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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2 프록 런던

hherald 2012.05.14 18:37 조회 수 : 910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12
프록 런던 음악.JPG 음악-.JPG
 
아름답지만 무기력한 신비로움 
우리의 30,40대 락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락 장르가 프로그레시브락(Progressive Rock)이다. 줄여서 프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록이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몇몇 라디오 심야프로 디제이들의 혁혁한 업적이다. 프록취 강했던 그들의 선곡은 대한민국 심야의 라디오를 장악했다. 흡사 클래식을 연상시키지만 클래식보다 훨씬 더 심오해 보이는 프록의 매력이 대한민국 젊은 감수성들을 어둡고 난해한 락의 신비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프록은 60년대 후반 영국에서 발생한 락의 한 장르다. 기타가 주인공인 하드락에 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건반이 해내는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장르다. 프록의 기원은 비틀스의 앨범 <페퍼 상사(67)>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록의 난해한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의 천재 포크가수 봅딜런으로 보아야 한다. 봅딜런이 비트문학의 영향을 받아 커팅기법(전후의 설명을 생략하는 기법)을 사용하면서 팝가사에 난해한 문학성을 접목시켰다면, 프록밴드들의 가사들은 초현실주의 같은 보다 난해한 기법까지를 사용한다.  
프록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도시는 영국 남동부의 종교도시 켄터베리다. 프록의 전설 <켄터베리 씬(Canterbury Scene)>을 만들어낸 도시다. 60년대 후반 일군의 젊은 음악도들이 켄터버리로 모여들었다. <케빈 에이어> <휴 호퍼> <로버트 와이어트>같은 진보적인 음악도들이었다. 그들은 전위적인 밴드들을 조직하여 프로그레시브한 락의 실험을 하였다. <소프트머신> <하트필드 앤더 노쓰> <캬라반> 같은 프록의 선구적인 밴드들이 탄생하였다.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하여 영국의 전위적 음악 마니아들이 켄터베리로 모여들던 프록의 전설적인 순간이었다.
프록은 ‘진보적’이라는 이름처럼 락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음악으로 런던을 사로 잡았다. <핑크 프로이드> <무디 블루스> <니스> <프로콜 하룸> <버클리 제임스 하베스트> <킹크림슨> <제네시스> 같은 프록 밴드들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프록은 락의 주도권 싸움에 꺼어들 정도의 파워를 지닌 장르로 발전하였다. 70년대를 맞이하면서 프록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70년대 중반부터 영국에서 급격히 그 불씨가 사그러지게 된다. 펑크라는 반항적 현실의 음악과 디스코라는 폭발적 춤사위가 유행하면서부터다. 그 특유의 난해성을 대중들이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 프록을 알린 최고의 명곡은 단연 <킹 크림슨>의 <묘비명(Eepitaph)>이라는 곡일 것이다. 69년 <킹 크림슨>의 데뷰앨범에 숨어 있던 이 곡은 국내 라디오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곡이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반이상향적인 가사의 이 곡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 비장미 넘치는 제목과 웅장한 곡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많은 영국의 락 마니아들에게 <묘비명>을 물어 본 적이 있는데, 중증의 프록 마니아나 <킹 크림슨> 마니아가 아닌 일반적인 락마니아로서 이 곡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70년대 국내의 거의 모든 라디오 청취자들이 알고 있었던 곡이지만 말이다.
젊은 시절 한 때 프록마니아였던 필자는 프록의 ‘진보적(Progressive)’이라는 이름에 불만을 지니고 있다. 프록은 클래식의 매력을 차용하는 형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음악이다. 클래식은 과거 서양음악의 일시적인 귀족적 음풍농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음악이다. 클래식에서 음악의 예술적 기준이 시작되는 것은 현대를 지배하는 서구문명의 텃세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원주민 음악이나 우리의 전통 판소리나 클래식이나 음악이라는 예술로서의 가치는 동일한 꼭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 한때 국내에서 마치 프록을 락의 최고의 장르인냥 여기는 락의 엘리티즘 같은 것이 형성되었던 것은 락의 진정한 뿌리인 아프리카인들의 한의 음악 같은 것을 너무도 가볍게 여긴, 락의 역사에 대한 혹은 음악적 무지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락 음악의 전체를 통찰하는 안목의 부족이 만들어낸 무의미한 흑백논리였다.   
70년대 펑크의 위세에 사그러진 프록의 불씨는 80년대 네오 프록붐으로 다시 일어난다. 그러나 프록은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너무도 난해한 음악이었다.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프록은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에 난해한 문학적 가사를 입힌 프록의 매력은 한때의 서 푼짜리 꿈처럼 영국에서 사라져갔다. 이후 프록은 클래식의 나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성화 된다. 네오 프록 시대를 거치며 프록은 클래식의 모방에서 벗어나 재즈나 아프리카 토속음악 혹은 월드 뮤직 같은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진정 진보적인 음악으로 거듭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록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인정하는 편이지만, 프록이 몽롱한 환상과 애매한 꿈을 좇던 신기루 같은 음악이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세상의 진정한 희로애락을 거부하며 심야의 골방에서 저 혼자 취해있던 프록 락, 그것은 락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 주었던 난해한 신비의 음악이었다.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 신비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신비란 대체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할 뿐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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