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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칼럼- 1.5에게 보내는 편지

hherald 2015.05.18 18:01 조회 수 : 247

 



안녕. 너에게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1과 2의 중간에 위치한 너, 그러니까 1도 아니고 2도 아닌 너에게 이 봄의 한복판에 서서 말을 건네게 되었구나. 애정어린 관심으로 언제나 가까이서 너를 지켜보았단다.


   너를 생각하면 젊은 시절 읽었던  실존주의 철학자들 그중에서도 하이데거라는 독일철학자가 떠오른다. 그가 말한 '던져진 존재'라는 개념. 그는 인간이란 좋든 싫든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말했지. 우연적이고 맹목적인 존재, 즉 '던져진 존재', 바로 '피투적(被投的)' 존재. 


   부모를 따라 조국을 떠나온 너를 세상은 '이민 1.5세대'라고 부르지.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너는 어린 시절 다른 문화 속에 던져졌다. 손에 익은 장난감들을 포기한채  떠나온 너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규칙과 질서들을 배워나갔다. 생긴게 다르고 말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뛰어 놀았다.


   퍼즐이 맞추어지듯 서서히 너는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너는 정녕 집에서 쓰는 말과 학교에서 쓰는 말이 달라야 했다. 인간 모두가 언어의 인식적 기능과 비인식적 기능을 함께 터득해야 하듯이, 너는 두가지 언어를 함께 습득해 갔다. 어느덧 너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이 되었다.


   너의 부모와 같은 입장인 나로서 너를 정확히 이해하기란 사실 조금 힘든 일이다. 한국적 성향이 강한 이민 1세대이기 때문에, 문화적응을 위해 네가 받았을 심각한 스트레스를 일목요연하게 짐작하기가 나로선 매우 힘들다. 외국생활을 하며 문화충격이 올때마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의식의 치외법권 안에 나를 가두고 자유했다. 그럴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네가 느꼈을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가치관이 채 정립되기전 조국을 떠난 너를 세상은 '낀세대'라고도 부르지. 


   하지만 그것은 요사이 유행하는 신조어 '트윅스터(Twixter)'와는 다른 의미임을 너도 알겠지. 어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생하는 세대를 부르는 트윅스터와는 다른 의미의 낀세대지. 너는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대라는 의미의 낀세대임을 잊지마라.


   그러므로 너는 더 외로운 세대다. 안타깝지만, 부모도 선생도 너의 갈등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단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너와 같이 두 문화의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온몸으로 겪는 것은 소수만 경험할수 있는 특별한 것이니까. 


   민족 정체성과 문화적응의 갈등으로 상처받았을 너, 그리고 그것을 이겨나가는 너의 모습이 안스럽지만 또한 언제나 자랑스럽단다. 부모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선생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들었을 너. 그 갈등을 극복하며 힘차게 나가는 너.


   자부심을 갖거라. 너의 운명을 자랑스러워하거라. 1도 아니고 2도 아닌 너는 1이 갖지 못한 것과 2가 갖지 못한 것을 함께 지니고 있단다. 단순히 두개의 언어뿐만이 아니라 두개의 상이한 문화를 포용하고 우뚝 서야할 너는 일종의 개척자이며 선구자가 아니더냐.


   두 문화의 교차로에 위치한 너의 문화적 중첩이 이루어낸 혼색은 분명 가치있는 것이다. 그것은 너의 부모세대도 또한 너의 자식세대도 경험하지 못할, 너만의 아름다운 체험으로 존재할 것이다. 네 안에서 꿈틀거리는 두 언어와 두 문화 모두에게 그것은 얼마나 뜻깊고 감격스러운 것이겠니.


   하이데거는 또한 말했다. 인간은 단순히 내던져져 있는 피투적 존재만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내던져 새로운 시도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자신을 던질수 있는 존재, 바로 '기투적(企投的)' 존재.


   1.5세대인 너를 사랑하고 응원한다. 너를 한번 던져 보렴. 이 봄날 런던의 따스한 햇살 사이로 네 멋진 인생을 한번 던져보렴. 언제나 자랑스러운 너를 힘차게 한번 던져 보렴. 그리하여 봄바람 속에서 꽃을 피우렴. 그 꽃이 어떤 모양이건 사랑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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