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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혀를 잘 굴려야

hherald 2015.03.30 18:38 조회 수 : 366

 

탄금대 살 때는
초등학교시절 충주 탄금대 새말에서 호롱불과 남포불 아래 살 때 친척 아재가 우리 집에 와있었고 아버지 한약방을 도와드리며 공부도 하였다. 그때 약장의 약명을 순서대로 다 외우라는 지시에 아재와 나는 소리 내어 읽으며 외우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재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박자를 맞춰가며 앞뒤로 끄떡끄떡하다가 힘들면 다시 또 옆으로 왔다갔다하며 소리 내어 읽으며 외우던 생각이 난다. 그 이후에 소리 내어 읽은 기억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읽기를 시킬 때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또다시 안 굴러가는 굳은 혀를 억지로 굴리며 더러더러 영어문장을 읽고 외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머리속에 남아 있지 않고 금방 사라져버린다. 옛날 약장은 지금도 그냥 입과 눈에 선하고, 한지봉투에 약을 담아 밑에 약명을 쓰고 천장에 매달아 놓던 일이 떠오른다.

글 읽는 소리
보도에 보니 한국의 마지막서당인 '지곡서당'의 글 읽는 소리가 끊긴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곡서당은 한국의 한학의 전통을 잇고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를 세운 임창순선생님은 충북 옥천출신으로 4살에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우고 14세부터 서당에서 6년간 공부한 것이 전부고 모두 독학하셨다. 대한민국의 금석문과 한학에서는 당대 최고이셨으며 후학을 위해 태동고문연구소와 지곡서당과 청명문화재단을 거쳐 자신의 모든 것을 한림대학에 기부하고 돌아가시면서 서당에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바라셨던 분이다. 더 이상 글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슬퍼지나 숭고하신 정신은 제자들에 의해 계승될 것이라 본다. 나는 선생님의 EBS교육방송 한문문법 강의를 모두 듣고 기록한 것이 남아있고, 덕분에 한문으로 된 한의학원전을 조금 더 잘 해석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그 후 금석학과 한학 등에 관한 책을 주로 출판하는 법인문화사 사장님과 친한 덕에 지곡서당을 방문하기도 하였고 한국 최고의 석학을 직접 볼 수도 있었다.



지곡서당
내가 서당언저리에서 주어들은 것들을 써도 되는가 모르지만, 지곡서당은 그 당시에도 입문이 엄청나게 어려웠고, 3년 수료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휴일이나 방학도 있어 집에 가 쉴 수도 있었으나 과제가 많아 안 가는게 편했고, 뛰어난 영어실력은 필수조건이며 전공에 대한 최고전문지식도 기본이었다. 머리가 뛰어나게 좋지 않으면 감히 들어갈 생각도 할 수없는 곳이었으니 서당출신학자들은 권위를 인정받았다. 쉽게, 실제로 한문책인 논어나 맹자를 10번 읽으면 처음부터 다 외울 수 있고, 20번을 읽으면 거꾸로도 외울 수 있을 정도이니 어느 정도인지 가름이라도 해보자. 그 분들 머리속에는 모든 고전이 컴퓨터보다 더 정밀하게 정리되어 있으므로 화두로 한 글자나 문장이 주어지면 모든 책의 관련된 내용들이 바로 일목요연하게 출처로 정리되어 나온다. 나는 존경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런 제자들이 본 임선생님은 한번 보고 들은 것을 잊어버리시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대영박물관
금석학(金石學)은 ‘굳은 돌이나 단단한 물질에 기록된 명문(銘文)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 영화 ‘인디아나존스’에서 돌이나 가죽에 새겨진 모르는 글이나 모양으로 보물을 찾듯이, 금석문은 옛날의 역사사건이나 사라진 문화, 언어, 문자 등을 전해주는 현존기록물이다. 글을 새기는 목적에는 기념용과 기록용이 있다한다. 기념용은 공개적이든 비밀스럽던 보존을 목적으로 하며, 기록용은 기록하기 위하여 쓰여 진단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로제스타스톤(Rosetta Stone)은 이집트의 5천년 역사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주는 유물로 상형문자를 해독가능하게 하였다. 나폴레옹 이집트원정대가 발견했으나 영국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영국으로 가져왔다. 또,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이 새겨진 비석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중국 길림성일대가 우리 고구려 영토였음을 말해주는 광개토대왕비는 무식한 탁본과정에서의 훼손으로 한중일간에 해석을 달리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금석문 뿐만아니라 서예나 고서화의 초서(抄書)같은 글이나 벽화 같은 것을 해독하려면 어떠한 재능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탄소연대측정 등으로 파악한 제작연대는 역사적사건 열쇠이며, 고대문화와 기원과 발전을 연구하는데 필수학문이다. ‘얘기 나누는 사람들은 모두 큰 학자들이고, 거기 왔다갔다하는 사람은 무식한 이가 없네(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내 노트에 있는 임선생님의 종강 중에서.
 
영국 서울한의원 한의학박사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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