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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가상공간과 해방구 의식 영향

가상공간은 SAS 테스트에서 술에 관한 요인에서는 불합격했다(물론 가상 공간 유혹은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그러나 사교성에서는 아주 높은 점수를, 공통 화제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상공간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정상이고 심지어 장려된다. 공통 화제는 거기에 맞는 적당한 대화방과 온라인 중매회사 정보난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상대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가상공간 해방구 효과의 탈억제력은 사교장애가 있는 영국인의 유혹 활동에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예의상 유혹의 규칙
내 영국인 제보자가 알아챈 바에 의하면 "기혼자과도 일종의 정신적인 유혹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기대를 하게도 되고 심지어는 공손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유혹을 해야 할 경우까지도 있다".
이것은 불문율이 규정하는, 내가 '예의상 유혹'이라고 부르는 특수하고 안전한 오락이자 유혹 행동의 하나이다. 이는 주로 남자들이 가벼운 유혹으로 여자에게 공손해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다(여자들도 어느 정도는 이렇게 한다. 그러나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은 그 산호를 오해하는 성향이 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예의상 유혹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륙에서 흔하다. 그러나 조금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국 남자들은 조금 장난기가 섞인 놀림 쪽이고, 유럽 남자들은 친절하고 정중한 칭찬 쪽이다. 미국인들은 이 예의상 유혹 두 가지를 모두 진짜로 믿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의 규칙
영국 남자는 여자에게 정말 관심이 있더라도, 그것을 분명히 전달하기를 꺼린다. 우리가 정리한 바 영국 남자는 (1)실력이 없는 유혹자로서, 어색하기나 말이 없고 우둔하거나 촌스럽다. (2)데이트라는 개념에 조금 불편해한다.
한 여자와의 만남을 데이트라고 규정하면 이는 너무 솔직하고 공식적이며 분명하고 애매하지 않다. 자기 카드를 다 보여주는 것은 창피한 일인데, 선천적으로 조심스럽고 우회적인 접근을 좋아하는 영국 남자로서는 당연히 내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술이 취한 상태의 접근이라 해도 차라리 '성교(shag)' (이와 비슷한 단어든)라는 단어를 쓰면 썼지 데이트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 이 성교라는 단어가 분명 데이트라는 단어보다는 훨씬 더 노골적인 단어이니 아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맥주에 취한 영국 남자의 논리로는 이쪽이 훨씬 더 이치에 맞는다. 여성에게 성교를 하자고 말하는 것은 저녁 초대보다 어째 덜 개인적이고, 내밀하지 않고, 창피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남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적이든 사교적이든 분명한 초대를 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힌트와 완곡한 수단으로 심지어 잘 알아채지 못한고 지나칠 수 있는 표현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게 이상적이다. 불확실의 규칙은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영국 남자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너무 일찍 '깊은 관계'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을 피한다(이 단어를 데이트보다 더 싫어한다). 그는 감상적인 언행을 할 필요도 없으니 말 없이 남자의 위엄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유혹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거절 당할 일도 없다는 점이다.
영국 여자들도 이런 어정쩡하고 이중적인 유혹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신호를 정확히 읽기 어려워 남자가 보낸 이상한 힌트와 모호한 행동을 해석하려고 여자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영국 여자도 이 불확실 규칙에서 얻는게 있다. 비록 남자들보다는 감성적인 문제에 조금 덜 예민하지만, 여자들도 쉽게 창피해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울뿐더러 주체할 수 없는 애정표현은 피하고 싶어 한다. 불확실 규칙은 남자에게 감정을 표하기 전에 상대의 적절성을 평가해볼 시간을 허락해준다. 거기다 여자들도 상대를 거절하면서 굳이 큰 소리로 얘기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외국 여성들은 종잡을 수 없고 불분명한 영국 남자들의 유혹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짜증을 낸다. 내 외국 여자친구들과 제보자들은 부끄러움, 거만함 혹은 억눌린 동성애 등에 기인한 듯한 일인다역의 영국 남자들 행동에 불평과 분노를 늘어놓는다. 외국인 친구들은 영국인의 유혹은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한 게임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유혹의 주된 목적은 성적 상대를 구하는 것만이 아니고 잘못되었을 경우의 무례와 창피를 피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무례를 피하려는 행동은 영국인의 소극적인 공손함의 또다른 예이다. 소극적인 공손함은 상대방을 방해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인 공손함은 당사자가 제안을 받아들여 동참하기를 원할 때 표현하는 것이다. 영국 남자들의 조심스럽고 내성적이며 무뚝뚝하고 괴상한 유혹 행위는 외국 여자들이 불평하는 특이한 형태의 소극적인 공손이다. 창피를 피하려는 우리들의 유혹 게임은 이기심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예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불확실 규칙에 따르면 거절이나 시도, 후퇴 모두 애매모호한 힌트에 불과하다. 그러니 양쪽 모두 체면을 구긴 것은 분명 아니다. 유혹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페어플레이 규칙이 적용되는 게임이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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