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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33
 
락 사상 가장 시끄러웠던 밴드 
락(Rock)은 젊은 음악이다. 1950년대 미국 태생이니 불과 60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지닌 매우 싱싱한 음악인 셈이다. 짧은 역사를 지니고도 락은 오늘날 팝의 주도권을 쥔 매우 중요한 대중 음악의 장르가 되어 있다. 그 비결은 물론 락이 지니고 있는 파워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의 젊음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만 했던 락의 파워에는 ‘시대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 시대의 불만과 부조리를 최소한 음악 안에서만큼은 터뜨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통쾌함.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부조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인류 역사는 그 부조리에 대한 탈출구를 주로 예술에서 찾아 왔다. 그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할 수 있는 권한은 예술에게 부여된 매우 고결한 사명이었다. 당시의 부조리를 풍자했던 중세 유럽 화가들의 그림들이나, 양반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던 우리의 판소리 대목 같은 것들은 그 즐거운 흔적들에 해당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반응하는 대중예술에 있어서 풍자라는 기능은 매우 가치 있는 사회의 통풍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락이 당시 풍자할만한 적당한 비상구를 찾지 못하던 대중음악인 팝 속에서 돋보이게 된 것은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해낼 것만 같은 파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풍자와 해탈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풍자를 놓친 예술은 고고한 해탈의 경지에서 예술지상주의의 음풍농월이 되기 쉽다. 재즈처럼 말이다.  
1960년대를 ‘락의 르네상스’라고 볼 수 있다. 락이라는 음악이 팝의 주류권에 안착하고 영역 넓히기를 위한 갖가지 실험을 수행했던 시기가 60년대다. 그 실험은 비틀스에 의해 새롭게 팝의 본가에 합류하게 된 영국에서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스키플에 이어 미국의 흑인음악 블루스를 가져다가 블루스락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킨 나라 영국은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락, 펑크락 등 갖가지 첨단의 음악들이 실험되고 대중화되는 락의 산업기지 같은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게 된다. 미국과 같은 방대한 넓이도 수많은 문화적 충돌도 지니고 있지 않은 영국의 속성은 그런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해내는 충분 조건이 되어 준다. 영국의 60년대 락은 락사상 가장 치열했던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주도했던 60년대 영국 락에 있어서 두 밴드 못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해낸 밴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후(Who)다. 후는 흔히 60년대 영국 락의 넘버 쓰리로 평가 받는 밴드인데, 국내에는 그들의 음악이 지녔던 시대성이 제대로 보이기 힘든 70년대에 뒤늦게 소개되므로 수십 년째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지극히 미미한 편이다. 
후는 64년 런던의 해머스미스(런던의 가장 중요한 락의 메카의 하나다.)에서 결성된 4인조 락 밴드다. 음악적 리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후의 얼굴 같은 존재인 기타리스트 피트 톤젠드와 보컬 로저 달트리, 베이스 존 엔트위슬, 드럼 키스 문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등장하자마자 ‘모드族(Mod)’의  우상이 된다. 그들의 첫번째 매니저가 바로 ‘모드족의 대부’라고 불렸던 피터 미든이었기 때문이다. 모드족은 60년대 초반 런던을 휩쓸던 청년문화의 한 모습이었다. 모더니스트에서 유래한 모드라는 이름을 지닌 그들은 주로 맞춤 양복을 입고, 미국 흑인음악이나 자메이카 음악을 들으며,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이들이었다. 멋을 추구하는, 당시 런던의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 모드문화였다. 모드족의 대표적 밴드가 된 후는 65년 <My Generation>이라는 곡을 대히트 시키며 단숨에 빅 밴드가 되었다. (<My Generation>은 최초의 헤비메탈 넘버의 하나이기도 하다.) 흑인 음악에 기반을 둔 거친 락으로 젊은 층을 사로 잡는다. 그들은 라이브에 강했다. 특히 공연 막판에 ‘악기 부수기’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었다. 
그들의 거친 하드 락은 롤링 스톤스와 약간 차별되는 점을 지니는 데, 밴드의 곡을 거의 도맡아 만든 기타리스트 피트 톤젠드의 보다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음악스타일 때문이라고 본다. 피트는 부모 모두 전문 음악인이었던 가정에서 자랐으며 당시 엘릭 클랩튼처럼 런던을 대표하는 젊은 기타리스트였다. 훗날 록 오페라로 유명해지며 배우로도 활동하게 되는 보컬 로저 달트리는 폭발적 고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노래 솜씨를 보여주었다. 드러머였던 키스 문은 당시 영국 최고의 파워풀한 드러머로 명성을 떨쳤다. 모든 드러머들의 우상 같은 존재였던 키스는 78년 약물과용으로 안타깝게 사망하고 만다. 평상시는 가장 얌전한 사내였지만 무대에 오르면 가장 난폭한 베이스주자가 되었다는 존 엔트위슬은 2002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후는 69년 최초의 록 오페락 형식을 띤 앨범 <Tommy>를 발표하면서 작품성까지를 인정받는다. 그리고 71년 그들의 최고 걸작 앨범이자 락 사상 가장 훌륭한 앨범의 하나로 평가 받는 <Who’s Next>를 발표하며 영국 앨범차트 넘버원에 오르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Who’s Next>는 모든 곡이 꽉 차게 들어 앉은 느낌을 주는 음향적인 면에서도 성공적인 앨범으로, 60년대 영국 락의 실험들을 모두 포용한 듯한 음악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명반이다. 수록곡인 <Baba O’Riley>는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흘러나왔으며 많은 영화에 사용된 명곡이기도 하다. 83년 공식 해체되었으나 이후 몇 차례 재결합을 한 바 있으며, 현재도 피트 톤젠드와 로저 달트리가 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후는 60년대 영국 락을 주도한 매우 중요한 밴드다. 특히 모드족의 상징적 밴드로 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락의 사회성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펑크나 헤비메탈에 큰 영향을 끼쳤다. 70년대 이후에는 성숙된 음악적 안정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역사상 가장 시끄러웠던 공연은 찰튼 축구장에서 열렸던 후의 공연이다. 무려 120 데시빌의 폭발적 소음이 흘러나온 공연이었다고 한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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