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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휴가

hherald 2013.01.07 19:31 조회 수 : 1029

우리의 사교술이 갑자기 기적적으로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마음과 입을 열어서 더 사교적이 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 영국인이 주로 가는 해외 휴가지 주민들이 증언하듯이, 항상 좋은 일도 아니다. 우리 중 일부는 솔직히 말해 억제를 벗지 않는 편이 훨씬 보기 좋다. 또한 그들의 바지, 브래지어, 위장 속 내용물도 우리의 위엄과 마찬가지로 벗거나 드러내지 않으면 더 보기 좋을 것 같다. 내가 계속 지적하는, 우리의 공손한 수줍음과 역겨운 촌스러운 짓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떤 이들에게 휴가라는 마술 같은 단어는 그 동전을 던져서 뒤집는 것과 같은 것인가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이 축제나 휴가의 해방의식 규칙은 통상 주말을 포함한 달력의 별로 중요하지 않는일반 공휴일에도 적용된다(예를 들면 일부 비주류 하부문화집단 무리들은 그들 특유의 인격, 복장, 생활을 오로지 이 해방의식의 휴식기간인 주말에만 내보일 수 있다. 좀더 열렬하거나 운 좋은 전업 멤버는 이들을 주말 고스 혹은 주말 오토바이족이라 부르면서 얕잡아본다). 저녁시간과 점심시간도 어떻게 보면 작은 해방의 시간이다. 심지어 커피나 차 마시는 시간도 해방의 순간이다. 오아시스 같은 작은 휴식, 초현실로의 탈출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는 1회분 동종요법(Homeopathic) 같은 것이다.

휴가 뒤에 우리는 '현실로 돌아간다' 혹은 '진짜 세상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휴가의 뜻과 기능의 일부가 '진짜 세상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휴가의 뜻과 기능의 일부가 '진짜 세상'과 휴가를 더 날카롭게 대비시킨다. 휴가와 작은 해방의 시간은 이 기간 동안 정지되는 표준이나 규칙에 도전하거나 그걸 파괴하는 기회가 아니고 차라리 그 반대이다. 휴가나 휴식은 이런 규칙과 표준을 더 강화한다. 휴가를 '비정상' '특별' '가짜'로 이름 붙여 우리에게 무엇이 '정상'이고 '진짜'인지를 일깨워준다. 규칙을 의식적이고 계획된 방식으로 깸으로써, 이런 중요한 표준을 더 두드러지게 하고, '진짜' 시간에는 그들에게 돌아가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매년 영국 휴가객은 현실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깊이 한숨을 쉬면서도 현명한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물론 매일이 이렇다면 우리는 이를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옳다. 그러나 역발상도 맞는 말이다. 휴가는 우리 일상의 체계와 확실성을 심지어는 규제까지도 귀중하게 여기게 도와준다. 영국인은 단지 어느 정도까지만 초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여름 휴가철 끝 무렵이면, 그새 탐닉과 무절제를 충분히 누린 나머지 이제는 중용이 좀 그리워진다. 

다른 전환: 개인적인 의례와 불규칙동사

20년 단위의 생일, 결혼기념일, 집들이, 직장 송별식, 은퇴 기념식 등은 중대한 생의 전환 행사의 비하면 작은 행사이다. 비록 개인 입장에서는 다른 것보다 마찬가지로 중요하긴 하다.

이런 전환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과 기념한다. 그래서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보다는 덜 불편하고 딱딱하지 않다. 영국인은 아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상당히 따뜻하고 열려 있고 친근하며, 감정을 서로 솔직히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려 있고 따뜻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차에 불과한 것이어서 국민성과는 별 연관이 없다.

직장에서 열리는 은퇴식이나 송별식은 예외이다. 거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는 통상 영국적인 행사일 가능성이 많다. 술과 끊임없는 유머로 치유되는 사교불편증, 계급 강박관념을 덮는 공손한 평등주의, 간접적인 자랑으로 가득 찬 겸손한 자기비난의 말, 엄살 불평 의례, 장난스러운 선물 증정, 탈억제의 주정, 어색한 악수, 불편한 포옹과 엉성한 등 두드림이 나타난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만 모인 생일, 기념일, 집들이, 은퇴식 같은 개인적인 통과의례 모습은 사실 예상하기 어렵다. 이런 행사에 늘 따르는 케이크, 풍선, 노래, 특별 음식, 술, 건배 등은 역시 빠지지 않겠지만 실제로 그걸 나누는 방식이나 참석자의 태도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나이, 계급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기질.기벽.역사.특유의 심정과 동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사항은 우리 같은 사회과학자가 아닌 임상 정신과 의사의 영역이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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