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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34회 TV 규칙

hherald 2011.03.07 19:22 조회 수 : 1300

TV 규칙


청교도적 도덕관에 사로잡혀 단순한 향략에도 걱정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TV광의 나라가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으니 안심해도 좋을 듯하다. 조사 수치는 언뜻보면 오해 할 수 있다. TV 시청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여가활동으로 되어 있다. 99퍼센트의 인구가 정기 시청자라는 얘기다. 그러나 조사서 문구를 잘 살펴 보아야 한다. '지난 달에 이중에서 무슨 일을 했습니까? 그러고는 그림이 바뀐다. 하지만 한 달간 TV 를 적어도 한 두번 안 보고 지나가기는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TV난에 '예'라고 표시하는 것과 매일 저녁 TV앞에 붙어 있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TV를 많이 보는데 전국 평균 시청 시간은 1일 세 시간에서 세 시간 삼십분이다. 그렇다고 TV 때문에 대화 기술이 죽지않는다. 97퍼센트의 응답자가 지난 한 달 동안 친구와 친지를 방문하가나 같이 식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으로 보아 나는 언제나 TV 시청 시간 통계가 미심쩍다. 심리학자들이 보통 가정의 거실에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하고 그들이 얼마나 TV 를 보는지 그리고 그동안 무엇을 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조사에서 보조 역할을 맡았는데,초시계를 가지고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피조사자들이 TV 스크린을 보는 시간을 재는 일이었다. 그들이 그사이에 실제 무엇을 하는 지도 적었다. 동시에 피조사자들도 그들이 메일 무엇을 했는지를 적는다. 무슨 프로그램을 봤는지 그리고 대략 얼마동안 봤는지 등을 적는 것이다.
내가 스톱워치로 잰 시간과 그들이 적은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조사자에게 저녁에 한 시간 동안 TV 를 보면서 지냈다고 말하지만 실제 그랬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건 대게 TV 를 켜 놓은 상태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얘기했거나, 개와 놀았거나, 신문을 봤거나, 리모콘으로 채널을 계속 바꾸고 있었거나, 전화로 수다를 떨었거나, 손톱을 깎고 있었거나,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거나, 요리하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거나, 졸고 있었거나,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의 일을 하면서 때때로 화면을 보았다는 얘기다.
물론 TV 시청 시간을 아주 적게 적어내는 사람도 있는데 대게 거짓말이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가능한 한 정확히 말하려고 노력한다. 자신들은 절대 TV 를 안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저녁 정신없이 TV 를 보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는 실업자들보다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낫다고 당신을 설득하려 든다. 대개 중년의 중산층 남자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데,그들은 벤츠를 모는 사람을 냉소하는 자신도 그렇거니와 타인의 평가로도 계급적 지위가 분명치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삶들이다. 이 반 TV 적인 태도는 영국에만 있는 비논리적인 허세로 보인다. 영국에는 세계 최고의 TV 프로그램이 있어서, 심지어 지독히 오만한 지식인이라도 볼 만한 프로그램들이 언제나 있다.
그저 평범한 우리같은 삶들, 특히 사교상 핸디캡이 있는 영국인에게는 대화의 기술을 늘리는데 필요한 소재를 찾기에는 TV 가 안성맞춤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TV 프로그램은 생활비 불평보다 더 인기있는 가족과 친구의 대화주제로 등장했다. TV 가 날씨 얘기를 잇는 대화 촉진제로 등장한 것이다. 말문이 막히거나 대화시작과 여백메우기로 날씨 얘기를 써먹고 나면, "그것 보셨나요?" 라고 하면 된다. 공중파 방송이 다섯개가 있으니 최근 프로그램 한 두편은 같이 보았을 터다. 수준 높은 영국TV 프로그램에서도 쓸만한 불평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속 방송극 규칙

우리의 사교 불편증과 사생활 보호 강박관념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연속방송극에 반영된다. 영국TV  연속극은 어느 나라의 연속극과 비교해도 상당히 유별나고 색다르다. 구성,주제, 줄거리등은 어디나 비슷하다. 부정,폭력, 죽은 근친상간, 원치않은 임신, 부권논쟁, 비현실적인 사건과 사고등이 적당히 혼합돼 있다. 그러나 오로지 영국의 연속극에서난 이런 일이 전적으로 평범한 인물, 노동자 계급, 많은 경우에 중년이나 노년층, 육체노동자, 따분한 일을 하고, 싸구려  옷을 입고, 아주 평범한 음식을 먹고,지저분한 퍼브에서 마시고, 작고 좁고 초라한 집에서 사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미국TV 연속극은  혹은 대낮(DAYTIME)에 방영하는 연속극도 영국의 <이스트 앤드(EAST ENDER)>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Coronation Street)>처럼 하류층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중간에 광고하는 상품을 보면 그 대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무대장치나 생활 환경을 보면 전부 중산층 이야기로, 그들은 모두 화려하고,매력적이고 부유하고, 젊음이 넘쳐난다.  죄다 변호사, 의사 ,성공한 사업가들이고, 외양은 거를싸하나 실제로는 엉망진창인 가족이 흠 하나 없이 비싼 집에 산다.  그들은 애인과의 밀회 장소로 언제나 스마트한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을 이용한다.  세계의 거의 모든 연속극은  이렇게 현실에서는 채울 수 없는 갈망을 묘사하는 미국식을 따른다. 오로지 영국인들만 먼지투성이 부엌, 싱크대, 노동계급, 사실주의에 열광한다. 심지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 연속극도 불쾌하고 지저분한 영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호화스럽다. 왜 이런가? 왜 수백 만의 보통 영국인은 자신과 같거나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 얘기를 보길 원하는 가?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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