노래, 이성 옷 입기, 분수에 들어가기, 낯선 이에게 말걸기 등등)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걸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는 기존 가치관과 도덕관 등이 잠시 정지되는 해방의 기간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중간 형태의 휴가인 이떄는 일상을 벗어나 잠시라도 달리 살아보는 것이 허용된다. 이 기간은 술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술에 취해서 겪는 경험은 각종 축제 기간에 중간 휴식 지대에서 겪어본 초현실적인 해방감을 선사한다. 술의 화학적인 효과로, 인간의 경험은 축제 중에 겪은 문화적인 요인과 합쳐진다.
때로는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해 이런 변화도 맛보고 싶은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사실은 이것도 엄청 겁나는 일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도를 넘지 않게, 한정된 상황에 머물도록 제한하고 있다. 요컨대 그런 해방의 욕망이 실제로 변화를 원할 만큼 분명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욕망은 현재와 같은 평범한 삶을 요구하는 강력한 힘에 의해 균형이 잡힌다. 축제의 초현실적인 경험에 매료되었을지는 몰라도 또 한편 두렵다. 우리는 다른 현실을 가보고 싶어하지만 거기서 영원히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술은 축제 상황에서 이중의 역할 혹은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술에 의해 변화된 의식으로 우리는, 한번 맛보길 원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또다른 현실을 탐험할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서 없던 사교성이 생긴다는 규칙이 우리를 안심시켜 균형을 맞춘다. 술은 우리가 축제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초현실적인 경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기분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친근하고, 일상적이며, 편안하고, 사교적인 의례, 즉 서로 나누고 따라주고, 돌아가면서 사기의 친교는 술 마신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고, 그 술은 음주 후 우리가 탐험할 해방공간의 두려운 면을 조금 순화시키도록 도와준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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