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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47회 반려동물과에티켓

hherald 2011.06.27 17:22 조회 수 : 1712

<반려동물과에티켓>전호에서이어집니다.



나는 영국인은 반려동물의 탈억제 행동에서 대단한 대리만족을 맛보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자신에게는 금하는 모든 자유를 그들에게는 허락한다. 세상에서 가장 억압되고 억제된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뻔뻔스럽게 날뛰고 버릇없이 구는 개를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은 우리의 분신이다. 혹은 심리치료사들이 말하는 내면의 아이 화신이 아마도 개가 아닌가 한다.(그러나 이 아이는 영혼의 눈을 가진, 깊이 포옹해주어야 할 아이가 아닐 것이다. 들창코에 천박하고 역겨운, 귀싸대기를 한 대 맞아야 하는 꼬마임에 틀림없다). 동물들은 우리의 거친 면을 나타내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 가장 비영국적인 성향을 표현한다. 우리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규칙을 깰 수 있다.

불문율에는 동물이자 우리의 분신인 내면의 아이는 절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만일 영국 사람의 개가 당신을 물었다면 당신이 도발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은데도 동물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당신을 싫어했다면, 개 주인은 분명 당신에게 의심할 만한 게 있었을 거라 넘겨짚는다. 영국인은 우리 개가 (그리고 고양이, 집에서 키우는 실험용 천축쥐, 당나귀, 앵무새 등) 분별력 있는 인격을 감정하는 힘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반려동물이 누군가를 싫어하면, 심지어 그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해도, 영국인은 그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한다.


반려동물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눔으로서 우리는 인간과의 감정적인 관계를 맺을 때 얻는 중요한 치유효과를 대신 얻는다. 또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가 개와 동행할 때는 초면인 사람과 심지어 대화를 트는 경우도 있다. 양쪽 모두 개의 후견인으로서 얘기하려는 것이지 인간으로서 정식으로 말문을 트는 것은 아니다. 개 주인들은 무언의 신호를 비롯해 언어마저도, 건망증이 있어서 행복한 개를 통해 교환한다. 개는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서라면 섣부르게 친근한 척한다고 여길 수 있는 눈맞춤과 친한 접촉마저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반려동물은 또 중개자나 촉진제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잘 아는 사이에서도 좋은 역할은 한다. 예를 들면 영국 부부는 자신의 기분을 직접 전달하기 힘들 때 반려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엄마가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지, 패치야? 그래 맞아, 그런 것 같지? 패치야! 네 생각에도 우리 둘 때문에 엄마가 좀 삐친 것 같지?" "자 보자, 패치야! 엄마가 약간 좀 피곤하거든…… 그런데 너의 저 게으르고 늙은 아버지가 하루 종일 궁둥이를 의자에 붙이고 신문만 보지 말고 날 좀 도와주면 엄마가 참 고마워할 것 같지 않니? 네 생각은 어때?"


위의 규칙은 계급의 장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변형이 있다. 중중층과 중하층은  다른 계급과 마찬가지로 개에 대해 정신을 못 차리지만 그래도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면 덜 관대하다. 또한 개의 막돼먹은 행동에 대해서는 상하류층들의 무작정 무른 태도와는 달리 자신의 개든 남의 개든 마음에 안 들어 한다. 그렇다고 중중층과 중하층의 반려동물에 대한 태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들은 반려동물이 어지럽힌 것을 더 잘 치우고, 막돼먹은 짓을 하면 더 창피해한다.


당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종류와 혈통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계급신호기다. 예를 들면 개는 전반적으로 다 좋아하지만 특히 상류층은 래브라도, 골든 리트리버, 킹 찰스 스파니엘을 선호하고, 하류층은 로트레일러, 알사티안, 푸들, 아프간, 치와와, 코커 스파니엘 등을 좋아한다. 


상류층은 개보다 고양이를 덜 선호하나 시골 큰 집에 사는 이들은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기도 한다. 반대로 하류층은 쥐나 천축쥐, 햄스터, 금붕어를 반려동물로 키운다. 신분상상을 열망하는 일부 중중층과 중하층은 아주 비싼 코이 카프 (Koi carp) 같은 이국풍 물고기를 정원 연못에 키우는 데 아주 자부심을 느낀다. 중상층과 상류층은 이를 천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전반적으로 사치스러운 동물이라 여긴다. 그래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부류가 자기들이 갈망하던 승마족과 어울리기 위해 승마를 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조랑말을 산다. 그러나 그 계급에 걸맞은 액센트, 불가사의한 어법, 행동방식, 의복들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도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당신이 반려동물을 다루는 태도 역시 계급신호기이다. 일반적으로 중중층과 그 아래 부류가 개나 고양이 전시회를 참관하고 그들의 개에게 복종심 테스트를 받게 한다. 



<반려동물과에티켓>다음호에이어집니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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