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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8 블랙 사바스

hherald 2012.10.02 16:46 조회 수 : 1520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8 블랙 사바스

메탈 공장 공장장 


금년 봄 여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벌어졌던 해프닝을 기억한다. 국내 기독교 단체들이 레이디 가가의 음악성이 지극히 반성경적이고 퇴폐적이라며 공연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이다. 김 새는 일이다. 

국내 기독교 단체들은 할 일이 없어도 참 어지간히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의 적극적인 무식함의 표출에 심심한 유감을 표하고 싶다. 예술의 표현자유란 종교의 자유와 동등한 위도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래도 모르고 있지 싶다. 

범위를 대중예술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대`중 예술이란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모방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집단 무의식의 표현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대중예술인들이란 자신의 상품화된 작품을 어떻게든 히트시켜 명예와 부를 누려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종자들이다. 레이디 가가의 정신 상태가 역겨운 수준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녀의 작품 내용은 어디까지나 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면 그뿐인 상품일 뿐이다. 

그렇게까지 오매불망 국가를 걱정하는 애국적인 국내 기독교 단체들이 왜 피의 학살을 일삼은 독재정권에는 순종하였는지 묻고 싶다. 말석의 기독교인인 필자로서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무고한 국민들을 죽인 독재가 성경적이라는 상상을 코딱지 사촌언니만큼도 할 수 없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성경적인가? 우리는 한 맺힌 출세주의자들 같다. 싸이의 세계적인 출세를 마치 한국의 출세로 착각하고 그저 자랑스러워만 하고 있다. ‘강남 스타일’은 선정적이고 물질만능의 대한민국 실상을 보여준 상업적 후크 송(Hook Song)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은 비록 반 성경적이지만 현재의 한국 문화가 정직하게 세계에 보여준 우리의 모습일 뿐이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강남 스타일’에 대한 본 컬럼의 입장은 자랑스러움 오분의 일, 부끄러움 오분의 사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런 변태적인 서설이 등장한 이유는 오늘의 뮤지션이 반기독교적이라는 비난에 익숙한 헤비메탈의 선구자 ‘블랙사바스’이기 때문이다. 1969년 탄생한 나쁜 남자들 블랙사바스(Black Sabbath)는 불경스런 이름처럼 불경스러운 음악을 이 세상에 던지려고 작정하고 탄생한다.

버밍햄 출신의 악동 네 명이 모였다. 블랙사비스의 수호신같은 인물,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왼손잡이 기타리스트가 되는 이태리 피가 석인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와 메탈 보컬의 교과서를 제시한 양아치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주축이었다. 베이스 주자였던 테리 버틀러(Terry Buttler)는 밴드 이름을 고안했으며 블랙사바스의 악마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검은 안식일’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창작이 아니라 공포영화의 제목에서 차용한 것이다. 카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풋내기 악동들의 치기 어린 아이디어 하나가 이후 메탈의 진로를 제시하게 된 것은 정말 웃지 못할 세상사의 블랙 코메디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공포스럽고 칙칙한 분위기로 포장하기 시작하였으며,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을 어둡고 음침한 공포의 골짜기로 끌고 간 원흉이 되었다. 셀프타이틀 데뷰 앨범(1970)의 성공 이후 같은 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의 대박으로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이상한 탈출구를 제시하며 세계적인 밴드가 된다. 메탈 1세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이후 끝없는 논란 속에 블랙사바스는 뜨거운 감자처럼 존재한다.

평단의 찬사를 받은 음악적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부모들과 선생들의 저주의 대상이 된다. 어둡고 퇴폐적인 음악에 빠진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 속에서 락 음악에 대한 저주가 싹트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블랙사바스의 음악에 경도된 청소년들의 자살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음악은 ‘백분토론’의 단골 주제가 되기도 하였다.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나 레이디 가가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극도로 위악화하여 성공하려는 뮤지션들의 롤 모델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필자는 그런 악마주의를 지향하는 뮤지션들에게서 일종의 연민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블랙 코메디를 볼 때처럼 웃음이 나기도 한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니 얼마나 뜨고 싶었으면 저런 유치한 몸짓으로 살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음악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음악을 현실과 혼동하는 감상자들의 나약한 문화의식이라는 점이다. 포르노가 존재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포르노를 현실로 만들려는 무모함인 것처럼 말이다. 작금 넘치는 우리의 성범죄 소식은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78년 오지 오스본이 탈퇴하면서 미국인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가 보컬을 맡게 되고 80년 필자의 생각에는 그들의 마지막 수작 앨범인 을 발표한다. 이후 라이벌이었던 딥퍼플의 멤버였던 이언 길런, 글렌 휴즈 등이 밴드를 거쳐 간다. 양아치(나는 이 용어가 그에게 썩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지 오스본은 탈퇴 후 솔로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성공의 커다란 조력자는 지금은 오스본 못지 않은 유명인사가 된 그의 아내 샤론 오스본이다. 

블랙 사바스의 매니저의 딸이었던 그녀는 양아치 오스본과 자신을 영국의 손꼽히는 부자로 만들어낸 여걸이다. 그들 가족의 이상한 생활 모습은 <오스본스>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그녀는 또한 <엑스 펙터>의 감수성 넘치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복잡하게 파생된 <블랙 메탈> <데쓰 메탈> <슬럿지 메탈> <둠 메탈> 등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밴드가 바로 블랙사바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그들의 노래는 같은 조용한 발라드 넘버들이다. 

같은 폭발적 파워의 대표 곡들이 아니라, 싱글 뒷면에 구색 맞추기로 발표했던 조용한 곡들이다. 일단 그들의 퇴폐적 성향이 국내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싶다.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이 지켜낸 씁쓸한 유보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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