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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이 장의 서두에서 확인한 기본 지침을 보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영국인다움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를 헤아린 나는 영국인의 일에 대한 태도의 양면성과 모순에 놀랐다. 혼란의 규칙은 수많은 '그러나' 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심각하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다. 순종한다. 그러나 마지 못해서 한다. 엄살 불평을 한다. 그러나 잘 참는다. 창의성이 있다. 그러나 답답한 구식이다. 난 일에 대한 태도가 애증의 관계라고까지는 얘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것은 너무 열정적이고 극단적이어서 영국인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좀 좋아하고 약간 싫어하는 관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좀 마음에 안 드는 타협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뇌에 찬 갈등은 비영국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중용, 혼란, 어중간함 등에 영국인의 근원적인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영국인의 직업문화는 모순 덩어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순에는 이런 상황에서 따르게 마련인 극적인 긴장감과 투쟁 분위기 같은 게 없다. 우리 직업문화는 특이하게 영국적인 무뚝뚝하고, 모호하고, 불만스러운 타협에 의해 전반적으로 어중간하게 형성되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신교도 정신의 열의로 일에 몰두하는 것도 아니고, 천하태평한 라틴 지중해식 숙명론으로 일을 대하는 것도 아니다. 어딘가 중간 지점 담장 위에 올라 앉아 투덜거리며 이 모든 불평을 하고 있다. 그것도 조용하게.
타협의식은 영국인의 정신에 깊숙이 박혀 있다. 심지어는 드물게 열정적으로 논쟁하다가도 항상 타협으로 끝낸다. 영국 시민전쟁은 왕당파화 공화파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한 번의 타협으로 왕정과 의회를 한꺼번에 얻었다. 진정 영국적인 항의 시위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점진적인 변화! 언제 원하는거? 적당한 때에!" 란 고함을 듣는다.

대개 확신이 안 설 때 우리는 가장 좋아하는 다목적 해결 방안인 유머에 기댄다. 직장 유머 규칙은 우리 문화 규칙에서 유머와 그 역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영국인이 유머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명쾌함, 확실성, 효율성이 직장보다는 덜 필요한, 단지 사교적인 상황에서만 이 유머가 사용되는 것을 보아왔다. 우리는 영국인이 유머를 위해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보았기 때문에 이제야 영국인에게서 유머의 진정한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유머를 위해 명쾌함, 확실성, 효율성을 희생시키고야 만다.

직장에서 유머와 겸손 규칙은 또하나의 고정관념인 영국인의 반지성주의를 살펴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영국인의 반지성주의를 현미경 밑에 놓고 부품별로 분해해보니, 이름하여 진지해지기 금지와 거만하기 금지가 나왔다. 실험접시 위의 반지성주의를 조금 더 찢어발겨서 다른 요소를 집어 올려보니 경험론과 대단히 닮았다. 특히 반이론, 반교리, 현실주의 요소를 기반으로 한 경험론 전통, 우리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이고 상식적인 것에 대한 옹고집 같은 선호, 반계몽주의와 유럽식 이론과 수사에 대한 깊은 불신들이 그렇다. 영국인의 "그만둬! 됐거든!" 반응에는 산전수전 다 겪어 초탈한 경험주의자 같은 그 무엇이 있다. 사실 영국인의 유머감각에는 기본적으로 경험주의자적인 특성이 있음에 분명하다.

겸손의 규칙은 여전히 제기되는 주제 중 하나다. 흔히 직장에서 이 규칙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광고와 마케팅의 요구사항이 겸손의 규칙과 맞지 않을 때는 규칙이 승리함을 보았다. 그래서 광고는 이 잘난 척 금지에 맞추어 재창조되어야 했다.
공손한 꾸물대기 규칙은 이제 아주 친근해진 우리의 또다른 특질을 밝혀 주었다. 내가 영국인의 사교불편증이라고 부르는 병적인 억제, 고집스러운 애매모호함, 타인과 터넣고 사귀지 못하는 선천적인 무능력 말이다. 이 증상인 돈 얘기 금기는 우리를 다시 계급의식, 겸손, 위선으로 끌고 간다. 이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지나친 겸손과 함께 영국인의 특성을 결정지을 강력한 후보로 점점 떠오른다.

나는 페어플레이가 영국인다움의 근본 원칙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유머와 사교불편증같이 페어플레이 이상은 우리 행동에 스며들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페어플레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공손한 평등주의에서 많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페어플레이와 공손한 평등주의에는 사실 속내는 그렇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그래야 한다는 위선도 많이 들어 있다.
직장의 엄살 불평 규칙에서 더 친근한 주제들이 새로이 변화하여 나타난다. 우리가 발견한 바에 의하면, 영국 동화의 이오리시 당나귀가 그렇듯이 언제나 우울하고 비관적인 엄살 불평도 너무 진지하지 않기 규칙처럼 무소보재의 유머 규칙에 따라야 한다. "항상 그렇지 뭐!" 규칙은 "견디고 참아라!"의 현대판 변형으로 영국인다운 품성의 하나이며, 나는 이를 '투덜거리는 극기주의' 라 부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한잔과 사무실 파티 규칙은 우리를 영국인의 사교불편증으로 다시 끌고 간다. 특히 사교불편증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술, 나름의 규칙을 갖춘 특수 환경 같은 소도구와 촉진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주에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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