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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6
나의 딥퍼플 이야기 
 

영원히 남을 하드락의 화석 MK2
비밀의 정원을 들어가는 철문을 여는 열쇠처럼, 딥퍼플(Deep Purple)은 내 앞에 펼쳐진 신세계였다. 때는 흑백의 70년대, 장소는 대한민국, 나는 검은 교복이 억지로 어울리는 중학생이었다. 아침이면 콩나물 같은 만원버스 차장누나들의 억센 힘에 떠밀려 꾸역꾸역 깊숙이 밀려 들어가곤 하였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딸그락거리는 빈 도시락을 원망하며 늘 먹고 또 먹고만 싶었다. 어느 날 나는 우주인들의 음식인 냥 오묘한 맛의 새로운 양식을 장만했으니, 바로 딥퍼플이었다. 그 이후로 줄곧 딥퍼플은 대장이었다. 헤비메탈의 대장이었고 나아가 모든 음악의 대장이었다. 유신정권의 서슬 아래서 1974년은 저물어갔다. 새로 펼쳐진 75년. 그것은 종말의 전주처럼 다가왔다. 드디어 75년이 오고 말았다. 딥퍼플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사라지자 우리들은 더욱 미친듯이 딥퍼플, 그를 찾았다. 요절한 천재처럼 자살한 멍청이처럼, 딥퍼플도 죽어서 신화를 창조하는 듯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딥퍼플이 우리나라에서 메탈의 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옆집 일본의 열광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자극적인 맛 때문이다. 그 자극적인 맛의 주역은 ‘진짜 딥퍼플’(MK2 즉 2기 딥퍼플을 나는 그렇게 부른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이언길런의 목소리맛이다. 유리창을 깨는 듯한 파열음이 트레이드마크인 그 열혈남의 목소리는 진정 헤비메탈의 모든 것이었다. 오늘날 방대한 계보를 낳은 딥퍼플家(Deep Purple Connection)지만 이 '2기 딥퍼플'의 짧았던 전성기를 제외한 나머지 딥퍼플의 역사는 허접한 생존기에 불과하다. '2기 딥퍼플'만이 진정한 가치를 함축한 존재였을 뿐이다. 닉 심퍼, 글랜 휴즈, 토미 볼린, 스티브 모스 등 수많은 멤버들이 딥퍼플을 거쳐 갔으며, 많은 밴드들이 딥퍼플의 영향으로 탄생되었지만, 모두 그 진정한 딥퍼플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들러리였을 뿐이다. 사실 딥퍼플은 3대 메탈그룹이라 할 Led Zeppelin, Black Sabbath와 비교할 때 열세인 게 사실이다. 뭐가? 새로움이 열세다.(여기서의 새로움은 형식이라는 예술의 그릇모양을 의미한다.) 그들의 음악은 새로움이라기보다는 집착이었다. 나는 딥퍼플의 <머쉰헤드>를 무지무지 사랑했고 또 지금도 사랑하지만, <레드제플린2>나 <파라노이드>같은 무서운 명반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무서운 명반들 보다 훨씬 더 사랑한다. 
딥퍼플은 68년 Searchers의 드러머였던 크리스 커티스가 만든 <Roundabout>이라는 밴드에서 유래한다. 클래식을 전공한 존 로드(키보드)와 기타쟁이 리치 블랙모어, 닉 심퍼(베이스), 로드 에반스(보컬), 이언 페이스(드럼)가 '1기 딥퍼플'로 탄생한다. 그들의 초기 음악은 솔직히 그저 그렇다. 이 시절 그들의 음악은 재탕문화에 가깝다. 원시메탈(Proto-Metal)이라할 미국의 Vanilla Fudge등의 음악을 재해석하여 연주하던 시절이다. 2기 황금멤버가 되고서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과감한 모험이었으며, 성공했다면 이후의 락지도를 다시 그렸을 진지한 탐구였다. 메탈과 오케스트라의 협연. 리치 블랙모어, 존 로드, 이언 길런, 로저 글로버, 이언 페이스. 이 다섯 멤버가 만든 앨범 "그룹과 로열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위한 콘체르토"가 그 탐구의 결과물이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 팬들과 비평가 모두 외면한다. 이 외면이 바로 진정한 진짜 딥퍼플을 탄생시킨 동력이 된 셈이다. 
존로드에게 있던 헤게모니는 이 앨범의 실패 이후 블랙모어에게로 전이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연히 사운드는 무거워진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딥퍼플이 탄생한다. <In Rock(70)>, 이 앨범은 명반은 아니지만 진정 위대한 앨범이다.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산 정상에 오른 앨범이다. 싱글 커팅된 'Black Night'의 육중함은 딥퍼플 탄생의 전조였으며, 'Child In Time'은 이언길런을 메탈창법의 원흉으로 만든 위대한 노래다. 그리고 <Machine Head(72)>, 이 앨범이야말로 딥퍼플의 모든 것이다. 'Highway Star', 'Space Trucking' 그리고 'Smoke On The Water'. 70년부터 72년 까지를 진정한 딥퍼플이 존재했던 짧은 기간이라고 나는 본다. 이후 멤버들의 불화와 다툼은 너무도 유명 것이어서 75년 해체의 원인이 된다. 이언이 불화 속에 떠나고 결국 리치도 그룹을 나가서 한동안 방황하다가 세일중인 그룹을 사들여 레인보우를 결성한다. 나머지 멤버들의 옹호 덕에 리치와의 불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데이브커버데일의 블루지한 음성도 오래 가지 못한다. 토미볼린의 죽음과 함께 그룹은 공중분해 된다. 'April'이라는 명곡만을 남긴 채 존로드의 클래식락의 꿈도 접히고 만다. 84년 재결합하지만 예전의 음악은 나올 수 없었다. 그 즈음 군에서 제대한 나는 머리도 자라기 전에 딥퍼플의 재기 앨범을 구했으나 실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다. 만일 재결합한 딥퍼플이 예전의 그 멋진 음악을 다시 연주했다면? 나는 보다 절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도저히 자신들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덕분에 딥퍼플은 영생할 수 있었다. MK2는 신화가 될 수 있었다.  
70년대 중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딥퍼플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기네스북에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등재되었다. 그들 이후 그들 보다 시끄러운 밴드는 나올 수 없었다. 물리적 측정치에서는 그들을 누를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각인된 딥퍼플의 두툼한 데시빌을 능가할 밴드는 지구 어디에서도 나오지 못했다. 딥퍼플은 하나의 관습이고 하나의 고정관념이다. “메탈은 도저히 딥퍼플을 능가할 수 없다.” 이 무서운 진리를 나는 1974년 이후 품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7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업보다. 야외전축 위에 보자기에 싸온 백판을 걸어 놓고 대성리나 남이섬에서 <하이웨이 스타>에 맞춰 춤을 춰 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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