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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야유의 규칙

hherald 2012.05.28 19:22 조회 수 : 824

야유의 규칙

다른 문화권에서는 유혹과 구혼은 칭찬의 교환을 의미하나,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이 경우 모욕이 교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짓 모욕이지만, 말로 하는 상호접촉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일종의 불평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유혹의 방식으로도 가장 인기 있다. 유혹을 위한 야유의 요소들은 아주 영국적이다. 유머, 특히 빈정거림, 말장난, 논쟁, 냉소, 거짓 공격, 야유, 우회 등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야유에는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다 빠져 있다. 감정. 감상, 진지함과 명확함.
유혹의 야유 규칙은 당사자들이 털어놓고 싶어도 부끄러워서 말 못 하는 진심을 전할 수 있게 한다.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그 반대로 얘기하도록 만든다. 영어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언어다. 다음은 버스에서 만난 십대들의 전형적인 유혹 대사를 축약한 것이다. 이는 친구들이 다 보는 데서 일어난 일이다.

"너 그 셔츠 허락 받고 입는 거야?아니면 그냥 내기 때문에 입는 거야?"
"허, 누가 지껄이는가 한번 봐라! 속옷 보인다, 갈보 같은 년!"
"이건 끈달이 옷이거든, 멍청아! 이젠 그 차이를 알겠어? 이게 네 까짓게 가까이 올 수 있는 한계야."
"내가 그걸 원한다고 누가 그러데? 내가 널 좋아한다고 누가 그래? 넌 정말 갈보 갗은 년이야!"
"그래도 불쌍한 변태보다는 낫지!"
"여우에다 암캐 같은 년!"
"변태!"
"갈~, 어~, 이거 내가 내릴 곳인데, 너 나중에 나올 거지?"
"그래, 아마 여덟시쯤."
"그래."
"안녕."
그 뒤의 친구들이 대화로 미루어 이 둘은 지난 얼마간 서로 매력을 느끼다가 드디어 제대로 같이 놀기로 한 것 같다(데이트를 영국식으로 아주 모호하게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머지 않아 한 쌍이 맺어지는 것이다. 내가 그 친구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더라도 이 모욕의 교환이 전형적인 유혹의 대화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들은 최고로 재치 있고 분명한 유혹의 대화는 아니었는지 몰라도, 이건 정상적이고 별 특기사항이 없는, 일상적인 유혹의 장면이다. 내가 이를 자세히 적은 이유는 바로 그때 유혹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설득하는 순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내가 본 바로는 영국 십대들은 특수한 단체 유혹도 한다. 한 무리의 남자 아이들이 비슷한 수의 여자 아이들과 주로 성적인 모욕이 담긴 야유를 주고 받는 것이다. 이런 단체 유혹은 특히 북부 지방 노동계급 아이들 사이에서 아주 흔한 일이다. 나는 거기서 젊은 남녀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서 유혹의 모욕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영국 십대와 이십대는 이 특이한 집단 유혹을 외국 휴양지에서도 즐긴다. 넋을 잃고 쳐다보던 현지인들은 어떻게 저렇게 목쉰 야유와 악담 퍼붓기가 사랑과 결혼의 서곡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나는 스페인과 그리스 휴가지의 똑똑한 현지인 남성들에게 말도 못 하게 감탄한 적도 있다. 그들은 젊은 영국 여자들이 평범한 유혹에 감동할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서 촌스러운 영국 남성들로부터 그녀들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성인들의 경우 젊은이만큼 심하게 모욕적이지는 않지만, 비꼬기, 모욕하는 척하기 등을 써먹는다. 영국 여성들은 아마도 뒤틀리고 애매모호하기보다 좀더 기사도에 입각한 정중하고 친절한 유혹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야유의 규칙은, 남자들보다 훨씬 덜 억제되어 있고 사교술도 뛰어난 여성들보다는, 불확실 규칙에서 보듯 감정적으로 억제되어 있고 사교장애가 있는 영국 남성의 감수성에 잘 맞춰져 있다. 우리 여성들도 이 규칙에 맞추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무의식중에 잘 따른다. 우리는 논쟁이 영국 남성들의 친교 수단임을, 따라서 야유도 그들에겐 익숙하고 편안한 친근감 표현의 한 방법임을 안다. 우리는 또 한 남자가 계속해서 야유하고 놀리는 이유는 상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만일 화답하고 싶으면 그 야유와 악담을 고스란히 돌려준즌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불확실 규칙 때문에 외국 여성들은 영국 남성의 이런 괴상한 접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해하거나 나아가 이런 이유를 무례하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바보 같은 소'라는 욕이 정말 사랑의 부름이 될 수도 있고, 야유하는 중에 내뱉는 '당신은 정말 내 타입이 아니다'라는 말도 분위기에 맞는 목소리로 하면, 청혼을 받아들이는 대답이 될 수도 있음을 애써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 남자든 절대 단도직입적으로 칭찬하거나 정식으로 데이트 요청을 안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색하게나마 그렇게하고 청혼도 한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택할 것이다.

남자들의 친교 규칙과 여자 구경하기 의례
영국 남자들이 능숙하지 못하고 짝짓기에 서툴러도 남자들끼리의 친교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안 진다. 동성애나 그 비슷한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남자들의 친교와 우정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자들은 서로 친교 행동을 하는데, 거기에는 보통 클럽, 단체, 기관이 개입된다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의 신사클럽들이다). 이는 여자들을 제외하고 이루어지는 특수한 의례 같은 것이다.
그러한 남자들만의 친교 필요성은 여자들과의 섹스 필요성만큼이나 강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영국 남성의 친교 욕구는 경우에 따라서는 섹스보다 더 강렬하다고 한다. 영국 남자의 이성애 욕구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게 아니고 그들은 남자들과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밀스러운 영국 남성의 동성애 얘기가 아니다. 게이들은 마음에 맞지 않는 남자들과 있기보다는 여성들과 있는 편이 훨씬 더 편안하고 즐겁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남성의 친교 의례에서는 자신들의 남성미와 이성애를 증명하는 데 전념하는 듯하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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