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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조선 선조때 정철은 윤선도, 박인로와 함께 국문학사에서 3대 시인으로 불리는데 인생 영욕에 따라 많은 시작품을 남긴 이로 그래도 마음을 달래는 데는 그저 한잔 한잔이 제일 이였나 보다.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챌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한석봉은 조선 최고의 서예가로 천재적 재능에다 피나는 수련으로 경지에 올랐지만, 어려서는 돈이 없어 서당은 커녕 먹과 종이도 살 수가 없어 절로 보내져 공부하게 되었다. 4년 후,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밤에 몰래 빠져나와서 더 배울 것이 없다하자 어머니는 불을 끈 어두운 방에서 자신은 칼로 떡을 썰고 석봉이는 글씨를 쓰게 하니 어머니가 썬 떡은 일정하여 보기 좋으나 글씨는 제각각으로 모양이 흉하니 어머니는 크게 꾸짖으며 눈을 감고도 글씨를 쓸 수 있기 전까지는 집에 올 생각도 말라며 돌려보내 공부시켰다고 한다. 박주나 산채일망정 없다하지 말고 가져오라는 것을 보면 달빛아래 낙엽에 앉아 머리를 식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히 도인들의 경지를 느낀다. 음도 양도 아닌 반음반양의 중도를 걸어야 인생도 편할 것 같다. 큰 인물들의 족적을 보면 중용의 길을 보는 것 같다. 한잔을 하더라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생긴 대로

욕심 많은 사람은 음인(陰人)에 속한다. 대개 살찐 이들로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고요하며, 품위도 있고, 중후하며, 속이 깊고, 점잖고 부드러운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말수도 적고, 욕심도 많고, 남에게 줄줄도 모르고, 이기적이며, 봉사나 희생이란 단어하고는 남남이며, 챙기려나하고, 사촌이 땅을 사도 축하보다는 배가 아픈 이들이나, 음흉하고, 인색하고, 감정을 숨기며, 얼굴이 두꺼운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음인의 정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양인(陽人)에 대하여는 음인과 반대이니 알아서 추측하기로 하자. 그런데 욕심쟁이 음인이 웬일인지 남에게 무엇인가를 퍼주고 있다하자. 아마도 이 소식을 들은 사람 모두 제각각 ‘무슨 일 있는가’하고 이상한 눈으로 볼 것이다. 물론 사람이 어떤 상황이 되어 180도 변하는 경우는 있다. 개과천선(改過遷善-과오를 고쳐 착하게 돌아오는 것)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보기 힘들다. 하던 짓하고 살면 주위의 많은 이들이 편해진다. 가면을 쓰고 활동을 하면 비상이 걸린다. 음병에 음증이 안 나타나고 양증이 오면 의사를 피곤하게 만든다. 생긴 대로 살자.

효자 양학선

현대에는 병명도 많다. 앞으로도 새로 생기는 병명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의사도 매일 나오는 것 다 외울 수도 없다. 자기 분야에서 조차도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의학 뿐만이 아니라 전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전자나 기계를 비롯하여 자랑스런 우리의 런던올림픽이 낳은 효자 양학선의 체조의 도마에서의 단 2초간 공중에서 펼쳐지는 동작에도 ‘양1’이라 불리는 나름대로의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가는 세상에서는 분석적인 방법으로 교육받을 수밖에 없고 한없이 갈라지는 관점에서 세상을 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에 필요한 논술도 그렇고, 요즘 문제가 되는 담임선생님의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도 평가의 기준은 이 관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수학적인 연역법과 자연과학적인 귀납법 중에 어느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익숙하고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계속 진행되는 물질문명의 발달 속에서는 진화론적인 이론체계가 훨씬 더 합리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무슨 말인지 자세히 다 모르니 더 이상 쓸 수도 없지만, 거짓의 뜻을 가진 가(假)자가 들어가는 병명에 대해 알아보자.

가면무도회

현대의학에서 '가면(假面)질환'이라 불리는 병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거나 주증상이 다른 병에 가려있는 경우다. 가면고혈압, 가면우울증, 가면저혈당 등이 대표적으로 증상이 없어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큰데, 이는 제대로 진단을 받지 않았거나 병에 대한 나쁜 인식이 있거나 거부감이 클 때 생긴단다. 예로 가면고혈압이란 평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진료시에 긴장해서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고혈압'이라 불리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병원에서의 측정은 정상혈압인데 사실 고혈압인 경우다.
가면저혈당은 저혈당무감지증으로 저혈당시에 나타나는 식은땀, 불안감, 떨림, 초조함, 어지러움, 피곤함, 과민, 집중력 저하, 혼란 같은 증상을 느껴야 사탕을 먹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데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의식저하나 혼수가 바로 올 수 있는 경우다. 병도 가면을 쓰는데 가면무도회는 어떨까? 예비군복만 입혀놔도 생난리를 치는데 가면을 쓰면 아마도 한 순간에 뇌구조가 다 바뀔 것이다. 누군가 이런 것도 연구해서 언젠가는 발표하겠지만.

영국서울 한의원 박사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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