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필즈상을 수상하여 뉴스의 헤드라인을 가득 메웠습니다. 대한민국의 쾌거라고 생각하고 온 국민이 자기 일 처럼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허준이 교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입니다. 그렇지만 허교수는 다른 미국 국적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고, 그의 정체성도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입니다.
허교수는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그의 정체성에 대한 의지는 한국입니다. 우리가 한민족의 경사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작년 윔블던 테니스 여자 대회에서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가 우승했습니다. 이는 허준이 교수와는 반대의 상황입니다.
엘레나 리바키나의 정체성은 러시아입니다. 불과 4년 전 카자흐스탄으로 귀화를 했을 뿐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테니스 배운 곳도 러시아 입니다. 전통적인 테니스 강국 러시아에서 1.5군 급의 선수들을 카자흐스탄이 정책적으로 귀화를 시켜 지원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러시아 선수의 대회 출전이 금지 되었습니다. 엘레나 리바키나는 우승 직후 첫 소감으로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엘레나 리바키나 선수는 아직은 러시아의 정체성을 완전히 벗지는 못 했지만 앞으로는 완전한 카자흐스탄 선수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의지는 러시아가 아닌 카자흐스탄이니까요.
같은 종족인가를 따질 때에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지입니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국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른 국적의 사람이라도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처럼 생각한다면 같은 한국인으로 보아야 하고, 반대로 한국 국적을 지녔더라도 한국인임을 스스로 거부한다면 굳이 그를 한국인에 포함시킬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화가 더 가속화 된다면 이렇게 종족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는 국적이 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종족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