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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꾸물대기 규칙

hherald 2010.11.22 19:02 조회 수 : 1288

 


업무상 첫 대면이라는 어려움, 무명의 규칙과 악수의 난관은 앞에서 본 기본 규칙을 이용해 잘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나마 마음 편했던 공식 절차는 거기서 끝나고 진짜 당황스러운 절차는 이제 시작이다.
기본 소개 절차가 끝나면 바로 시작되는 당황스러운 단계가 있다. 대개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리는데, 어떨때는 20분이나 계속 될때가 있다. 대개 상담을 바로 시작하면 무례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참석자 전원이 이것을 단순한 사교모임으로 가장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날씨 이야기, 교통난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 예의상 훌륭한 길 안내에 대한 고마움 표하기, 찾아오는 사람의 어리석은 길 찾기 실수를 늘여놓는데 거기에 대해 차와 커피에 대한 법석과 권유와 감사의 말들,방문객의 감사의 말과 그에 답하는 주인의 자기 비하 그리고 유머 섞인 사과가 이어진다.

 

나는 이 공손한 '꾸물대기(police procrastination)'의례 중에 심각한 표정을 짓기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오는 새와동물이 영토 확보, 짝짓기, 혹은 다른 것을 위해 싸우려 할 때 보이는, 옆으로 돌고,불안하게 땅을 쪼고, 자신을 쓰다듬는 전위행동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긴장되고 적대적인 상황에서 동물들은 이런 뜻 없는 의례를 일종의 대응책으로 쓴다. 이는 영국의 사업상 미팅에서도 볼 수 있다. 비지니스 전체 과정이 아주 불편하고 당황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일과 상관없는 의례를 자꾸 행하여 주의를 산만하게 함으로써 일의 시작을 연기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 난리법석을 감히 줄이려 하는 자에게 저주 있으라! 한 캐나다 기업인이 항의하기를, "누가 이를 주의 시켰으면 했다. 최근 상담에서 그들은 온통 날씨와 런던 외곽순환 고속도로에 관한 농담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하느라 30분을 허비했다. 그래서 이제 계약에 관한 상담을 시작하자고 말하자 모두들 내가 방귀나 뀐 것처럼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내가 어찌 그렇게 눈치가 없었는지?" 일본에서 일했던 다른 사람은 '다례(茶禮)에 초대 받았는데 다례를 하든 상담을 하든 해야지 그들은 상담을 하면서 - 우리가 여기서 하는 식으로 - 다례를 하는 것으로 가장하더구먼' 하고 말했다.

 


돈 이야기를 못 해!

 

나와 한 이란인 이민자가 이 공손한 꾸물대기 의례에 대해 애기하고 있었는데 그가 물었다. "그래 맞아요.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나는 아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렇게 합니까? 무슨 일이 있어요? 왜 그들은 상담에 들어가기를 그렇게 꺼리는 건가요?"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거기에 합리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영국인에게는 '장사'가 거북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의식 깊숙한 곳에 돈과 관련된 일에 대한 깊은 혐오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결국 돈 얘기를 피할 수 없다. 사람을 만날 때 겪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이제 사업에 관해 협의할 때가 되었다. 자랑이나 진지함이 요구되지 전까지는. 별 문제 없이 제품과 프로젝트의 내용, 실질적인 논의, 무엇을 누가 어떻게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더러운 돈 문제'가 나올 단계에 가면 모두들 입을 다물고 불편해한다. 어떤 이는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농담을 하기도 하고, 호총을 치거나, 단도직입적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시비조로 나오고, 허둥지둥하고 서두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공손하거나 사과를 하고 화를 내고 방어적이 된다. 당신은 영국인이 돈 얘기를 해야 할때 편안해지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무례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는 편치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로, 어색한 농담과 사과하는 듯한 태도와 같은 것이다.

 

좌절한 어느 미국인 이민자는 말한다. "모든 금전관계 협상은 편지와 이메일로 하는 것이 최고임을 이제야 알아챘다. 영국인은 대면해서는 돈 이야기를 못 하고 반드시 편지로 주고받아야 한다. 문서로 하면 그 더러운 돈 이야기를 큰 소리로, 굳이 당신 눈을 쳐다보고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얘기를 듣자 나 자신도 정말 그렇게 해왔음을 깨달았다. 나도 돈 문제에 예민한 영국인이어서 컨설팅 대금을 협상할 때나 조사연구 자금을 구할 때는 그 더러운 단어들, 즉 돈.비용.가격.대금.지불금 등을 항상 문서로 협의해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문서로도 하기 싫어서 나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 받는 공동대표를 감언이설로 꼬드겨 협상을 하게 한다. 나는 윈래 계산에 좀 미숙하다는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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