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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크리스마스 쇼핑은 영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증오한다고 할 때 떠올리는 말이다. 보통은 크리스마스 선물, 식품, 카드, 장식과 장식품 걸이 등을 산다. 어떠한 쇼핑에도 불평해야 하는 것이 남자다운 일이다. 남자들은 특히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토로하며 심하게 엄살떠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 엄살 불평이 국가적인 관습이 되어버렸다. 남녀를 막론하고 11월 초만 되면 엄살을 떨기 시작한다.
사실상, 매년 이때쯤이면 가식으로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 크리스마스를 증오하는 불문율이 있다. 그리고 18세 이상만 돼도 크리스마스를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자부심을 가진다. 심지어 자신이 흡사 처음으로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상업화되고 있는지, 혹은 그게 매년 더 빨라져서 잘못하면 8월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거라는 점을 발견한 것처럼 군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크리스마스 물가는 올라가고 거리와 상점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등, 같은 소리를 되풀이한다. 어리석게도 이것이 자신들의 새로운 생각이고 자기네들은 통찰력 있는 소수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사실 진짜 괴짜들은 크리스마스 쇼핑과 의례를 좋아하고 자신들의 이단적인 취향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그들은 사교적으로 공손해지기 위해 연례 불평불만 축제에 참여한다. 냉소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비웃는 것이 표준이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즐기는데 그 즐거움을 굳이 망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남자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많은 남자는 그가 수상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를 아주 좋아하는 우리는 그런 특이한 취향을 가진 데 사과하다시피 해야 한다. "그런데, 예. 음, 그러나 사실은 솔직히 말해 나는 유치한 장식과 사람들에게 선물 사주는 것을 좋아하고... 물론 이제는 이런 것도 별로 쿨하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선물 규칙

어느 문화인류학과 1학년 학생이라도 선물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모든 문화에서 선물은 무언가를 돌려받으리라 기대하고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쁜 행위가 아니다. 답례로 주고받는 선물은 친교의 중요한 행태이다. 심지어 어린아이에게 주는 선물도 예외가 아니다. 즉 아이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좋은 행동으로 보답하기를 기대하고 건네는 것이다. 이런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직접 주지 않는다. 그래서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마술 같은 존재, 산타 할아버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 상호답례 규칙을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건이 붙어서 오는 것이다.
영국인의 돈에 대한 거부감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이 문제에 예민한 중상층과 상류층에게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값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주 천한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에게 선물의 실제 가격을 말하거나 심지어 비싸다고 말하는 것조차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세련되지 못한 일로 여겨진다. 비록 가격을 제외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관한 불평은 허락된다. 하지만 금전적인 면에서 선물교환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꼴사납고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실제 금액은 수입과는 정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가난하거나 노동계급일수록, 특별히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일수록 비싼 것을 사서 부모가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중산층은(특히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지식인들) 여기에 대해 자신들은 성자나 되는 것처럼 혀를 찬다. 그리고 자신은 터무니없이 비싼 유기농 식품을 입에 집어넣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된 고가의 고상한 빅토리아 시대 장식품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뛰어난 분별력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연말 저녁 파티와 무질서 속의 질서 규칙

연말 저녁 파티는 대다수가 즐긴다고 인정할 정도로 솔직한 카니발식 축제다(비록 괜히 코웃음 치는 패거리들은 또 매년 같은 스타일이라며 불만을 토하지만). 이는 아주 관례적이고 기본적인 해방의식을 치르는 기분, 문화 면죄부, 합법적인 일탈, 축제에 의한 가치관 전도, 변화된 의식 상태, 파라다이스 같은 소규모 정신적 공동체 의식 등이 합쳐진 것으로, 고대 무속신앙의 풍습인 한겨울 축제의 직계혈통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기독교가 종교적인 소독과 수사학적 손질을 거쳐 정리한 것이다.
신입생 첫주간,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 등의 카니발 형태의 의례는 난잡함과 무질사함이 과장된 경향이 좀 있다. 이런 재미에 찬물을 끼얹기를 즐기는 청교도 성향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참가자들 자신이 그렇게 거칠고 난잡하게 굴러먹은 반항아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은 우리들의 연말 저녁 파티의, 주정을 핑계로 한 난잡함은 아주 질서정연한 무질서이다. 정해진 몇 가지 금기만 깰 뿐이고, 정해진 몇 가지 억제에서만 탈출하며, 기본적인 주정 부리기 예절은 여전히 살아 있다. 궁둥이라면 몰라도 성기를 보여주는 건 안 되고, 장난으로 하는 유혹은 돼도 새치는 안 되고, 야한 농담은 돼도 인종차별적인 것은 안 되고, 좀 야한 유혹이나 애무는 괜찮지만 간통 행위는 금지다. 난교는 가능하나 당신이 만일 이성애자라면 동성애는 안 되고 동성애자라면 이성애는 안 된다. 구토나 방뇨(남자라면)는 돼도 배변은 안 된다 등등.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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