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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35회 연속 방송극 규칙

hherald 2011.03.14 17:41 조회 수 : 1410

공중파 방송이 다섯개가 있으니 최근 프로그램 한 두편은 같이 보았을 터다. 수준 높은 영국TV 프로그램에서도 쓸만한 불평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속 방송극 규칙

우리의 사교 불편증과 사생활 보호 강박관념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연속방송극에 반영된다. 영국TV  연속극은 어느 나라의 연속극과 비교해도 상당히 유별나고 색다르다. 구성,주제, 줄거리등은 어디나 비슷하다. 부정,폭력, 죽은 근친상간, 원치않은 임신, 부권논쟁, 비현실적인 사건과 사고등이 적당히 혼합돼 있다. 그러나 오로지 영국의 연속극에서난 이런 일이 전적으로 평범한 인물, 노동자 계급, 많은 경우에 중년이나 노년층, 육체노동자, 따분한 일을 하고, 싸구려  옷을 입고, 아주 평범한 음식을 먹고,지저분한 퍼브에서 마시고, 작고 좁고 초라한 집에서 사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미국TV 연속극은  혹은 대낮(DAYTIME)에 방영하는 연속극도 영국의 <이스트 앤드(EAST ENDER)>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Coronation Street)>처럼 하류층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중간에 광고하는 상품을 보면 그 대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무대장치나 생활 환경을 보면 전부 중산층 이야기로, 그들은 모두 화려하고,매력적이고 부유하고, 젊음이 넘쳐난다.  죄다 변호사, 의사 ,성공한 사업가들이고, 외양은 거를싸하나 실제로는 엉망진창인 가족이 흠 하나 없이 비싼 집에 산다.  그들은 애인과의 밀회 장소로 언제나 스마트한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을 이용한다.  세계의 거의 모든 연속극은  이렇게 현실에서는 채울 수 없는 갈망을 묘사하는 미국식을 따른다. 오로지 영국인들만 먼지투성이 부엌, 싱크대, 노동계급, 사실주의에 열광한다. 심지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 연속극도 불쾌하고 지저분한 영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호화스럽다. 왜 이런가? 왜 수백 만의 보통 영국인은 자신과 같거나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 얘기를 보길 원하는 가?
내 생각에는 영국인의 정신에 깊이 박힌 경험론과 사실주의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품성, 사실, 현실, 실제에 대한 외고집, 가식과 기만에 대한 혐오에도 기인한다. 만일 페브스너가 오늘날 '영국연속극의 아름다움'을 쓴다면 그는 <이스트 앤드>와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에서 호가스(hogarth),콘스터블(constable), 레이놀즈 그림에서 본 것 같은 대단히 영국적인 특성, '직접 본 것과 경험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 '진실과 일상의 자질구레 한 것들'을 발견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스위스 화가 푸젤리 (Fuseli)가 얘기한 우리의 취향과 느낌은 모두  현실과 관련이 있다" 라는 관찰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영국인도 현실을 벗어난 예술형식이나 드라마를 음미할 능력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나라와는 달리 오로지 연속극에서만 자신들의 평범성에 거울을 바싹 들이대기를 요구한다. 내 직감으로 보아 이 이상한 취향은 우리들의 사생활보호에 대한 강박관념,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성향, 집에 가서 문닫고 도개교를 내리는 경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앞 장에서 이 사 생활 집착과 관련한 상세한 사항을 이미 다룬 바 있다. 나는 이것은 우리의 끝없는 호기심과 참견 때문이라고 추론 했는데, 오로지 끝없는 뒷담화로 겨우 부분적으로나마 채워진다. 금단의 열매의 유혹이 여기에 작용한다. 영국인은 사생활 규칙 때문에 가까운 친구나 가족 말고  다름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한다. 자신의 추문을 밖에 드러내지 않고 그런 일을 타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이웃이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에 매달려 있는지 모른다. (하도 시끄러워서 경찰과 구청에 이미 항의 했다면 몰라도 ) 영국 거리 어디에선가에서 살인이 벌어져 경찰이나 기자가 이웃에게 물으면 그 대답은 항상 거의 같다. "사실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르는데..." "워낙 우리와 접촉을 잘 안해서..." "그냥 큰 문제없이..." "이 동네에는 다른 사람들 일에 별로 상관을 안 해서..." "약간 이상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것도 이상하기도 해서..."
사실 우리 모두는 엿보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엄격한 사생활 규칙 때문에 좌절하면서도, 무한한 호기심으로 커튼 사이로 엿보는 이웃들의 나라다. 서민 연속극이 인기있는 이유는 등장인물인 '우리 이웃일 수도 있는 사람'을 관찰하는데 있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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