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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콜링.JPG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29

명반 리뷰/런던 콜링(London Calling)

 

런던에서 나온 명반 중 몇 개 정도는 소개하는 것이 본 컬럼의 매너라고 생각되었다. 런던과 영국 음악을 이해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될만한, 그러면서도 음악적으로 성공적인 표현을 이루어낸 앨범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특별한 순서를 두지는 않겠다. 이 뭉툭한 컬럼으로서는 팝을 많이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특별하고 날선 서비스인 셈이다.

눈부신 착용감, 착 붙는 디자인

앨범명 London Calling(1979)/ 아티스트 Clash/ 장르/ Punk Rock/ 발매사 CBS

 

대중음악인 락에서 사회성과 예술성을 함께 찾는 것은 대단히 무모한 발상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 그 발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기적은 우리 생에게 주어지는 덤 같은 존재다. 1979, 런던에 그런 기적이 임했다. 이 엘비스를 흉내 낸 쟈켓 디자인의 앨범은 폭력과 사랑이 너덜거리며 어우러진 누더기 도시 런던을 침묵의 매너리즘으로 인도하였다. 한동안 런던은 행복했을 것이다. 자신이 누더기임을 알아차린 런던의 도저한 기쁨이 차링크로스를 중심으로 울려 퍼졌다. 이 앨범에는 짜증날 정도로 너무도 많은 게 들어 있다. 우선 현실이라는 쇳소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짬뽕이라는 크로스오버가 들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간과 음악과 풍자와 저주와 희망이 들어 있다. 시간이 들어 있다는 것, 물론 자기 시간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자기만의 시간이 들어 있는 앨범을 찾기란, 매우, 상당히, 지독히 어려운 일이 속한다. 나는 과거의 거대한 슬픔을 부르는 흑인 음악을 존경하지만, 자신은 쏙 빠지고 이상한 시간을 조합하는 황당한 프록의 시간들도 미워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옹골차게 직시하는 밴모리슨의 음들을 사랑하듯이 이 조 스트러머(Joe Strummer)라는 한 영국 젊은이가 주동이 된 시간, 제 시간, 파탄의 경지를 사랑한다.

60년대 후반의 치열한 자기 성찰을 경험한 락이라는 무생물은 70년대 들어 팝이라는 주인 집 아들과 놀며 심한 열등감을 경험한다. 상업성이라는 잣대의 탐욕으로 무장한 팝의 권력 앞에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영어의 야심찬 역모와 궤를 같이 하였다. 설상가상, 디스코라는 우스꽝스러운 춤이 지구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춤이 되고 락은 팝이라는 공룡에게 잡혀 먹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펑크(Punk)는 궤멸 직전의 락을 극적으로 구해낸 꽹과리 부대, 중공군이었다. 런던은 기꺼이 그 작전 기지가 되었다. 영국이라는 섬나라의 이점이었다. 방대한 미국의 어수선함이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집중력이었다. 당시 런던에서는 펑크가 대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70년대 런던의 펑크를 이상한 양아치들의 음악 정도로 생각한다면, 한참 오산이다. 당시 런던의 펑크는 첨단이었다. 실력 있다면, 펑크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펑크의 물결이 몇 년 런던을 휘감고 난 후 나온 걸작 앨범이 바로 <런던콜링>이다. 따라서 이 앨범을 펑크의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70년대의 런던을 음악적으로 완성시킨 맞춤표라고 부르면 어떨까?

시대란 것은 이상하리만치 정확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어서, 시대란 것은 언제나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음악을 듣기 원하는 영물스러운 짐승이다. 변태적인 귀족들의 탐욕을 채워주던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직함을 누리며, 흡사 오마주(Hommage)처럼 모든 음악의 예술성을 지배하다가 오늘날 추하게 널브러져 있듯이, 오랫동안 흑인들의 블루스가 잠재된 유혹이었다가 재즈라는 보다 애매모호한 장르가 발전하자 어리버리한 백인들이 재즈에 줄 섰듯이, (흑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게 음악이었던가!), 포크가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마을회관의 죽돌이였다가 전기기타를 잡고나서 겁나게 미쳐버렸듯이, 블루스가 공옥진의 병신춤처럼 러시아의 서커스처럼 대박 히트하고 나서 메탈이라는 쇳소리를 부추겨 세계를 평정했듯이, 프록과 메탈이 변태적인 광대 놀음에 집착하여 환락에 빠져 미아가 되었을 때, 펑크는 등장한 것이다. 바로 그 시대의 타당성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모든 음악의 암묵적인 신성한 의무이다. (과연 이 시대 대한민국에 필요한 음악은 무엇일까?)

이 앨범은 펑크의 집약된 양식으로 얼마나 많은 걸 포용할 수 있느냐를 실험한 대단히 실험적인 음악이다. 그래서 또하나의 흑인 음악이었던 자메이카 음악을 그리워하고, 뿌리에의 집착처럼 록커빌리를 찾고, 펑크(Funk)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물론 음악의 본질을 되새기며 춤도 춘다. 수록곡들에 대한 나의 인상을 호명해 본다.

London Calling-빅이슈를 강매하는 노숙자 옆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강아지.

Brand New Cadillac-부티나는 뉴본드 스트릿에서 젊음의 길 옥스포드 스트릿으로 들어 섰을 때.

Jimmy Jazz-기타와 저질 목소리가 동네 펑크 까페에서 만났을 때.

Hateful-피카딜리 라인 좁은 지하철에서 키스하는 가난한 연인을 황홀하게 쳐다 볼 때.

Spanish Bomb-트라팔가 광장에서 사진 찍으러 차를 몰고 가면서 연신 빵빵거리는 스페인놈.

The Right Profile-캠든타운에서 미끄러진 고쓰족 기집애가 하는 욕짓거리.

Lost In the Supermaket-동네 테스코에서 인도 노인이 떨어뜨린 지갑을 밟고 지나가는 어린 놈.

Clampdown-런던 차이나타운에 걸려 있는 오리 고기들.

The Gums of Brixton-자메이카 놈과 팔장 끼고 걸어가는 영국 여자를 놀리는 영국 놈.

Death or Glory-첼시 시합하는 날 디스트릭트 라인 지하철에서 나는 저질의 첼시 냄새.

만점짜리 앨범이다. 70년대 후반 런던의 구석구석을 방황한 젊음이 아니라면 누구도 만들 수 없었 을 음악. 눈부신 디자인 착 붙는 착용감, 아니 눈부신 착용감 착 붙는 디자인.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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