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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7
스미스


 


천재 밴드의 화석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다. 글 쓰면서 느끼는 이 맥 빠지는 심정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본 컬럼의 성격상 애매모호한 글들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깊이 있는 음악적 취향을 지닌 마니아층에게 이 글들은 소금간 덜된 싱거운 음식일 것이요, 팝에 무관심한 독자들에게는 제법 맵고 짤 것이다. 마치 뚜렷한 대상을 찾지 못한 세일즈맨의 아무에게나 권유하는 쓸데없는 호객행위 같은 심정으로 이 글들을 써나가고 있다. 그런 필자의 무모한 뚝심이 가능한 이유는 팝이라는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음악의 절대적 파워에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이어폰들을 망가뜨리고 있는 팝이라는 음악의 권세를 무시할 수 있을까? 영국을 중심으로 팝을 전체적으로 통찰하려는 본 컬럼의 정체가 이 싱겁기도 하고 맵고 짜기도 한 정체불명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필자처럼 너무 싱거운 분들은 소금간을 하시고, 처음 맛보는 맵고 짠 맛에 지루한 분들은 물이라도 좀 타서 읽어주시길. 
천재는 역사의 초침을 당겨준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말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재란 어떤 식으로든 세상과의 화학작용을 일으켜 세상을 바꾸어버리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 최고의 천재는 역사를 BC(탄생 전)와 AD(죽음 후)로 나누어버린, 물을 포도주 속으로 흐르게 한 남자다. 밴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 줄 수 있다면, ‘천재밴드’라는 용어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밴드 중에서 천재밴드라는 용어가 가장 걸 맞는 밴드는 단연 스미스(The Smiths)다. 역동적이고 거친 남자의 도시 맨체스터에서 탄생한 스미스는 82년부터 87년까지 활동한 4인조 락 밴드다. 그 짧은 오 년 동안 스미스는 천재가 아니라면 도저히 하기 힘든 너무도 많은 업적을 쌓았다. 그들이 발표한 정규 앨범 네 장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영국의 평론가들로부터 받아 냈다. 인디 밴드로서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며 비주류인 인디음악의 위력을 입증했으며, 영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진정한 얼터너티브 락 밴드로 평가 받는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90년대 밴드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밴드로 인정받고 있다. 
82년, 스미스는 80년대 영국 락 최고의 만남으로 결성되었다. 보컬이자 작사를 담당했던 모리세이(Morrisey, 1959~ )와 작곡을 담당했던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 1963~ )다. 60년대 초반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비틀스), 그리고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롤링 스톤스)의 만남 이후 이십 년 만에 이루어진 굵은 만남이다. 모리세이는 약간 이상한 문학청년이었다. 다분히 골방 속의 천재 스타일이었던 모리세이는 ‘제임스딘은 죽지 않았다’라는 볼품 없는 작은 책을 낸 작가였으며, 음악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오스카 와일드에 빠진 청년이었으고, 미국의 전설적 펑크 밴드 뉴욕돌스(New York Dolls)의 영국 팬클럽 회장을 지낸바 있었다. 조니 마는 찰랑거리는 물결 같은 기타음을 바탕으로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락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80년대 이후 영국 락 기타리스트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다. 우연히 모리세이의 보컬을 들은 조니 마가 모리세이의 집을 찾아가 그를 설득하여 함께 밴드를 하게 되는데 둘 사이에는 숙명적인 동질성이 존재했다. 아일랜드 이민 가정에서 카톨릭적인 분위기를 경험한 태생적 동질성이다. 아일랜드 인을 외국인으로 차별하는 영국의 분위기를 그들은 온몸 가득 경험한 인물들이었다.
펑크의 공허한 외침보다 한결 세련되게 보였던 그들의 음악은 펑크의 대안처럼, 새로운 희망처럼 영국 음악계를 설득하였다. 사실 모리세이는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인물은 아니었다. 그의 보컬은 오히려 수줍은 한 우울한 청년의 읊조림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읊조림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여덟 살 때부터 오스카 와일드에 매료되었던 한 문학청년의 번뇌와 반항심이 순도 높은 진정성으로 표출된 분노였다. 그것은 수많은 펑크밴드들이 외쳤던 사회의 모순에 대한 직설적 반항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고뇌한 자만이 떠들 수 있는 문학적 외침 같았다고나 할까? 그들의 음악이 대중보다도 음악계에서 폭발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그런 그들의 독창적 반항의 수준 때문이었다고 보고 싶다. 스미스는 영국 음악계의 열렬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80년대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 되지 않았다. 역시 그들의 미국활동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서야 국내에도 본격적인 마니아층이 형성된 밴드가 스미스다. 87년 해체 후 모리세이는 솔로로 활동하며 영국의 대표적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조니 마는 조용히 세션활동을 하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80년대 영국 락의 예민한 성감대를 보여주는 출중한 기록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표적 천재밴드의 화석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영국락의 셰익스피어’라고 표현했던 모리세이 전성기의 가사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소개해 본다. 젊은 모리세이의 기발한 반항은 이런 식이었다.             
“너무나 심한 고독감에/ 남아있는 욕망이란 단지 죽음뿐인/ 그 사람들을 네가 비웃을 때/ 미안하지만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아...(The Joke Isn’t Funny Anymore)” 
“이 세상의 모든 좀도둑들이여/ 궐기하라/ 뭉치라, 장악하라/ 이 세상을 접수하라...(Shoplifters Of The World Unite)” 
“공동묘지 문 앞에서 너를 만난다/ 키이츠, 예이츠랑 한 팀이 된 너/ 하지만 넌 나를 이길 수 없을 걸/ 내 옆엔 오스카 와일드가 있으니까...(Cemetery Gates)”
“오늘 밤 외출하고 싶은데/ 입을만한 옷이 하나도 없어/ 너처럼 잘 생긴 남자가 그런 걸 고민해야 하는 세상, 끔찍해!...(This Charming Man)”
“그렇게 잘생기고 인기 있는 데/ 왜 오늘 밤 네 곁에는 아무도 없지?/ 난 알지롱/ 왜냐면 오늘밤은 다른 밤과 똑 같은 밤일 뿐이니까...(I Know It’s Over)”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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