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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삶과 죽음

hherald 2024.04.22 16:02 조회 수 : 265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속 시원하게 정의 내리기는 묘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며, 삶에는 죽음이 포함되어 있고 죽음에 또한 삶이 들어 있습니다. 결코,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이 무서운 것은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태어납니다. 그러나 실상 이 말은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삶의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 역시 죽음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탑승한 것을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는 세대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한 세대는 가고 다른 한 세대가 오고, 그 세대 역시 다음 세대에 양보해야 합니다. 삶과 죽음은 분리되지 않는 거대한 공동체입니다. 생명은 생명으로 연결되고 죽음은 죽음으로 연결되지만, 실상은 생명은 죽음으로 연결되고, 죽음은 또한 생명으로 연결됩니다. 같은 장소에 자라는 나무라 할지라도 어떤 나무는 살고 어떤 나무는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나무를 발견합니다. 살아 있는 나무는 더 무성해져 가고, 죽어가는 나무는 죽음의 속도가 눈에 띄도록 빠릅니다. 무엇이 삶과 죽을 가르는 경계를 만들었을까요.
 
아주 오래전에 나병 환자들을 수용하는 소록도를 방문하여 봉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출입 자체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예방주사를 맞고 출입해야 했습니다.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여러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봉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가장 안쪽에 있는 구역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예배하고, 그들이 사는 집으로 찾아가서 무엇이 필요한지 보살펴 도움을 주고, 말벗이 되어 주고 함께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입구 쪽에 있는 분들은 현대문명의 혜택이 있어서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한된 구역으로 들어갈수록 그들의 삶은 초라 했습니다. 일단 전깃불을 켜지 않고 생활했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앞을 볼 수 없는 장애가 있기에 한밤중이라도 전깃불을 켜지 않고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전기가 고장 난지 알 수 없어서 봉사자들이 갔을 때 가장 힘든 상황은 낮일지라도 어두 컴컴한 집안에서는 손전등을 의지해야 했습니다. 홀로 살기에 외롭지 않으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은 한결같은 대답했습니다. 결코, 외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보이는 것은 인간 이하의 삶이지만 그곳에서 그들은 다음 생을 준비하고 있다 했습니다. 다음 생이란 반드시 죽음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만 남아 있을 뿐이라 했습니다. 
 
그들은 생명이 죽음으로, 죽음은 또 다른 생명으로 연결되는 것을 철저하게 신뢰했습니다. 그들에게 죽음은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어떤 종교적 교리도 아니었습니다. 봉사하는 동안 장례가 있어서 함께 참석하여 도움을 드렸습니다. 친구가 죽었음에도 그들은 울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인사는 다시 만나자는 거였습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인사하듯 다시 만날 것을 그들은 굳게 믿었습니다.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생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 태생의 기간은 인생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으로 태어난 인생은 인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저 영원한 나라의 생명인 영생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그들은 비록 육체는 몹쓸 병에 걸려서 가족과 친척들과 이별해야 했고, 몸의 사지가 조금씩 절단되어 감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서 손가락이 없고 발가락이 없고 얼굴 형태도 일반 사람들이 보면 소스라칠 만큼 놀랄만한 흉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 안에 있는 영혼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순수하고 저 영원한 나라를 사모하고 기다리는 간절함이 무릎을 꿇을 만큼의 경건함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들도 과거의 어느 정점에선 젊음이 있고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을 것입니다. 
 
이제 간절한 꿈은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과하여 저 영원한 나라로 이사하는 거였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습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죽을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습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습니다. 찾을 때가 있으며 잃을 때가 있고,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습니다. 사랑할 때가 있으며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으며 평화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구약성경 전도서 3장에 나오는 내용의 요약입니다.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삶은 시한부적 존재입니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삶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삶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고 그 죽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문 과정입니다. 누구도 삶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늘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삶은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외적인 성장과 내적인 성숙을 꾀합니다. 성경은 성장과 성숙의 기준은 그리스도의 분량 까지라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속고 속여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의 대상일 뿐입니다. 내가 성장하고 성숙한 만큼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성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존중입니다. 비록 어설픈 삶이라 할지라도 귀하게 여겨 주는 존중은 그 사람이 귀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존귀한 생명이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게 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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