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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0 
음악.JPG 음악-.JPG 데이비드 보위 이야기  
 
미확인 비행 인간 
지구에 과연 외계인들이 살고 있을까? 아니,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아니하지 않지 않으면서도, 몇몇 뮤지션들을 볼 때 마다 저 인간이 과연 나와 똑 같은 지구인일까를 의심케 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들은 지구가 놀랄만한 파격적인 음악의 형태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외모나 기벽으로, 나를 혼돈의 영역 속에 떨어뜨리곤 한다. <지미 핸드릭스> <시드 버렛> <케이트 부시> 등등의 뮤지션들이 그런 종자들이다. 나는 그런 음악인들을 <외계파>라고 불러주고 싶다. 그 중의 으뜸은 물론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1947~ )다. 
70년대 영국 글렘락의 영웅이었던 보위는 파격적인 외모와 더불어 급진적인 음악 성향을 지니고 늘 세계를 놀라게 해온 일명 <외계파>의 수장격인 인물이다. 수려한 외모처럼 언제나 화려한 성공만을 연상시키는 보위는 사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관록의 뮤지션이다. 당시로서는 런던의 가장 험한 동네였던 브릭스톤 출신인 보위는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루는 멀티뮤지션으로 유명한데, 열 다섯에 이미 밴드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세대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도 미국 흑인 음악의 영향을 듬뿍 받은 인물이다. 단 그는 재즈에서 많은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이 언제나 첨단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을 나는 재즈의 힘이라고 보고 싶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그가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69년 발표한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곡 덕분이다. 보위의 출세곡 <스페이스 오디티>는 우주에 관심을 드러내는 이른바 <스페이스 락>이라는 장르의 도화선이 된 곡이다. 물론 이 곡이 폭발한 것은 시의 적절했던 발표시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로 인간이 기적처럼 달 착륙에 성공하는 시기에 등장한 것이다. BBC가 아폴로 11호의 역사적인 장면에 이 곡을 사용하면서 데이비드 보위는 오랜 무명의 설움을 벗을 수 있었다. 
<스페이스 오디티> 이후 또다시 대중에게서 잊혀져 가던 보위는 그러나 <원히트원더(한 곡만을 히트시키고 사라지는 가수)>가 되기에는 너무도 다재 다능한 인물이었다. 그가 71년 발표한 <헝키도리>라는 앨범은 비록 히트하지는 못하였지만 그의 출중한 음악적, 문학적 재능을 날카롭게 보여준 걸작 앨범이다. 순수한 음악청년으로서 보위의 시심이 충실히 표현되고 있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보위의 앨범이기도 하다. 72년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와 거미들>이라는 앨범을 발표하면서 보위는 당시 런던의 글렘록(비쥬얼에 많은 비중을 두는 락 장르) 붐을 주도하는 최고의 스타가 된다.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가공의 락스타 역할을 해내며 보위는 파격적인 의상과 파격적 음악으로 록의 메인스티림에서도 최고의 첨단 뮤지션이라는 찬사를 얻게 된다. 보위의 외계인 이미지가 시작된 것도 이 시기다. 대체적으로 글렘록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 영미 팝평단의 분위기였지만 보위만큼은 예외에 속했다. 보위는 평론가들과 팬들의 갈채를 함께 받은 뮤지션의 하나다. 어떤 평론가도 그의 웅장한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후 데이비드 보위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탈지구적인 진보적 음악과 기존 락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의상으로 대중음악 락의 진로를 방해(?)한 심각한 거물이 되었다. 그는 영화배우로도 유명한데 <지구에 떨어진 남자(75)>라는 영화에서의 외계인 역할은 아마도 영화사에 남을만한, 가수가 연기한 최고의 역할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데이비드 보위는 락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한 뮤지션의 한명이다. 그는 자신을 외계인라는 파격적인 상품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음악적 꿈을 단단하게 키워냈다. 날카로운 미남형인 자신의 외모를 소재로 락의 진취적이고 유니크한 미학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그는 영국왕실의 작위 수여를 고사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뮤지션으로 약 1억 파운드의 수입을 올린 그는 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공부한 미술학도답게 미술품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다. 루벤스, 틴토레토 같은 고전으로부터 길버트와 조지나 데미언 허스트를 소장하고 있는, 미술 마니아인 필자로서는 아주 부러운 인물이다. 데이비드 보위는 백인인 자신에게 커다랗게 존재하는 흑인 음악을 극복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 뮤지션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눈을 거의 실명한 그는 양 눈의 눈동자가 다르다. 그런 신체적 약점까지도 그는 락의 실험성을 위하여 충분히 활용하였다. 데이비드 보위는 양성애자로 알려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기존 세계의 질서를 거부하는 보위가 양성애자임을 선언한 바가 있으나 그것의 진위여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위가 자신이 양성애의 리더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 심한 불만을 토로한바 있기 때문이다. 보위는 여자들과의 결혼 생활을 몇 차례 잘 유지해낸 경험을 지니고 있다.      
긴 무명의 아픔을 딛고 어느 날 지구에 뚝 떨어져버린 사나이, 음악과 미술을 하나로 이해하려 한 외계인, 락의 진부함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던 미확인 비행인간, 데이비드 보위는 언제나 미래와 우주를 향한 락의 진취성을 생각하게 하는 확인되지 않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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