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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6
핑크 플로이드


 


실험정신의 상징적 신화
런던에서 만들어진 앨범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무엇일까? 비틀스의 <에비 로드(69)>나 <페퍼 상사(67)>가 아니다. 레드 제플린의 <레드제플린 4(71)>나 <하우스 오브 홀리(73)>도 아니다. 스파이스 걸스의 <스파이스(96)>도, 죠지 마이클의 <페이스(87)>도, 다이어 스트레이트스의 <브라더 인 암스(85)>도 아니다. 런던에서 레코딩 된 수많은 앨범 중에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뜻밖에 핑크 플로이드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73)>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조금 놀라줄 필요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그 특이한 이름의 밴드가 누구인지를 짐작만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어렵고 난해한 프로그레시브락(Progressive Rock, 줄여서 프록)의 대표적 밴드다. 진보적이라는 미명아래 클래식, 재즈 같은 락에 반하는 선율과 난해한 현대시 같은 가사를 추구했던 음악이 프로그레시브다. 대중성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특정 마니아들에게 어울리는 깊이의 음악이다. 프록 밴드였던 핑크 플로이드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이 무려 700주 이상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렀다는 것은 팝계의 불가사의한 신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신화가 만들어졌던 것일까? 
핑크 플로이드는 60년대 중반 런던의 대학생들이 만들어낸 밴드에서 유래한다. 로저 워터스(베이스), 닉 메이슨(드럼), 리처드 라이트(키보드)등으로 구성된 밴드였다. 여기에 영국 락 최고의 천재 아이콘인 시드 배릿(1946~2006)이 가세하게 되면서 런던의 중요한 밴드로 성장한다. 그들의 이름 핑크 플로이드는 미국의 남동부에서 활동했던 흑인 블루스 뮤지션 두 명의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핑크 앤더슨(Pink Anderson, 1900~74)과 프로이드 카운실(Floyd Council, 1911~76).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도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세대였다. 그들은 초창기 런던의 대표적 사이키델릭(Pcychydelic Rock) 밴드였다. 물론 당시의 음악적 리더였던 시드 배릿의 영향이다. 사이키델릭은 미국에서 발생한 락의 한 장르로 히피정신과 미약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자유로운 성향의 락 음악이다. 사이키의 음악적 성격을 우리는 ‘몽환적’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필자가 반감을 지니고 있는 용어가 몽환이라는 단어다. (다른 단어가 없을까?) 사이키델릭은 우리나라에 대단한 거장을 한 명 탄생시켜준 락 장르이기도 하다. 바로 사이키델릭의 장인 신중현이다.
광기와 통찰력을 지닌 시드 배릿은 핑크 플로이드를 최고의 밴드로 만들어낸 천재였지만, 심각한 약물중독으로 밴드의 리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드 배릿은 천문학적인 관심을 드러내면서 이후 락이 우주를 테마로 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낸 인물의 하나다. 불성실한 리더에 지친 나머지 밴드 멤버들이 시드 배릿을 대체할 기타리스트를 찾게 되었고, 68년 데이브 길모어를 영입하게 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시드 배릿이 밴드를 떠나면서 핑크 플로이드는 당시의 첨단 락이었던 프록의 성향을 갖게 된다. <예스> <제네시스> <제트로 털> <킹 크림슨>등 당대 최고의 영국 프록 밴드들 중에서도 핑크 플로이드는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실험적이고 난해했지만, 사회와 연결된 어떤 끈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싶다. 그들은 철학적인 가사로 대중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도, 레코드 업계를 비판하는 등 현실적 음악성을 보여주었다.
73년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을 발표하면서 그들은 락의 지도를 바뀌어 버린다. ‘인간의 광기’라는 다분히 옛 리더 시드 배릿을 추억하는 듯한 주제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서 그들은 당시의 첨단 악기들을 사용하여 변해가는 인류 문명에 대한 락 음악적인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 앨범의 엄청난 성공으로 밴드의 주도권은 작사를 담당했던 로저 워터스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이 앨범으로 핑크 플로이드는 미국에서도 최고의 히트 밴드가 되었으며 현대의 첨단에 서 있는 락 음악의 상징적인 밴드가 되었다. 이 앨범이 로저 워터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앨범 성공의 또 하나의 요인으로 기타리스트 데이브 길모어의 블루지한 기타사운드를 꼽고 싶다. 비판적이며 미래지향적이었던 그들의 음악에 가장 인간미 넘치는 블루스가 살아 있었다는 것은 세계가 그들을 신뢰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 같은 것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싶다.
이후 <위시 워 유 히어(75)> <애니멀(77)> <더 월(79)> 등의 앨범을 연속 히트시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컨셉 앨범 <위시 워 유 히어>는 필자의 취향으로는 그들 최고의 명반이다. 핑크라는 가상 인물의 일생을 표현한 락 오페라 형식의 컨셉 앨범 <더 월>은 로저 워터스의 개인사가 반영된 앨범으로, 현대인과 세상 사이의 벽을 상징하는 음악적 주제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였다. 승승장구하던 핑크 플로이드는 1983년 <더 파이널 컷>을 발표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리더였던 로저 워터스가 멤버들과의 불화로 솔로로 나서며 밴드를 탈퇴하는데, 밴드 이름의 사용권을 두고 나머지 멤버들과 법정투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핑크 플로이드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으로 결말지어지며 핑크 플로이드는 기타리스트 데이브 길모어를 중심으로 계속 활동하게 되었다. 몇 년 전 그들의 화해를 염원했던 전세계 수많은 팬들의 기대대로 로저 워터스와 핑크 플로이드의 합동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핑크 플로이드는 프로그레시브락이라는 어려운 장르로 세계적 히트를 이루어낸 기적적인 밴드이자 락사상 최고의 거물 밴드의 하나다. 그들이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미래지향적이었던 그들의 음악이 지니고 있던 폭넓은 음악적 저력 때문이다. 철학적이지만 확고히 현실을 보고 있는듯한 가사, 사이키나 블루스가 지니고 있던 자유로운 영혼이나 인간미를 내재한 음악적 풍성함, 첨단장치를 사용해 빛의 오묘함을 보여준 무대장치 등 그들은 락의 실험정신의 상징적 신화로 존재한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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