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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계급의식

hherald 2012.03.19 21:25 조회 수 : 2522

계급의식

이 책이 기획 단계에 있을 때 내가 얘기해본 거의 모든 사람이 계급에 관한 장을 하나 따로 만들 거냐고 물었다. 나는 독립된 장은 타장하지 않다고 느껴왔다. 계급문제는 영국인의 생활과 문화 모든 방면에 스며들어 있고 이 책에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영국의 계급의식이 아주 높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계급과 계급제도 안에서의 당사자의 위치는 간단한 세가지 구분 방식(상류, 중산, 노동)이나, 시장조사 전문가가 선호하는 직업에 의한 분류 방식인 추상적인 알파벳 분류 장식(A, B, C1, C2, D, E)과는 별 연관이 없다. 학교 선생과 부동산 회사 직원은 따지고 보면 중산층이다. 그들은 아마도 연립주택에 살고, 볼보를 타며, 같은 퍼브에서 마시고 거의 비슷한 연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계급을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방법으로 판단한다. 정확히 어떻게 연립주택을 꾸미고, 가구를 들이며, 장식을 하는지, 어떤 메이커의 차를 타는지뿐만 아니라 그 차를 주말에 직접 청소하는지, 세차장으로 가지고 가는지 혹은 영국 날씨가 당신을 위해서 쌓인 먼지를 대신 쓸어내리게 놔두는지 등에 따른다. 이와 비슷하게 세분화된 구분이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누구와 먹고 마시는지, 어떤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쇼핑하는지, 입는 옷, 기르는 반려동물,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 수다의 방법 등에 정확하게 적용된다.
모든 영국인은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런 판단에 사용되는 섬세한 구분과 계산을 의식하고 있고 거기에 아주 민감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영국의 계급과 그 특징의 원천적인 분류법을 따로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급에 대한 영국인의 미묘한 생각을 위에서 언급한 주제의 상관관계를 통해 대신 전할 것이다. 집, 정원, 차, 옷, 반려동물, 음식, 음료수, 섹스, 대화, 취미 등에 관한 얘기 없이 계급을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영국생활의 이런 면에 관한 규칙을 뒤져보기 위해 계급 사이의 장벽을 넘나들거나 사소해서 잘 구분이 안 되는 세세한 것들에 신경 쓰다가 뭘 잘못 파악해 실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그런 장벽에 막히거나 실수할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참에 더 자세히 계급 경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동시에 나는 '계급 차이로 인한 현혹 (dazzled by class differences)' 때문에 계급들 사이의 공통점을 놓치는 우를 피하고자 한다. 조지 오웰의 말을 상기하면, 그런 차이는 "영국 사람 둘이 유럽 사람 한 명과 대치하는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심지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마저도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사라져버린다." 자칭 외부인 혹은 문화인류학자라는 직업상의 외국인으로서 영국인다움을 정의하려는 내 임무는 밑바닥에 깔린 공통점을 찾는것이지 표면의 차이를 보고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는 일은 아니다. 

인종 문제

인종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 상의할 때마다 모든 친구와 동료들이 인종을 거론했다. 스코틀랜드인, 웨일즈인, 아일랜드인 등의 정체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나는 연구 주제를 '전영국인 (the British)'도 아니고, 영연합왕국인 (the U.K.)도 아닌 단순히 문화적인 영국인으로 국한했다. 그들은 다시 나의 영국인다움의 정의에 인도, 파키스탄 계열의 아시아인, 아프리카나 카리브해 출신 흑인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들도 포함되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는 몇 개의 답이 있다. 첫번째, 소수민족은 영국인다움을 정의하는 어떤 경우에도 영국인에 포함했다. 어떤 이민자들을 어느 정도로 포함하느냐는 복잡한 문제다. 특히 여러 세대에 걸쳐 이민국의 문화와 인습에 영향을 끼친 이민자들의 문제 역시 복잡하다. 대개의 조사는 그들의 적응 정도와 채택한 내용 (이를 통틀어 문화수용acculturation이라 한다)에 초점을 맞출 뿐 이와 비슷하게 흥미롭고 중요한, 이민자들이 이민국에 끼친 영향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잠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우리 문화에 미치는 깊은 영향은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변화의 연구는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 학자들은 소수민족 이민자 문화가 우리 행동 패턴, 인습, 믿음, 가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비록 소수민족 인구가 전체의 6퍼센트밖에 안되지만, 우리 문화의 여러 면에서 그들의 영향은 지대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지금 다루고자 하는 영국인 행동의 스냅사진은 이런 영향으로 얼룩져 있다. 비록 영국에 사는 극소수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그리고 서인도제도인 들만이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여기지만 어찌 됐든 그들은 영국인다움의 원리에 분명히 기여했다 (그들은 자신을 전 영국인 British이라고 부르는데 이 호칭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여겨진다.)


일단 이런 식으로 얘기가 시작되면 이는 더이상 인종문제가 아니다. 내가 어느 소수민족 집단이나 개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영국인답다고 할 때 나는 그들의 피부색이나 출신국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행동, 몸짓, 그리고 인습에서 나타나는 영국인다움의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앵글로색슨계 백인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실은 우리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는 사교 집단, 혹은 어느 개인의 반응이나 특별한 버릇 하나를 두고 '대단히 영국적이다' 혹은 '전형적으로 영국적이다'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는 어떤 면에서 보면 아주 영국적인데, 또 어떻게 보면 그렇지가 않아'라든지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영국적이야'라고 한다. 우리는 영국인다움에 대한 나름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새로운 것이나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매일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다. 이미 영국인다움의 미묘함의 일부 또는 단편 때로는 좋은 부분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어느 정도까지 영국인다워질 수 있는지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개념을 이민자와 소수민족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실은 이 영국인다움은 우리들보다는 이 나라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조금 더 중요한 선택의 문제이다. 다른 문화를 처음부터 혹은 일찍 접해보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란 우리에게는 영국인다움의 어떤 점은 너무 깊이 새겨져 있어서 그것을 떨쳐버리면 분명 더 좋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내 경우는 현장 실험을 위해 새치기를 할 때). 이민자는 훨씬 더 쉽게 선택하든지아예 거부하면 된다. 찬찬히 살펴본 후 바람직한 관습이나 버릇은 받아들이고 웃기는 것에는 접근하지 않으면 되니 말이다.
나는 그런 문화적인 최상품만 고른 경험이 있다. 나는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6년을 살았다. 그 기간에 다른 미국문화는 기쁘게 받아들였으나 듣기에 불쾌하다는 이유로 미국 액센트는 완강히 거부했다("듣기에 끔찍스럽다"라는 것이 그때 내가 했던 말이다. 나는 정말 끔찍히 까다로운 꼬맹이였다). 또 나는 십대 후반을 프랑스 시골에서 4년간 살았다. 동네 공립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나는 말, 태도, 매너에서 전혀 구별할 수 없는 브리앙소네 (Brianconnaise) 지방 십대였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영리하게 프랑스 요소를 없애버릴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어머니를 상당 기간 약 올렸다. 혹은 어머니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과장하기도 했다(이런 십대들의 행동은 정말 세계적이다). 그러고는 영국으로 돌아와 그것이 사교에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는 금방 포기해버렸다. 
물론 이민자들은 현지화를 선택할 수 있다. 일부는 영국인보다 더 영국인같다. 내 친구들 중 둘은 기꺼이 자신을 '대단히 영국인답다'라고 밝히는데, 하나는 1세대 인도 이민자고, 또하나는 폴란드 난민 1세대다. 그 둘의 영국인다움은 애초에는 의식적인 선택이었으나 결국은 제2의 천성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뒤로 물러나 자신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자신들이 배워서 따르는 규칙을 설명한다. 우리는 그러한 규칙들을 당연히 주어진 것처럼 쓰고 있어서 그렇게 하기 힘들다.
내 여동생이 레바논 사람과 결혼해 레바논으로 8년 전에 시집을 가서(미국에서 레바논으로) 같은 경험을 했다. 그녀는 베카 (Bek'aa) 계곡의 가족과 이웃으로 아주 빨리 변했고 그리고 현지 문화를 수용한 레바논 시골 부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문장 중간에 자신의 언어를 바꾸듯이 말과 행동을 영국적(혹은 미국적, 때로는 그녀의 십대 경험에 따라 프랑스적으로)으로 바꿀 수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영국적인 모습이 조금 보이는 미국 아랍인이고 자신들이 필요할 때면 언어와 행동 등을 쉽게 바꾼다.
문화수용을 거만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이 선택 요인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지배적인 문화가 무지하고 수동적인 수소문화를 강제로 수용해버린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민자 자신이 이민 간 나라의 문화와 인습을 의식적으로, 일부러, 교묘히, 심지어 가짜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 같다. 영국식 문화수용과 순응은 어느 정도 요구되거나 실질적으로 강요된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입국자가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정복자가 아니라면 어느 이민국이든 그렇게 하겠지만). 그런 특정한 요구나 강요가 맞고 그르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런 요구에 따르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므로 이는 세뇌과정이 아니라 문화수용으로 보아야 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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