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5
펍락(Pub Rock)

 

소박한 진정성의 음악
영국이 선진국으로서 자격을 갖춘 이유의 하나는 ‘통일성’에 있다. 과거의 부귀 영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국의 시골에서 발견하게 되는 압도적으로 높은 도로 포장율도 그렇지만, 어느 시골에도 도시 못지 않은 주택들이 존재하는 것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성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그런 차원에서 영국의 대표적 문제점이 사립학교라는 것은 영국 스스로도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약 8퍼센트의 학생들이 다니는 사립학교가 영국을 지배하고 있다. 역대 수상들은 거의 다 사립학교 출신이며, 심지어 올림픽의 메달리스트들도 대부분 사립학교 출신이다. 사립학교의 심도 있는 엘리트 교육은 영국의 일반인은 꿈도 꾸지 않는 별천지에 해당한다. 여기서 ‘꿈도 꾸지 않는’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인들이 도저히 자신 인생에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립학교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의 부끄러운 비극에 해당한다. 사립학교를 꿈꾸는 것은 영국 사회에서는 반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반동은 팔자 좋게 귀족 가문에 태어났다든지, 돈이 자신을 자꾸 따라다녀 돈이 귀찮은 일부 계층이 행할 수 있을 뿐이다. 아니면 내 자식만은 나보다 훨씬 잘살기를 희망하는 후진국형 사고방식을 지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무모한 모험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무모한 모험은 보이지 않게 영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악(?)이 되어 버렸다.  
영국의 술집 형태를 지배하고 있는 펍(Pub)은 영국의 통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로마 시대의 주막 형태에서 유래하여 발전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식 선술집 펍은 영국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통일성 넘치는 술집형태다. 생맥주가 있고, 취기가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누구나 비슷한 스타일의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영국의 숨겨진 자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사귀기 힘든 영국식 사회풍토에서 선불로 산 생맥주 한잔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 펍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통일성 속에 다양함을 포용하고 있는 곳답게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연주되는 곳이 펍이다. 20세기 미국의 대중음악인 팝이 영국에 들어 오면서 영국의 선술집 펍에서도 팝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팝이 소개된 이후 팝의 뿌리인 재즈나 블루스가 영국에 소개되고 영국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된다. 로큰롤이 발전하여 락이라는 이름으로 팝의 주도권을 쥐게 되자 영국의 펍에서도 락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특히 60년대 영국의 젊은이들이 열렬히 사랑하던 미국의 흑인 음악 블루스와 락을 섞은 음악 <블루스락>은 펍의 중요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영국의 펍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만들어진 락의 장르의 하나가 <펍락(Pub Rock)>이라는 것이다. 펍락은 당시 대세를 이루던 하드락이나 그렘락, 프로그레시브락에 대한 반동으로 이루어진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커다란 공연장을 필요로 하는 하드락의 성격이나, 심각한 골방에서 음미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레시브와는 맞지 않는 펍이라는 선술집의 속성이 반영된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70년대 중반 영국에서 펑크(Punk)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도 펍락이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펑크는 펍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연주되기에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펍락은 그 경계선이 애매한 음악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영국에서 펍락이 형성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뮤지션은 미국의 컨트리락 밴드 <에그 오버 이지(Egg Over Easy)>라고 알려져 있다. 1971년 레코드 작업 차 방문했던 그들이 런던 캠든의 어느 펍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에 고무된 영국의 많은 밴드들이 펍락이라는 음악적 동질성을 찾아내게 되었다. <닥터 필굿> <브린슬리 슈와즈> 같은 밴드들이다. 블루스락이나 컨트리락 같은 음악을 하던 그들은 펍에서의 소규모 공연에 맞는 자신의 음악 형태를 발전시켜 영국의 선술집을 빛낸 밴드들이다. 시기적으로 펑크 밴드들이 득세하게 되면서 <엘비스 코스텔로> <스트랭글러스> <에디 앤더 핫 로드스> 같은 펑크 뮤지션들이 펍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고, <코코모>같은 흑인 음악을 하던 밴드들도 이에 동참하게 된다. 펍락은 음악의 내용적 성격을 규명하는 용어가 아니라, 펍이라는 작고 소박한 선술집을 무대로 하는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다. 락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60년대의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소박한 락의 형태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 70년대 런던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던 펍락이다. 팝이 라디오 시대에 만들어져 다양하고 폭넓은 계층에게 한꺼번에 들리는 특성을 지니는 대량화 시대의 산물인 데 반해, 펍락은 소규모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음악사적으로 펍락은 70년대에 영국의 펍에서 잠깐 유행하였던 락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필자는 영국식 선술집인 펍에서 연주되는 모든 음악형태를 펍락이라고 부르고 싶다. 블루스, 재즈, 소울, 컨트리, 포크, 레게, 펑크 등 소규모 공연이 적합한 모든 형태의 음악이 펍에서 연주되는 경우, 그것을 펍락이라고 지칭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필자의 제 2의 고향인 뉴몰든을 중심으로 근처의 수많은 라이브 펍을 순례하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서 수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았다. 대부분 로컬 뮤지션들인 그들은 음악으로 인생을 탕진한, 어찌 보면 불행한 음악쟁이들이었지만, 그들 중에는 제프던이나 존스칠드런 같은 영국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도 많았다. 그들의 음악에서 나는 장르나 성격을 초월한 음악의 순수한 진정성의 힘 같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펍들에서 엄청난 음악적 지식을 지닌 영국의 마니아들을 만나고 감동하였다. 쿰힐(필자의 인터넷상의 아이디)이 사부님이라고 부를 만한 그들의 음악 사랑의 힘을 느끼며, 절망하고 희망하였다. 펍에서 연주되는 소박한 소규모 음악들이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연주되는 대형 공연보다 조금도 열등해 보이지 않았다. 필자에게 펍락은 진정한 음악의 생명력을 가르쳐준 스승인 셈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05 목회자 칼럼- 9. 창조의 사역이란 무엇인가? - (1) hherald 2014.11.03
804 목회자 칼럼- 8. 하나님은 그의 작정을 어떻게 실행하십니까? - (2) hherald 2014.11.03
803 헬스 벨 - 움직여야 산다 hherald 2014.11.03
802 부동산 상식- 보증금보호증서와보상처리문제 hherald 2014.11.03
801 이민 칼럼- 비자연장시 영어성적과 여권재발급 문제 hherald 2014.11.03
800 온고지신-ㅡ공자님 식단 hherald 2014.11.03
799 목회자 칼럼- - 8. 하나님은 그의 작정을 어떻게 실행하십니까? - (1) hherald 2014.10.20
798 부동산 상식- 2달 후에 만기가 되는 임대차 계약의 렌트비를 인상 hherald 2014.10.20
797 온고지신 - 매일 법(法)! 법! 법! hherald 2014.10.20
796 교육칼럼- 입시전략 시리즈 (9) 재외국민 12년 특별전형 hherald 2014.10.20
795 이민칼럼- T2G동반 영국서 추가여부와 영국출생아이 hherald 2014.10.20
794 영국축구출필곡 반필면- 첼시의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 EPL 흥행 보증수표 hherald 2014.10.20
793 헬스 벨- 야채, 전략적으로 섭취한다. hherald 2014.10.13
792 부동산 상식- 집주인의 Deposit Protection 의무는 무엇인가요? hherald 2014.10.13
791 온고지신- 사람 기다림이 가장 어렵다 hherald 2014.10.13
790 이민칼럼- 영국인 배우자 EEA퍼밋 가능여부 hherald 2014.10.13
789 영국축구출필곡 반필면-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지소연의 첼시 레이디스 마지막 경기 hherald 2014.10.13
788 온고지신- 왜! 소릴 질러 hherald 2014.10.06
787 목회자 칼럼- 7. 하나님의 작정(예정)은 무엇인가? (2) hherald 2014.10.06
786 교육칼럼- 입시전략 시리즈 (8) 201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변화 hherald 2014.10.0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