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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0
봅 딜런 이야기 
 

위대한 통찰력의 노래쟁이 
팝 사상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지녔던 뮤지션은 누구일까? 이 어리석은 질문의 보기에는 비틀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 답안지의 호젓한 정답은 단연 봅 딜런이다. 본 연재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음악 이야기이기 때문에 봅 딜런(Bob Dylan, 1941~ )은 이제야 등장하는 것이다. 그냥 팝 전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단연 맨 첫 장을 장식했을 것이다. 봅 딜런은 유태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지금쯤 등장시키지 않으면 이 연재의 품격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만큼 봅 딜런은 영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 뮤지션이다. 
봅 딜런은 흔히 ‘포크의 기수’라고 불리며 통기타의 아이콘처럼 자리잡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표현에 필자는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포크(Folk)라는 장르의 가수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영향력을 전 세계에 미친 인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60년대 초반 미국 포크씬에 등장하며 활동을 시작한 인물이지만 그의 거대한 음악적 영향력은 팝의 전 장르에 걸쳐 공히 유효한 것이다. 필자는 (조금도 과장 없이) 봅 딜런을 연구하지 않는 나라는 팝의 후진국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국의 요절 가수 김광석을 싫어하는 이유는, 김광석이 부른 봅 딜런의 노래 한 곡 때문이다. 김광석이 부른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봅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63)>을 번안한 곡이다. 아니 번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원곡 가사의 수준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개사가(누구의 작품인지 알고 있지만 거명하지 않겠다.) 문제다. 나는 <두 바퀴…>를 들을 때 마다 바다 건너 봅 딜런 형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오지랖!)
봅 딜런은 팝 가사의 전통을 완전 뒤바꿔 버린 천재다. 그로 인하여 전 세계의 무식한 음악쟁이들은 책을 잡았다. 그로 인하여 단순한 사랑 타령에 머물던 노랫말이, 문학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승격되었다. 그로 인하여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봅 딜런이 탄생했다.(한국의 봅 딜런은 김민기였을까, 한대수였을까?) 그로 인하여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그의 가사를 해석하려고 영어 공부를 하였다. 그로 인하여 칭찬에 인색한 영국인들은 남을 칭찬하는 법을 배워야 하였다. 60년대 ‘팝의 르네상스’ 속의 봅 딜런이 차지하는 위치는 르네상스 속의 위대한 콰트로첸토(15세기 미술을 부르는 이태리 말) 화가 다빈치와 견줄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서구의 대중문화 비평가들의 평가다. 
봅 딜런처럼 본명이 유명한 가수도 드물다. 그의 본명은 ‘로버트 알란 짐머만’이다. 그의 예명 봅 딜런은 그가 존경했던 통찰력의 주정뱅이 영국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 1914~1953)에서 가져 왔다. 그의 음악적 보이지 않는 스승이 미국의 50년대 노동자 가수 우디 가스리라면, 그의 문학적 재능과 잠재력에 불을 붙인 것은 50년대 미국문단에 등장한 비트문학의 자유연상과 커팅기법이랄 수 있다. 그의 가사들은 엄청난 이미지의 전개와 광범위한 상상력의 폭발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자면, 잔 다르크, 노틀담의 꼽추, 착한 사마리아인, 노아, 아인슈타인, 로빈훗, 오페라의 유령, 카사노바, 에즈라 파운드, TS 엘리엇…… 이 광범위하고 현란한 이미지들은 모두 그의 노래 한 곡(Desolation Row)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그의 가사에 등장하는 중간 설명이 잘려나간 이미지들은 해석이 어렵지만, 초현실주의의 난해함처럼 대책 없는 난해함은 아닌 것이었다. 그의 가사들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전세계 대중가요의 잠재된 문학적 감성을 터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몇 년 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런 그의 문학적 영향력의 결과였다. 그는 노랫말이 시와는 다른 또 하나의 문학적 공간임을 증명한 셈이다. 그의 노랫말 연구가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대중문화 3대 비극의 하나일 것이다.  
봅딜런과 비틀스, 60년대 팝의 르네상스의 두 주역은 상호 교감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비틀스가 봅딜런의 영향으로 가사의 보다 깊은 통찰력에 유념하는 사이 봅 딜런은 비틀스의 영향으로 전기 기타를 잡는다. 그가 엘릭트릭 사운드를 수용하자 락 음악은 그를 중심으로 헤쳐 모이게 된다. 락에 심취한 젊은이들이 장발을 휘날리며 도서관을 들락거리게 된다. 프로그레시브락은 그의 심각한 가사에 맞는 음을 찾다가 발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흑인 음악계에 스모키 로빈슨 같은 수준급 가사를 장착한 뮤지션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의 영향일 것이다. 블루스 음악쟁이들도 블루스의 서러움에 무언가 이슈를 담게 되었다. 재즈쟁이들도 보다 거친 목소리를 구사하며 보다 심오한 척 하게 되었다. 그의 괴팍하고 기이한 창법은 흡사 음치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거북하고 이상야릇한 느낌을 준다. 탁하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분명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음악적 진로에 위배되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창법을 수많은 대중가수들은 따라 해야만 하였다. 필연이었다. 락은 위선의 세계와 맞서는 위악적 모습의 음악이다. 스스로를 위악적 공간으로 던져 세상의 위선적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음악이다
장황한 요설, 가끔씩 헛소리, 기호 같은 가사들, 문득문득 정나미 떨어지게 만드는 콧소리, 세상 두 평생 사는 사람 같은 느려터진 말투로 가득 찼던 그의 노래들은, 그러나 미국의 반전과 인권 운동의 주제가처럼 불렸던, 이 세상과 맞서는 노래들의 가장 진보된 형태였다. 위대한 통찰력의 노래쟁이, 우리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봅 딜런의 3대 명반을 소개한다. <Highway61 Revisited(65)>와 <Blond on Blond(66)> 그리고 <Blood on the Tracks(75)>정도는 무조건 듣고 봐야 한다. 30대 이후인 당신이 이 앨범들을 아직도 듣지 못했다면 안타깝지만, 국제적이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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