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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9
엘릭클랩튼 이야기 
 

인간으로 돌아온 신 
신이 되었던 사나이가 있다. 1967년 가을, 런던의 이슬링턴 지하철 역에 괴상망측한 낙서가 등장했다. <클랩튼은 신이다>라는 낙서였다. 약관의 젊은 기타리스트로서 신이라고 불렸던 사나이가 바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1945~ )이다. 블루스락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던 런던의 젊은이들에게 그의 블루스 기타는 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야드버즈>라는 블루스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에릭 클랩튼은 느려 보이지만 한치의 오차 없는 정확한 손놀림으로 <슬로우 핸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급기야 신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신이라고 불렸던 젊은 시절의 명성을 뒤로 하고 오늘날 평범한 뮤지션으로 살아 남은 에릭 클랩튼, 그의 인생을 들여다 보는 것은 팝의 세계의 속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에릭은 영국 서리(Surrey)의 리플리라는 곳에서 자라난다. 별 어려움 없던 그의 어린 시절은 어느 순간 갑자기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엄마, 아빠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의 조부모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 캐나다 군인과의 사랑으로 아들을 낳은 한 영국 아가씨가 아기를 엄마에게 맡기고 독일로 떠난다. 그녀가 바로 에릭의 엄마였다. 아기의 외할머니는 자신의 두번째 남편과 손자를 정성껏 키운다. 그 손자가 에릭 클랩튼이다. 에릭은 십대 초반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기타를 스스로 터득하고, 기타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블루스라는 음악의 매력에 빠진다. <비비킹> <버디 가이> <허버트 섬린> 같은 미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들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는 에릭은 킹스톤 대학에 스테인드 글래스 디자인 전공으로 진학하였으나, 밴드 활동 때문에 중퇴하고 만다. 영국의 코리아 타운이 자리잡은 뉴몰든이라는 동네는 엘릭에게도 아주 중요한 역사를 지닌 동네다. 뉴몰든의 킹스톤로드에 위치한 <Prince of Wales>라는 조그만 펍은 대학생이던 에릭이 <루스터스>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최초의 연주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존메이올과 블루스브리커스>라는 밴드를 거쳐 <야드버즈>에서 최고의 기타로 군림하게 되는 에릭은 <크림>이라는 최초의 슈퍼그룹(명성을 얻은 멤버들로 조직된 밴드를 부르는 용어)의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에릭은 명성이 주는 과중한 압박감으로 하여 마약 중독에 빠지고 만다. 그 시절 그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싶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크림> 해체 후 <데릭 앤 도미노스>라는 밴드를 조직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에릭>이라는 자신의 이름 대신 데릭이라는 가공의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였던 이유다. 신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중압감을 평범한 나는 그저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다. 70년대 중반 에릭은 마약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에릭 클랩튼은 친구 죠지해리슨(비틀스의 기타리스트)의 부인이었던 미모의 모델 패티 보이드와 잠깐 결혼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엘릭의 가장 유명한 노래 <레일라>는 패티에 대한 사랑의 고백으로 알려져 있다. <레일라>의 기타 독주는 가장 진한 사랑의 기타 독주로 유명하다. 훗날 에릭은 패티 보이드와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참회조의 고백을 한 바 있다. 마약과 술에 찌든 그가 패티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참회하였다. 에릭은 70년대 중반 마약에서의 탈출을 선언하면서 음악적으로도 보다 폭넓은 변용을 이루어 낸다. <레게>나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블루스맨이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를 보다 폭넓게 순화시키게 된다.
1991년 그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비극을 우리는 기억한다. 갓 네 살이던 늦둥이 아들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다. 뉴욕의 어느 친구 아파트 53층에서 비극적으로 추락사한다. 에릭은 슬픔을 노래로 표현한 바 있다. <천국의 눈물>이라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슬픈 곡이다. 어린 아들을 잃은 초라한 아버지 에릭에게 <천국의 눈물>은 그래미상을 안겨준다. 그래미상은 그를 더욱 슬프게 하였을 것이다.  
<지미 핸드릭스> <로리갤러거> <제프백> <지미 페이지> <피터 그린> <키스 리쳐드> <행크마빈> <피터 타운잰드> <리치 블랙모어> 등 수많은 명기타리스트를 배출한 도시가 런던이지만, 엘릭 클랩튼 만큼 단숨에 폭발적인 명성을 누린 기타리스트는 없었을 것이다. 엘릭 클랩튼은 영국 락의 가장 큰 뿌리인 미국 흑인 음악 블루스를 가장 철저하게 받아들인 최고의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다. 그리고 기타가 가장 대중적인 악기가 되면서 폭발적 명성을 누린 행운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기타를 잘 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틈만 나면 고백하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신이라고 불러야 직성이 풀릴 만큼 그의 기타는 정확하고 유려하였다. 
신이 되었던 사나이, 신이 되어 깊은 마약의 나락으로 빠졌던 사나이,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사나이.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세 번이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일한 인간, 서리(Surrey) 지역에서 열일곱 번 째 부자인   에릭 클랩튼은 인간이기를 선택했다. 인간이 신 보다 행복하기 때문일까?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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