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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소소한 달력행사

hherald 2012.12.30 19:22 조회 수 : 2504

소소한 달력행사

연말 저녁 파티가 가장 타락하고 탈 억제된, 달력에 의한 행사라면 나머지 (할로윈 파티, 가이 포크스의 밤, 부활절, 메이데이, 발렌타인 데이 등)는 대단히 순화된 것이다. 비록 이들도 원래는 상당히 소란스러웠던 고대 무속신앙의 축제와 관련이 있으나 지금은 많이 약해진 것이다. 

침착하고 점잖으며 대개 중년인 메이데이(May Day)의 모리스 댄서(Morris Dancer: 영국 민속무용, 봄에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무용단이 발목에 방울을 달고 나무 기둥을 돌면서 추는 춤 - 옮긴이)와 이따금 참가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메이폴(Maypole) 나무 기둥 춤 행사는 벨타네(Beltane: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게일 족의 풍습 - 옮긴이) 의례의 부활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머리를 여러 갈래로 따고 수염을 기르고 몸 여기저기를 뚫어 장신구를 단 뉴에이지/반문화 축제자 들과 모리스 댄서들이 메이데이를 즐기는데 그 옆에는 그들을 감시하는 네이버후드 워치(Neighbourhood Watch: 동네에서 이웃들끼리 서로의 집을 지켜봐주는 도난 방지 조직 같은 것이다 - 옮긴이) 대원이나 구청 직원 같은 사람들이 같이 서서 보지만 대개 평화롭게 끝난다.

11월 초의 모닥불 피우기와 허수아비 태우기 풍습 역시 무속신앙에서 유래한 것이다. 겨울을 환영(허수아비는 지난해를 상징함)하는 불의 축제 비슷하게, 17세기에 국회를 폭파하려 했던 가이 포크스 음모를 발각하고 나서 그를 기념하기 위해 원용한 것이다. 이는 또한 모닥불과 불꽃놀이의 밤이라 알려져 있는데, 이는 11월 5일 만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그전 2주간 불꽃놀이 파티를 계속한다. 카드와 꽃,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 데이는 고대 로마의 루퍼살리아(Lupercalia) 축제의 기독교식 변용이다. 원래는 2월 15일에 거행되던 것인데 봄(다른말로 하면 모든 것이 짝을 짓는 계절)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훨씬 더 난잡한 축제로 들판, 가축, 사람들의 다산을 기원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활절(Easter Day)을 진정한 기독교 행사로 보지만 심지어 이름마저도 기독교적이 아니다. 즉 색슨족(Saxon) 봄의 여신을 가리키는 이오스터(Eoster)에서 변형된 말이다. 달걀에 관계된 듯한 부활절 풍습들도 사실은 무속신앙의 다산의례에서 생겨난 것이다. 평소에는 교회에 가지 않는 신자들도 부활절 일요일에는 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신앙과는 거리가 먼 사람도 전통적인 금식기간엔 사순절에 맞추어 무언가를 희생하거나 억제한다(이때 인기 있는 것은 1월 셋째주에 결심이 흐트러져 포기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달력 의례(calendrical rite)의 중요도는 대개 낮다. 부활절은 그래도 중간급은 되는데, 사람들은 이 절기를 기준점으로 많이 사용했다. 사람들은 '부활절까지' 혹은 '부활절 뒤에' 할일 혹은 '부활절 무렵에' 생길 일을 얘기한다. 발렌타인 데이는 비록 하루 쉬지는 않지만 그래도 짝짓기와 구애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니 중간급은 된다(이때 자살률이 연중 최고로 치솟을 정도로 어쩄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주류문화의 전국적인 달력행사에 더해 영국 소수민족과 종교 집단도 자신들의 연중 행사가 있다. 힌두교의 디발리(Divali)와 자나마시타미(Janamashtami), 시크교의 디발리와 바이사키(Vaisakhi), 무슬림의 라마단(Ramadan)과 이드울피트르(Eid-Ul-Fitr)와 알히즈라(Alhijira), 유대교의 차누카(Chanukkah)와 욤 키푸르(Yom Kippur)와 로쉬 하샤나(Rosh Hashana) 등이 금방 생각나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소집단도 자신들만의 달력행사 모임과 축제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상류층의 로열 애스컷 경마(Royal Ascot race meeting),  헨리 레가타(Henley Regatta)의 조정 경기, 윔블던(Wimbledon) 테니스 시합(이 세가지는 그냥 애스컷, 헨리, 윔블던 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등이 중요하다. 경마 행사는 애스컷에 더해 그랜드 내셔널(Grand National), 첼튼엄(Cheltenham) 페스티벌, 더비(Derby)가 있다. 고스(Goths)는 요크셔의 위트비(Whitby)에서 연차총회를 연다. 뉴 에이저 등의 다른 반문화 소집자들은 글래스톤버리(Glastonbury) 페스티벌에서 연중 모임을 연다. 현대식 드루이드(Druids)들도 하지 모임을 스톤헨지(Stonehenge)에서 연다. 문학도들은 헤이온와이(Hay on Wye)에서, 오페라 애호가는 글린드본(Glyndebourne)과 가싱턴(Garsington)에서, 개 애호가들은 크루프트(Cruft)에서, 자전거족은 피터스보로(Petersborough)에서 하는 비엠에프 쇼(BMF Show)에서, 승마족은 배드민턴(Badminton), 힉스테드(Hickstead), 호스 오브 더 이어 쇼(Horse of the Year Show)에서 각각 만난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달력행사가 소집단별로 전국에서 열린다. 추종자들에게 이런 행사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하다. 모든 학부문화 집단의 크리스마스처럼 제일 중요한 것들만 예로 들었지만, 이들 나름대로 덜 중요한 행사들도 있다.

우리의 일상에 중산 휴식을 선사하고 연중 일정을 만들어주는 이런 특별한 날, 작은 축제도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우리를 오로지 영국인이 아니라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영국인은 빡빡한 규제에서 벗어나 반드시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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