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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42회 가상공간 규칙

hherald 2011.05.09 17:03 조회 수 : 1401




최근 영국인은 가공의 도개교를 들어올리고 상호 대면과 접촉의 정신적 충격을 피하여, 집에 틀어박혀 있을 만한 새롭고 정당한 핑계를 찾았다. 이름하여 가상공간, 즉 이메일, 대화방, 인터넷 서핑, 메시지 교환 등이다. 이 모든 것이 편협하고, 비사교적이며, 글을 사랑하는 영국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가상공간, 영육이 분리된 말이 세계에서 우리는 뜻대로 할 수 있다. 무엇을 입을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눈맞춤을 할지, 악수를 할지, 에어 키스를 할지 미소만 지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당황스러운 순간, 창피한 첫 대면에 따르는 불편한 침묵을 날씨 이야기로 메울 필요도 없고, 공손한 꾸물거림도 필요 없다. 차 준비도 필요 없고, 전위적인 행동을 할 필요 없고, 끝없이 지속되는 이별도 필요 없다. 육체적이고 신체적인 실제 인간을 상대할 필요도 전혀 없다. 그저 쓰인 글들뿐, 우리들이 제일 좋아하는 바로 그것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은 가상공간이 탈억제의 장이라는 것이다. 가상 공간의 탈억제는 영국만의 유별난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형상이다. 여러 문화권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더 열려 있고, 더 수다스럽고, 덜 과묵해진다. 그러나 이 탈억제 경향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사교적 촉진제가 훨씬 더 필요한 영국인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중점 집단과 영국인 인터넷 사용자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대화에서의 탈억제 경향이 계속 거론되었다. 참가자 모두 예외 없이 가상공간에서는 실제 만남보다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현실생활에서는 감히 할 수 없을 말을 온라인에서는 했답니다." "맞는 얘깁니다. 나는 온라인일 떄는 자체력을 잃어버립니다. 약간 술에 취했을 때와 같습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에 따라 대화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내겐 대단한 것이었다.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말을 온라인에서는 한다는 게 아닌가. 이 흥미로운 실수가 온라인 대화 분위기로 인해 우리가 탈억제되는 현상의 본질을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을 만들어낸 윌리엄 깁슨 (William Gibson)의 "이것은 장소가 아니고 공간도 아니다" 라는 말이 옳다. 우리는 가상공간은 현실과 어떻게든 분리되어 있다고 여긴다. 거기에서의 행동은 현실에서의 행동과는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공간은 문화인류학자들이 한계의식 지역 (liminal zone), 즉 해방고라 부르는 곳이라 볼 수 있다. 그곳은 변경이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경계에 있는, 일상의 영역과는 분리된 곳이다. 거기서는 통상의 규칙과 사회적 체제는 일시정지되고 대체인으로서의 짧은 탐험이 허락된다. 이메일과 채팅에서는 통상의 철자법과 문법을 따르지 않듯이, 현실에서 우리의 태도를 좌우하는 사교불편증과 제한을 쉽게 무시할 수 있다. 영국인이 비영국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상공간의 대화방에서는 현실공간에서와는 달리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쉽게 시작하는데 이것이 정상일 뿐만 아니라 적극 권장된다. 그리고 메시지와 이메일에서 현실생활에서는 절대 밝히지 않을 개인적인 사항도 밝힌다. 이는 최근 연구가 밝힌 가상공간의 친구 관계 형성과 발전이 왜 실제 현실보다 더 쉽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해준다.


많은 친사교적 탈억제는 환상에 근본을 두고 있다. '해방구 효과'로 사람들은 이메일이 일과성을 띠고, 손으로 쓴 편지보다 구속력이 적다고 느낀다. 사실 이것은 더 오래갈 수 있고 훨씬 조심성이 없는 일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영국인이 온라인 대화의 대체현실 (alternative reality) 에서 해방감을 느끼지만 사실은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가 술에 취해서 한 말이나 행동에 후회하듯이 가상공간에서 자제하지 않고 한 행동으로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가상공간이 현실과 떨어져 있는 게 아니고,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 현실과 나란히 동행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탈억제된 이메일은, 사무실 파티에서의 경솔한 실수처럼 나중에 우리를 괴롭힐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가상공간 해방구 효과는 영국인의 사교불편증을 극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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