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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49회 놀이규칙

hherald 2011.07.13 11:48 조회 수 : 1453


'소품과 촉진제' 규칙

퍼브 예절을 연구하는 동안 나는 게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과 대화하는 중에 많은 영국 퍼브가 외국 방문객에게는 어른들의 술집이라기보다는 어린이들의 놀이터처럼 느껴졌음을 깨달았다. 내가 인터뷰한 미국인 관강객은 수많은 게임이 동네 퍼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어리둥절해했다. "여기를 보세요! 당신들은 다트, 당구, 네 가지 보드 게임, 카드 게임, 도미노 게임 그리고 뭐 이상하게 생긴 작은 막대기로 하는 게임에다 퀴즈 나이트도 하고, 축구팀과 크리켓 팀을 하니씩 가지고 있다면서요? 당신은 이걸 바라고 부른다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유치원이라 부를 것 같은데요?" 이 경멸에 찬 관광객이 단지 열 몇 개의 전형적인 퍼브 게임만 발견 해내고, 동네마다 다른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이한 게임, 즉 안트 샐리 (Aunt Sally : 늙은 여자 인형의 입에 물린 진흙 파이프를 막대를 던져서 깨는 게임), 장화 던지기, 동전 밀어내기, 콩거 커들링 (conger cuddling : 인간을 이용한 10핀 볼링으로, 뒤집힌 화분 위에 올라선 사람을 뱀장어를 던져 넘어뜨리는 게임), 메로 당글랭 (marrow dangling : 콩거 커들링과 같은 형태이나 뱀장어가 아니고 서양호박을 이용한다), 발가락 레슬링을 알지 못한 것이 내게는 정말 행운이었다. 거의 같은 정도로 황당해하는, 그러나 조금 공손한 다른 방문객이 "당신네 영국인은 어떻게 된 사람들인가요? 왜 이런 죄다 바보 같은 게임을 해야 하나요? 왜 다른 나라 사람처럼 바에 가서 그냥 한잔하면서 얘기하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약간은 변명하듯이, 나는 '퍼브 예절 책'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처럼 사교에 소극적이거나 서투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기 어려워하고 퍼브 단골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장난감과 스포츠와 게임이 필요하다.
퍼브에서 통하는 룰은 영국사회 전체에서도 통한다. 사실은 퍼브보다 바깥 세상에 스포츠와 게임이 더욱더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억제가 꽤 풀린 사교적인 소단위 분위기 그리고 초면인 사람과 대화를 터도 괜찮은 퍼브에서마저 게임과 스포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퍼브 밖의 정상적인 사교 환경에서는 더더욱 촉진제와 소도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자기기만의 규칙

스포츠와 게임은 우리가 사교를 시작하고 유지해가는 데 필요한 소도구를 제공해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접촉을 시작하고 유지해가는지 그 본질 또한 규정해준다. 스포츠와 게임은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무작위적인 사교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규칙과 규정, 의례와 예절이 갖추어진, 공식 비공식적으로 잘 다듬어진 사교 행위이다. 영국인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할지, 그리고 무엇을 언제, 어떻게 말할지를 정한 명확하고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게임은 우리의 사교적인 접촉을 의례화하여 서로 안심할 수 있는 구조와 질서의식을 제공해주었다. 게임 규칙과 의례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게임 자체가 목적이고 사교적 접촉은 단지 부수적인 것일 뿐이라고 가장하면 된다.
사실 이것은 정반대이다. 게임은 필요에 의해 고안된 수단이고,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만나 접촉하고 친해지는 것이다. 다른 문화에서는 이런 난리법석과 핑계, 구실과 자기기만 없이도 다들 잘해나가는 것 같다. 영국인은 분명 인간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은 사교적인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만나 사귀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짓이 다른 무엇이라고 위장해서 자신을 속여야 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축구, 크리켓, 테니스, 럭비, 다트, 풀, 도미노, 카드, 단어 맞추기 보드 게임(scrabble), 단어 맞추기(charades), 장화 던지기 발가락 레슬링 등이다.

게임 예절

이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영국인이 원하는, 가능한 한 더 복잡하게 만든 공식 규치뿐만 아니라 거의 비슷하게 복잡한, 선수 및 관중의 행태와 상호접촉을 규제하는 비공식 불문율 규칙 세트도 있다. 퍼브 게임이 좋은 예다. 심지어 이 사교적인 소단위 분위기에서도 다른 사람과 접촉을 망설이고 주저하는 우리 본성은 정해진 소개 규칙을 따를 때 더 편안해진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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