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가까이 하고 감상하기에 기쁠 뿐 아니라 태양 광선을 재료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화확 물질을 합성해내는 효율적인 생화학 공장입니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효능은 동서고금을 통해 건강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전세계 문화권에서 한의학과 같이 경험적으로 축적된 식물의 효용성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대한 지식 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현대의 거대한 제약 산업 역시 본래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식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내는 공정에서 태동하였으며 첨단 과학을 지향하는 오늘날에도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식물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에도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는 부단히 식물 성분을 추출하고 있으며 현재 지구 상 식물계의 약 15%정도가 약리학적 검색이 되었습니다.

 

식물의 파워

 

식물계에는 Biological Response Modifier라고 하는 신체의 기능을 필요에 따라 조율할 수 있는 독특한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인체에 흡수되었을 때 인체 생리 활성을 촉진하고 질병에 대항하는 힘을 줍니다. 한약이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도 형이상학적으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과학적인 기전은 바로 풍부한 Biological Response modifier 덕분입니다. 또한 많은 식물들이 우리 신체의 장기와 조직을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 결과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그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의 열쇠는 대지에서 태양의 자양을 받고 자라나는 식물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한의사로서는 최초로 서울대 천연물 과학 연구소에서 수년간 근무하였는데 이곳은 일제시대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소로서 한국에서 자생하는 한약재에 대한 수집과 연구를 시작한 곳입니다. 현재도 한약과 천연물 연구에 독보적으로 많은 양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며 한약 연구 측면에서 전세계 유수의 연구소들과 교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간혹 한국에서는 일반인이나 의사들도 한약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들을 곧잘 하는데 실제 한약재는 전세계의 실험실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아카데믹 저널에 논문들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건성의 의약 논문 써치 엔진인 Pubmed에 들어가서 한약재의 학명을 넣으면 대단히 많은 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한약재 '강황'을 키워드로 넣으면 오늘 날짜로 8530개의 논문이 검색됩니다.   

 

당시 연구소에서 필자가 하던 일은 세계 각처에서 수집되어 온 천연물들의 성분을 분석하고

유효한 약리 활성을 비교, 검색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1만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식물들을 검색한 결과 전통적으로 한약재로 사용되는 식물들에게서 단연 높은 생리 활성 (소염, 항스트레스, 항산화, 항암 작용)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한 것은 매우 놀라웠던 경험이었으며 과학적 객관적인 잣대에서 밝혀진 생생한 약리 기전은 제 한의학 임상에 평생의 자양이 되고 있습니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장바구니에서

 

많은 야채를 비롯하여 과일, 씨앗 등은 한약처럼 강력하지는 않지만 약초와 같은 치유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각광받고 있는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은 식물 특유의 빛깔과 향기를 부여하는 화합물로서 신체에 매우 유익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대표적인 효능으로서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작용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에 풍부한 '설포라판' 이라는 물질은 발암물질이 세포를 공격할 때 일련의 효소계를 동원하는 능력이 있어 발암인자를 무력화하며

귤, 레몬등의 시트러스성 과일이나 딸기 등의 베리류에 함유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발암효과가 있는 나쁜 호르몬의 작용을 정상화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콜리플라워나 배추류에 함유되어 있는 '인돌'성분은 면역계를 튼튼히 하고 신체에서 독성 성분을 배출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토마토에는 적어도 1만여종의 파이토케미칼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많은 과일과 야채들 중 블루베리, 블랙베리, 딸기, 체리, 마늘, 케일, 시금치, 자두, 포도, 고추, 키위, 자몽,양파는 신체 조직에 상해를 가하는 자유이온기(free radical)를 제거하는 능력이 출중한 식품들로서 젊음을 유지하는 회춘식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물 성분은 매일의 식단에서 충분히 섭취되어야 하는데 반찬처럼 사이드 디쉬로서가 아니라 적어도 끼니마다 100g 이상, 가능하면 200g 정도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들의 가치는 시중에 파는 합성 영양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영양 가치와 살아있는 활성을 지니며 식물에 담긴 다양한 비타민, 효소, 아미노산 등 복합 화합물의 시너지 효과로

우리 몸과 조화를 이루어 작용합니다. 공장에서 대량 합성된 영양제들은 대부분의 경우 인체에서 흡수율이 낮고

생체 이용율이 떨어지며 반면 농도가 높을 때는 인체에서의 작용이 날카롭고 독성이 나타나는 듯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날로 심해지는 공해 물질의 만연과 영양가 없는 가공 처리된 식품이 범람할수록

대자연이 선사한 치유 효과 가득한 다양한 식물성 영양 물질로 신체가 충만토록 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을 수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