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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결혼식

hherald 2012.10.15 19:05 조회 수 : 1212



결혼식 

이 장의 서두에서 나는 영국 결혼식에는 서구 다른 나라에서 온 방문객이 보기에도 특이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결혼식 바로 전날 밤 신랑과 친구들이 모여 독신의 마지막 밤을 만끽하려고 벌이는 총각파티로부터(미국에서는 이를 독신자 혹은 독신녀 파티라 부른다) 시작해서 교회에서 하는 정식 결혼식이든, 구청에서 혼인식고 서류에 서명하는 것으로 끝나는 약식 결혼식이든, 결혼 연회에는 언제나 샴페인,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웨딩 케이크, 신부 들러리(선택 사양), 신랑 들러리, 축한 연설, 특별 음식, 술, 춤추기(선택 사양), 가족 사이의 긴장과 말싸움(거의 의무 사항) 등이 따른다. 영국인 결혼식은 현대 서구인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보면 진기한 부족 결혼식 절차와 아주 비슷하다. 외관상 차이를 제외하면 헤네프의 기본적인 통과의례의 세 단계인 분리, 전환, 합체를 거친다. 사람들은 의례를 갖추어 한 사회의 문화나 생활습관 범위를 떠나 다음 단계로 옮겨 간다. 
영국인은 약혼식의 경우 다른 문화권보다 덜 법석을 떤다. 일부 사회에서는 약혼식이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행사일 수도 있다(아마도 이를 보상하기 위해 총각파티를 거창하게 하는 모양이다.때로는 약혼식을 결혼식보다 훨씬 더 길게 축제처럼 거행하는 경우도 많다).
드브렛은 예절 규범에서는 좀 염세적으로 '약혼식은 두 가족이 친하게 되어 가능하면 빨리, 부드럽게, 어려움과 차이점을 극복하자는 뜻이 담긴 의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영국인의 결혼식에 대한 태도를 많이 말해준다. 결혼식이란 즐거운 행사여야 한다. 그러나 통상 불평 한탄하는 영국의 관습에 따르면, 우리는 이를 수난으로 여겨 위험과 어려움이 가득한 행사라고 본다(혹은 절대 쾌활하지 않은 드브렛에 의하면 '사회계급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지뢰밭이고, 세부 계획을 짜는 주최자 입장에는 악몽같은 것'이며 '좋게 본다 해도 두 가족 사이의 긴장 요인'이다). 무언가 크게 잘못될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건 엄청 불쾌해 할 듯도 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마술처럼 억제를 벗어난다는 그 믿음 때문에 공손하고 즐거운 연회 분위기가 누군가에 의해 깨어질수도 있다. 결국은 서로 피할 수 없는 가족들의 긴장이 폭발해 꼴사나운 눈물과 언쟁이 터져나온다. 비록 그날은 모두들 참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불평과 비난이 나온다. 어떤 경우든 아무리 좋게 보아도 모든 의례 절차가 상당히 난처하리라고 우리는 예상한다.

돈 얘기 금기 규칙

대개 그렇긴 하지만 특히 결혼식은 원래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두 배로 난처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사랑과 결혼은 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관계된 어떠한 일이라도 돈 얘기를 하면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면 신랑은 몇 달 월급을 털어 약혼반지를 준비한다(미국의 경우는 두 배 혹은 그 이상 돈을 들인다. 약혼반지는 부양자의 경제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얼마짜리인지를 물어보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주위 사람들이 나름대로 추측하데 보석과 장식을 총해 값을 가늠한다. 오로지 신랑만이(혹은 그의 은행 매니저도) 정확한 가격을 알아야 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천박한 신랑만이 값비싼 예물을 뽐내거나 불평을 한다.
전통적으로 결혼식 비용은 신부측 부모가 부담한다. 그러나 다들 늦게 결혼하는 오늘날엔 신랑 신부와 조부모 혹은 친척들이 분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경비를 냈든 간에 신랑은 항상 공식 인사에서 장인 장모에게 이렇게 훌륭한 파티를 열어주셔서 (혹은 다른 적당한 말로 완곡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물론 돈이나 지불 같은 단어는 쓰지 않는다. 만일 신랑 부모, 조부모, 숙부 등이 샴페인, 신혼여행비 등을 지불했다면, 그들은 이런 것을 '제공하셨다' 혹은 '주셨다'는 식으로 밝힌다. '지불했다'라는 말은 돈을 뜻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우리는 물론 돈이 연관돼 있는 줄 알지만 거기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것은 좋은 매너가 아니다. 또 하나의 영국인 위선이다. 이 공손한 완곡화법으로 숱한 돈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누가 무엇을 냈고 불필요하게 마구 돈을 썼다느니 하는 소란스러운 불만이 들끓는다. 만일 당신 형편이 어렵다면 딸의 결혼식의 호화롭게 올려주려고 자신을 곤궁에 빠뜨릴 필요는 없다. 이 경우 다른 문화권에서는 좋은 인상을 주겠지만, 영국인은 쓸데없이 허세를 부렸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왜 수수하게 식을 치르지 않았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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