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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발전에 기여했던 사회정신 중에 '나도 할수 있다'가 있다. 능동적으로 발전하겠다는 개인적 의지로 표현되는 '나도 할수 있다' 정신은 경제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사회발전의 한 중심축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놀랄만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지금, '나도 할수 있다' 정신이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것이 남과 같아지거나 남을 극복해야겠다는 의지로 발전해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성공한 남을 흉내내서라도 그것을 극복하면 된다는 심리가 팽배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며, 보이는 실적과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끔찍한 사회정신이 일반화되어 있다. 

표절을 해서라도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으면 성공이고, 부정을 해서라도 축재를 하면 성공이다. 영적으로 혼탁해도 신도수만 늘리면 교회는 성공이고, 인성은 키워주지 못해도 일류대만 보내면 자식농사 성공이다. 성형공화국, 짝퉁공화국. 이런 출세 지향주의, 성공 지상주의 배경에 '나도 할수 있다' 정신이 견고하게 숨어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은 어떨까. 다양성과 문화적 오리지널리티가 존중되는 민주주의 선진국가로서의 영국에는 '나도 할수 있다' 정신이 발붙일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대신 '나는 할수 있다' 정신이 일반화 되어 있다. 

'나는 할수 있다'는 '나도 할수 있다'와 엄연히 다르다. 토씨하나 틀릴 뿐인, '나도'와 '나는'은 엄청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도'는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과의 비교를 위한 조사이며, '는'은 어떤 것과의 대조를 표현하기 위한 조사이다. '나도 할수 있다'가 남과 비교하여 무언가를 하겠다는 모방의지의 표현이라면, '나는 할수 있다'는 남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하겠다는 창조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혼탁한 문화의 홍수시대에 사는 이십일 세기 지구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적 오리지널리티의 식별력이다. 발터 벤야민이 이야기한 예술작품이 지니는 '현존성의 아우라'란 결국 단 한번뿐인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감탄의 표현에 다름아닐 것이다. '나도 할수 있다' 정신은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기보다는 그 위에 무언가를 첨가해 보다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사회무의식을 일반화시킨다. 

작금의 혼탁한 대한민국 티브이 프로그램들은 그런 사회무의식의 창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공한 프로그램이 나오면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곧바로 난립한다. 이것은 엄격하게 구체화 되지 못한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후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집단사회무의식이 발현된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비겁한 시청률 경쟁을 비판하고 꾸짖을 만한 사회적 환기구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도 있다.

유사프로그램이 거의 없는영국 티브이의 청결한 다양성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영국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성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적어도 남을 흉내내어 성공하는 추잡한 작태는 배제해야 한다는 집단 사회무의식 때문일까. 

사회적 다양성이란 약자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꽃피기 힘든 것이다. 강자만을 떠받들고 승리자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다양성이란 불필요하다. 그들에겐 오직 빛나는 성공과 반짝이는 유행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샬 맥루한의 말처럼, 환경이란 그저 주어지는 수동적인 포장품이 아니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능동적 과정일 것이다. 하루빨리 구 시대의 사고인 '나도 할수 있다'를 '나는 할수 있다'로 대체하지 않는다면, 건장해진 육체적 환경을 이기지 못하는 빈약한 정신적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될것이다. 모방의 시대를 넘어 창조의 시대로 나가야할 사회가 대한민국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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