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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누군가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멀쩡한 어른을 자신도 제어 못할 정도로 웃게 만든 건 바로 영국이 만든 최고의 코미디 ‘미스터 빈’이었다. 한때 미스턴 빈은 세계 200개국에 수출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지금도 20대가 아니라면 분명 TV나 어디에선가 ‘미스터 빈’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첫 방송부터 1870만명이 시청
 
‘미스터 빈’은 영국인의 어떤 ‘웃음 코드’를 자극하는 걸까. 1990년 1월 1일 첫 방송에서부터 1870만명이 시청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미스터 빈’에 왜 거의 모든 영국인들이 박장대소했는지가 궁금하다. ‘미스터 빈’이 시작부터 대박을 칠 요소는 충분했다. 우선 영국인들은 자신들을 놀리고 비하하는 코미디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영국에서 성공하는 코미디에는 비애(pathos), 풍자(satire), 해학(humour), 익살(antic), 빈정(sarcasm)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거기다가 ‘진지하지 않기(Not Being Earnest)와 빈정거림(banter)’도 포함되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미스터 빈’은 ‘자기비하(Self Deprecation)와 자기조롱(Self-Mockery)’까지 전편에 깔려 있으니 영국인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뒤틀린 모습이라고 폭소를 금치 않는 ‘미스터 빈’은 어떤 인간인지 한번 살펴보자. ‘미스터 빈’은 작은 아파트 방 하나에 살면서 작은 영국 자동차 미니를 몬다. 팔꿈치가 해져 천으로 덧댄 홈스펀 트위드 재킷을 매일 입는다. 가족은 물론 애인, 심지어는 자주 만나는 친구도 별로 없다. 자신을 위로해 주는 동반자는 ‘테디’라는 이름의 곰인형이 유일하다. 보통의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일반 백화점에서 생필품을 산다. 비록 가진 것도 없고 외롭지만 행복하다. 영국인들은 ‘그는 차와 방을 가졌으니 인간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것만 가졌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그래서 영국인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도 ‘미스터 빈’은 언제나 행복하다. 어떤 어려움을 맞아도 툭툭 털고 일어서 나갈 때는 행복하다.
 
영국을 뒤집어놓은 ‘미스터 빈’ 시리즈 첫 편을 한번 살펴보자. ‘미스터 빈’은 치과 약속 시간(9시)에 늦지 않으려고 8시에 자명종을 울리게 했으나 결국 8시50분에 일어난다. 자신이 맞춰 놓은 시각에 울리는 자명종을 눈도 안 뜨고 집어서 자리끼 유리잔에 집어넣는 장면부터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자신이 잠을 잘 못 깬다는 걸 알고 더 큰 자명종을 비치해 놓고는 고통스러워한다. 심지어 발 아래 물이 끓는 장치를 만들어놨지만 뜨거운 수증기가 나오는 고무 파이프를 엄지 발가락으로 막고 다시 자다가 9시 10분 전에야 겨우 일어난다.
 
세면대 앞에서 아침 체조라기에는 너무 우스꽝스러운 가벼운 몸짓 몇 번을 한다. 그런 다음 전기면도기로 우아하게 면도를 하는데 너무 열심히 하다가 코 끝이 면도기에 말려들어가 혼쭐이 난다. 그리고는 차를 만들려고 준비하다가 옷장 문 안에 ‘9시’라는 글씨가 쓰여 있고 그 밑에 입이 그려져 있는 걸 본다. 한참 뭔가 갸우뚱거리던 그는 비로소 치과 약속 시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허둥대면서 옷과 칫솔, 치약까지 챙겨 들고 잠옷 바람으로 방을 황급히 나선다.
 
 
 
‘어른 몸 속에 갇힌 9살 소년’
 
이때부터 관객들은 ‘미스터 빈’이 잠옷 바람으로 나가 어떻게 할 건지가 궁금하다. 일단 그는 나가다가 다시 허겁지겁 방으로 돌아와 자기 옆에서 자던 곰인형 테디의 이불을 조용히 덮어주고 나간다.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가 집 앞에 세워진 노란색 미니 자동차에 들고 온 옷을 막 던져 넣는다. 급히 차에 타다가 갑자기 뒤돌아서 정원에서 벽돌 하나를 들고 탄다. 그리고는 급발진을 해 차를 몰고 나가다가 옆에 서 있던 쓰레기 통 3개를 쓰러뜨린다. 이후 ‘미스터 빈’은 핸들을 잡고 곡예를 하듯 잠옷을 벗고 외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위의 셔츠는 입었으나 이제 어떻게 잠옷 하의를 벗고 바지를 입을 것인가. 바로 여기서 들고 온 벽돌이 쓰임새를 발휘한다. 바로 액셀러레이터에 벽돌을 올려놓은 뒤 다리에 바지를 끼운다. 급기야 뒷좌석으로 넘어가 발로 운전대를 작동해 가면서 바지를 입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로 운전대를 물고 차를 모는데 한 손에 치약을, 다른 손에는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짜는 것이 아닌가? 대시보드에 짜인 치약을 대충 칫솔에 묻혀 이를 닦은 다음 창문 밖으로 몸을 빼 앞 유리창 세척용 물을 나오게 하고 거기에 기막히게 입을 대서 헹군다. 그리고는 옆으로 내뱉는데 마침 길 옆에 몸을 구부려 뭔가를 하는 사람의 맨 엉덩이 중간에 정확하게 떨어진다. 영국 남자들, 특히 뚱뚱한 남자는 상체를 구부리면 바지가 짧아 윗엉덩이가 반드시 상의와 하의 사이에 튀어나온다. 당한 남자는 무언지 몰라 황당해 하면서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그걸 찍어서 냄새를 맡는데 여기서 관객들은 박장대소하면서 대굴대굴 구를 수밖에 없다.
 
‘미스터 빈’은 드디어 치과 앞에 도착해 삼륜차를 자신의 미니로 뒤로 밀어내 버리고 주차한다. 여기서 영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외국인들은 놓치는, 하지만 영국인들에게는 실감나게 다가오는 장치가 있다. 좀 전 장면에 나왔던 상체를 구부리는 남자의 엉덩이와 함께 릴라이언트 리갈 삼륜차이다. 이 삼륜차는 이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과거에는 주로 운전이 서투르고 유류비를 아끼는 노인들이 탔다. 운전면허를 잃어버린 운전자도 즐겨 타던 차다. 속도가 나지 않아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에 약식 시험만 치고도 운전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정식 면허가 있어야 한다.
 
시리즈 속 우리 ‘미스터 빈’의 기행은 끝이 없다. 탈의실에서 자신의 바지를 잘못 입고 간 사람을 갖은 기행 끝에 화장실에서 찾아내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다리만 끌어내 바지를 뺏어 입고 흐뭇해 한다. 기차표를 못 찾아 꼼수를 쓰다가 잘못해 모스크바로 실려가는가 하면, 아이들 과자를 훔쳐먹으려다가 망신도 당한다. 그래도 그는 절대 슬퍼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지은 슬픈 표정은 컵케이크를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사이 유일한 재산인 미니 자동차를 탱크가 짓뭉개고 간 걸 본 순간이다.
 
이렇게 ‘미스터 빈’은 ‘어른의 몸 속에 갇힌 장난스러운 9살 소년’이다. 때로는 놀랄 정도로 수줍고 착한가 하면 어떤 때는 영악스럽다. 그러면서도 쪼잔하고, 두려움이 많고, 경계심도 많다. 특히 누가 자신의 것을 건드리면 싫어한다. 호텔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자신의 짐을 벨보이가 도와주려고 잡으면 싫은 표정을 지으며 도로 뺏는다. 흡사 서비스나 친절이란 걸 모르는 아이가 내 것에 누군가가 손 대는 걸 싫어하는 듯 보인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 행동으로 옮겨
 
‘미스터 빈’은 이기심, 질투, 시기심도 많고 지기 싫어하고 참을성도 없다. 물론 규칙도 안 지키고 요령만 피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하면 못 참는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좋아 보이면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닌데도 하고야 만다. 친구 장례식이라고 간 곳이 모르는 사람 장례식인데 거기서도 다른 조문객이 하는 일들을 하면서 온갖 말썽은 다 부린다. 문제는 ‘미스터 빈’ 스스로는 자신이 제일 잘났고 무엇이든 다 잘한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독립적인 생각(thinks outside the box)’을 한다. 그런 생각이 옳다고 느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스터 빈’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산다. 무슨 일이 닥치면 반드시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해결책을 나름대로 만들어 낸다. 비록 그 해결책이 상식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을지언정 본인은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무슨 방해나 제약과 난관이 닥치더라도 끝장을 볼 듯 끌고 나간다. 절대 포기하거나 피하지 않고 무식하고 무모할 정도로 덤벼든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말지만 절대 포기는 없다. 휴가를 떠난 부잣집을 봐주는 일을 하다가 벌 하나가 집에 들어오자 그는 못 참는다. 결국 집안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고 피에트 몬드리안 그림까지 망치고 말 정도로 집요하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기 마련이다. 자신은 저렇게 멍청하지 않다는 안도감과 함께 ‘미스터 빈’이 안타깝고 애처로운 나머지 의자 손잡이를 꽉 잡고 땀을 흘리면서 집중해 본다. 다음이 궁금해서 꾹 참고 지켜보는 엽기 공포영화처럼 말이다.
 
‘미스터 빈’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끝도 없이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실제 행동은 잘못된 생각 끝에 엉뚱하게 나온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계속 걱정하면서도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얘기다. 그걸 보고 영국인들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돌아보면서 뉘우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안도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미스터 빈’을 보고 있으면 안정된 기분을 느끼고 편안하다는 영국인들이 많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어느 날 저녁 쇼핑 채널 틀어놓은 듯 멍 때리는 편안함을 즐기다가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폭소를 즐긴다. ‘미스터 빈’은 현실에서 의외로 많이 존재하는 인간형이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다. 지탄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터 빈’은 우리 앞에서 그걸 서슴지 않고 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가 하고 싶었으나 지탄받을까 봐 못한 일을 ‘미스터 빈’은 쉽게 한다는 대리만족 말이다.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
 
사실 영국에서 이런 유형의 주인공이 나오는 코미디는 많았다. 원조 찰리 채플린, 유명한 ‘핑크 팬더’ 시리즈의 피터 셀러스를 비롯해 오스틴 파워, 몬티 파톰, 파더 테드, 데드 아미 등이 그런 부류들이다. 그러나 ‘미스터 빈’만큼 영국인의 정서를 섬세하게 묘사한 코미디는 없었다.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사람들을 웃기게 만들면서 스스로는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행동한다. 한국에서 자신이 망가지면서 관객을 웃기는 유형의 코미디언을 들라고 하면 지금은 고인이 된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정도를 들 수 있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스터 빈’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이고, 욕이 나올 정도로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 묘사는 뛰어나다고 인정한다. 그래서인지 ‘미스터 빈’을 싫어하고 자신의 아이들은 못 보게 하는 영국인들도 적지 않다. 특히 해외에 사는 영국인들은 현지인들이 ‘미스터 빈’을 좋아하고 ‘영국’ 하면 ‘미스터 빈’을 떠올리는 걸 지독하게 싫어한다. 멍청한 이기적인 영국인을 놀리는 코미디라고 여겨서다. 하긴 2014년 한 조사에서 외국인들에게 ‘영국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연상되느냐’고 묻자 ‘미스터 빈’이 1위라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미스터 빈’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어느 사회, 어떤 문명에서도 통하는 무언의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공통의 본성을 표현하고 있어서다. 언어가 없고 행동만이 있기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보고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 원래 신체 코미디는 언어보다 쉽게 이해되는 법이다. 보통 코미디는 말을 전제로 하거나 특정 민족과 문화의 특성에 기반을 두기에 타민족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미스터 빈’에는 어떤 문화도 전통도 필요 없이 그냥 모든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욕망만이 존재한다. 거기다가 ‘미스터 빈’은 세상의 모든 코미디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는다. 해서 다국적 여행객이 타는 항공사 기내 방송으로는 최고의 작품이다. 한때 세계를 휩쓸던 중국 무협영화의 산실인 쇼브라더스영화사와 현재도 싱가포르 7위 재단인 ‘쇼 자선재단’ 설립자가 자신이 107살까지 산 6가지 비결 중 하나가 바로 ‘미스터 빈’이었다고 생전에 말했을 정도이다.
 
이제 ‘미스터 빈’을 연기하는 로완 앳킨슨을 말할 차례이다. 앳킨슨은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전기공학 전공)를 받은 아이큐 178의 수재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 정도 아이큐는 세계 인구의 0.1%에 해당한다. 그는 말더듬이인 데다가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와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기뻤고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대형자동차 면허를 땄을 때였다고 말한다. 해서 한때는 대형트럭으로 화물 운송회사를 만들 생각도 했을 정도로 괴짜이다. 그는 영화에서도 운전을 정말 잘한다. 차 사이의 좁은 공간을 90도로 꺾어 뒤로 들어갈 때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속도를 내서 정확하게 들어간다. 그는 스피드 자동차를 좋아해서 멕라렌 F1 경주용 자동차도 갖고 있었다. 그 차가 전파(全破)되는 사고를 냈는데 당시 보험액이 영국 보험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파운드(약 16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진지하고 심각한 역을 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가끔 그런 역이 들어오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연기를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웃긴다고 느껴서 할 수 없이 촬영 후 영화에 쓰지 못한 장면이 많았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미스터 빈’과 연기를 같이 하면 웃지 않고 연기하기가 무엇보다 힘들다고 한다. “나는 가만 있어도 사람들은 내 얼굴만 보면 웃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나는 나 자신이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앳킨슨과 하루를 꼬박 같이 보낸 적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진도모피’가 영국에서 조그만 수제 자동차 ‘팬더’를 계열사로 소유한 적이 있었다. 당시 모터쇼 전시장에서 앳킨슨이 하루 동안 고객을 상대한 적이 있어서 같이 있었다. 당시는 아직 ‘미스터 빈’을 만들기 전이라 그냥 코미디언이었을 때였다. 당시 말도 없고 무뚝뚝하다가 손님을 만날 때만 되면 코미디언으로 변신하는 걸 보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배우 앳킨슨은 0.1%의 수재
 
앳킨슨은 ‘왜 세상 사람들이 ‘미스터 빈’을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어른 몸을 한 아이기 때문에”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끼어든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를 좋아한다. 그는 사회적 품위를 갖추지 못했다”라고 평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그가 나쁜 놈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한다. ‘미스터 빈이 미스터 빈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는 말이다. 자신도 코미디로는 얻을 수 없는 존경을 받으려고 심각하고 진지한 역을 일부러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미스터 빈’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라고도 강조한다.
 
앳킨슨은 ‘코미디 인물형’을 이렇게 분류한다.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바보 같지만 실제는 아주 똑똑한 형과 똑똑한 것 같은데 실제는 바보 같은 형이다. 그런데 ‘미스터 빈’은 바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똑똑한 천재백치(idiot savant)다.” 본인이 해내는 역을 가장 잘 표현한 셈이다. 앳킨슨은 ‘미스터 빈’이 어른의 몸 속에 갇힌 장난스러운 9살 소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앳킨슨이야말로 ‘미스터 빈’ 속에 갇힌 어른일지 모른다.
 
런던 제일 중심부인 피카딜리 차이나타운 한가운데 있는 레스터광장 공원에 ‘미스터 빈’ 동상이 있다. 심각하게 내려다보는 모습이 아니라 벤치 끝에 특유의 미소를 가득 얼굴에 담고 앉아 있다. 사람들이 좌우에 앉아 사진도 찍고 그의 얼굴을 만지기도 하고 심지어 무릎에 앉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웃으면서 모두를 맞는다. 쩍벌남도 아니고 허벅지는 모으고 두 다리는 무릎부터 벌린 특유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아마 ‘미스터 빈’은 제임스 본드, 해리 포터와 함께 영국이 만들어낸 가장 사랑받는 영화 속 인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주간조선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핫하고 힙한 영국(2022), 두터운 유럽(2021), 유럽문화탐사(2015),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영국인 발견(2010)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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