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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 -24회 <돈 이야기를 못해 >

hherald 2010.11.29 18:40 조회 수 : 1437

-> <돈 이야기를 못해 >전호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영국인이기에 모든 사람이 이 금기사항을 문서로 주고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여행을 많이 한 미국 제보자는 이를 각별히 영국인의 문제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나는 유럽 어디에서도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다. 어디서나 먼저 돈 얘기를 해도 문제가 없었고, 그들은 부끄러워 하지도 당황해 하지도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절대 돌려서 말하거나 사과하는 기분으로 얘기하지도 않는다. 농담을 하지않고 그냥 간단하게 얘기한다. 영국인과 얘기 할 때만 그 어색한 웃음소리를 듣게 되고 꼭 농담을 하려드는 것을 본다."
농담은 물론 곤경에 대처하는 또다른 방법이고, 겁이 나거나 불편하거나 쑥스러운 일을 할 때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돈 이야기를 해야하는 금융가의 뛰어난 은행가나 중개인도 이 금기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한 종합 금융은행 직원은 어떤 돈도 그것이 진짜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다루고 협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수수료를 협상 할 때는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금융인도 같은 얘기를 하는데 돈을 만지는 그들도 그 쑥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돈 얘기를 농담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내게 얘기하길,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  "우리가 아직도 당신의 크리스 마스 카드 발송명부에 들어 있나요?" 라고 묻는단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 금기사항에 대해서는, 비록 나 자신도 이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좀 이해가 안 간다. 내 경우를 가만히 따져봐도 영국인이 직업과 관련한 돈 문제에 민감해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우리들이 일상적인 사교생활에서 돈 얘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누가 얼마를 버는지, 내 수입이 얼만인지, 누가 얼마를 주고 무엇을 샀는지,혹은 당신이 가진 물건을 얼마에 샀는지를 묻는 사람도 대답해 주는 사람도 없다. 사교적인 상황에서 돈 얘기를 꺼리는 것은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것은 사람을 사귀는 상황에서 앞에서 설명한 기본 적인 '영국인다움의 규칙', 즉 겸손, 사생활 보호,공손한 평등주의, 그리고 일종의 위선을 적용해야 하므로 당연히 돈얘기는 금기라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과 사업에 관련되는 돈 문제에까지 이 금기가 연장 된다면 이는 아무리 양보해도 정신 나간 짓이다.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이는 규칙의 예외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까다로운 혐오를 일단 진정시키고 다른 사람들 처럼 단도 직입으로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돈 얘기 금기에는 나름의 '내부 논리'가 있다고 한 말은 핑계라고 고백해야 한다. 그렇다. 금기는 사생활, 겸손, 공손한 평등주의와 분명 윈칙적으로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문화인류학자들이 자기들이 연구한 괴상하고 비논리적인 신념이나, 어떤부족과 공동체의 기괴한 관례를 설명 할 때 쓰는 방법이다. 어떤 신념이나 관례가 비 논리적인 것 같아도 (어떤 경우에는 아주 바보스럽고 잔인해도)그 문제의 부족이나 공동체의 신념,관습, 가치 등의 요인과 연관해서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이 영리한 기교를 이용하면 우리는 마법의 주술부터 기우무, 여성할례를 비롯한 모든 이상하고 난해한 개념과 전통들에서도 나름의 논리를 찾아 낼 수 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런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런 관습이 이상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돈 이야기 금기를 여성 할례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은 때로 문화인류학자도 원주민들의 신념이나 전례가 대단히 기괴하고 그들에게도 득이 안 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최소한 이렇게 하면 내가 노예 같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어리석은 금기를 비난하였으니 내가 자민족중심주의, 식민주의에 빠졌다거나 은혜를 베푸는 척했다고 비난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세가지는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면 신성모독이다. 이로 인해 파문 당 할 수도 있다.)


요크셔 지방의 반란

돈 이야기 금기는 특별히 영국인다운 행동코드이다. 그러나 영국 전역에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 따라 여러 변형이 있다. 예를 들면 남부는 일반적으로 돈 얘기를 북쪽보다 더 불편해하고 중증층이나 중상층은 노동계급보다 이에 더 예민하다. 그래서 중산층이나 상류층 아이들도 돈 애기가 천하고 저속한 얘기라고 배우면서 큰다.
비지니스 세계에서는 이 금기가 위로 올라 갈수록 더 잘 지켜진다. 영국기업의 고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출신계급이나 지방을 떠나 돈 얘기를 꺼리고 노동계급이나 북쪽 지방 출신일 수록 조금 혹은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돈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난 지위가 올라 갈수록 그들도 어떻게 난처해하고 불편해하는지, 어떻게 미안해 한 듯이 농담을 하고 우물쭈물하면서 언급을 피하는지 배운다.
그러나 돈 얘기 금기에 강하게 반항하는 이들의 터전이 있으니 바로 요크셔다. 그들도 단도직입적인 태도로 무뚝뚝하고 단순하게 얘기하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돈에 특히 주저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남부인들의 태도를 우습게 생각한다. 이런 아주 현실적이고 가차없는 태도를 묘사하는 요크셔 지방의 방문 판매원과 가게 주인의 표준 대화를 보자.

방문 판매원 :(가게에 들어서며)무엇(Owt)?
가게 주인 :없어(Nowt)
방문 판매원이 나간다.

이는 물론 회화한 것이다. 요크셔 사람들이 다른 북부 사람들 보다 더 무뚝뚝하지는 않을 것이나 이것은 이 지방 사람들을 식별하는 방법이고, 그들은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요크셔인들은 에들러 말하기를 싫어하고, 돈 문제에 겁을 내고 돌려서 말하는 영국인을 장난끼를 섞어 즐겁게 야유하며 조롱하듯이 금기를 깬다. 그들은 뜸들이지 않고 바로 묻는다.
"자 그런데 그게 얼마라고?"
그러나 이 예외가 규칙을 무효화하거나 그것에 의문을 품게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노골적인 내부반란 일뿐이다. 어떤 규칙이 잘 형성되고 이해된 곳에서나 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동전의 한면이 아니고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일 뿐이다. 무뚝뚝한 요크셔인들은 자신들의 규칙을 뒤집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일부러 놀리는 것이고 영국문화에서 자신들이 차지한, 독불장군에다 인습타파주의자라는 위치를 자랑스러워한다. 타 문화권에서는 돈에 대한 솔직함은 극히 정상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이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것이 비정상이기에 말들이 많고 요크셔인들은 놀림을 받고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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