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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 중상층 의례

hherald 2013.01.21 23:06 조회 수 : 1109

중상층 의례

자신의 신분에 느긋해 하는 중상층의 통과 의례는 보통 안달하지 않고 도를 넘지 않는다. 심지어 좀 안달하는 중상층의 결혼은, 중증층이 자신이 준비에 얼마나 공을 들었는가를 보여 주라는 것과는 아주 다르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은 고상함을 목표로 준비한다. 자연스러운 화장처럼 중상층의 결혼식은 소탈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실 심사숙고하여 공을 들여야 하고 돈도 필요하다.
신분이 불안정해 안달하는 중상층 특히 도시에서 중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층의 걱정은, 제대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려는 데서 생긴다. 중증층과 거리를 두면서 남들과 다르게 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중중층의 상징인 귀엽고 앙증 맞음은  물론 전통도 피하려고 갖은 궁리를 짜낸다.
 이들은 돈 좀 있는 중중층이나 생각만 해도 끔찍한 중하층도 쓰는 '언제나 똑같은 오래된 웨딩마치'나 '언제나 똑같은 지겨운 찬송가'를 쓸 수는 없다. 신부 입장 때 무슨 음악인지 아무도 모르는 유명하지 않은 음악을 틀어 신부가 복도를 걸어 들어오고 있는데, 손님들은 계속 떠들고 있고, 모르는 찬송가라 따라 부르지 못한다. 같은 원칙이 음식에도 적용되어 뭔가 다르고 창의적인 음식은 굳이 손님들 입맛에 잘 맞으리라는 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옷은 기이하고 전위적인지는 몰라도 입기도 보기도 불편하다. 중상층은 대개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 나이든 신랑 신부는 각 구청에 있는 결혼등록소에 가서 식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어떤 경우 교회 결혼식은 신앙심이 있어야 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심지어 자기네가 쓴 결혼 서약을 주고 받는 이색적인 세속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하게도 이런 결혼서약은 교회 결혼서약과 거의 같은데, 단지 더 길고 표현이 썩 좋지 않다. 

상류층 의례

상류층 결혼식

상류층 결혼식은 더 전통적이다. 중하층이나 중중층보다는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전통교과서에 나오는 식은 아니다. 상류층은 자선 댄스, 여우 사냥 댄스, 큰 개인 파티와  이벤트 성 파티등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결혼식 같은 통과 의례에 우리들처럼 크게 흥분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상류층 결혼은 아주 조용하고 단순한 행사일 경우가 많다. 그들은 적당한 옷이 많기 때문에 굳이 옷을 산다고 난리 법석을 안 해도 된다. 남자들은 정장 연미복이 있고, 여자들은 '로열 에스컷의 경우는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게 아니면 결혼식을 워낙 많이 다니다보니 갈 때마다 바꿀수가 없다'고 뜨르르한 상류층 부인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계급의 여자들도 입던 옷을 돌아가면서 입는다는 얘기다. 


신포도 규칙 

만일 중상층이나 상류층이 화려한 결혼식(혹은 장례식, 크리스 마스, 생일, 기념일)을 할 형편이 못 되면 이숍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식 덕목으로 둘러댄다. 그들은 "크고, 허례허식에 불과한 예식을 하지 않고 그냥 작고 단순한 가족 결혼식을  가까운 친구들만 불러서 한다"고 말한다. 
노동계급처럼 신용카드 빚을 늘이거나 중하층이나 중중층처럼 정기예금을 깨지 않는다. 돈 자랑에 대한 혐오와 연관이 있는 영국인의 겸손 규칙은 무일푼 상류층에게 잘 들어 맞는다. 자신이 감당 할 수 없는 것은 무조건 '자랑'이거나 '천한'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결혼식은 천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못 박아버린다.  제인 오스틴은 상류층 여주인공 엠마 우드하우스의 작고 조용한 결혼식과 검박한 옷, 누비고 다니는 듯한 분위기가 아닌 파티를 통해 우리에게 이 점을 상기시킨다. 그녀는 또 창백하고 거만한 벼락 부자 엘튼 부인이 했던 "결혼식에 흰색 비단이 너무 없고, 면사포도 너무 적어서 아주 비참한 행사였다" 라는 불평이 중산층의 천한 취향이라고 알려준다. 
착실한 상류 노동계급도 때로는 이런 말들을 쓴다. 그리고 중하층과 중중층도 이같은 겸손의 원칙을 적용해 좋은 효과를 낸다. 속으로는 부러워하는 사치스러운 결혼을 낭비와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매도하는 식이다. 또한 양식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들이라는 비난도 곁들인다. 이로써 그들의 검소하고 착실함이 돋보여 그들을 보통 노동계급이 아니라 중산층으로 보이게 한다. 그들은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속물스러운 전시효과라면서 코웃음을 친다. 나의 제보자가 "그녀는 호텔에서 했다오. 아마 이 퍼브(우리가 얘기하고 있던 동네 퍼브)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죠. 아이구! 잘났다! 잘났어!" 라면서 이웃의 은혼식을 비웃었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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