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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20년 전 쯤 이었던가, 이른 아침 뉴몰든 하이스트리트를 걸으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아들 딸 들의 교육을 위하여 왔고, 어떤 이들은 영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하여 이민을 왔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공부를 하기 위하여 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왔고, 뉴몰든 하이스트리트를 거쳐서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많으니 소문도 많았다. 어떤 이는 한국에서 고위직 공무원이었는데, 불법으로 큰 돈을 훔쳐 도망 왔다는 소문도 있었고, 어떤 이는 돈 많은 이의 세컨드로서 자식을 데리고 와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어떤 이는 안기부의 요원으로 교민들 동향을 살피러 왔다는 소문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이 모든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말들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나처럼 억울했던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돌아보면, 그렇게 퍼져 나갔던 소문 가운데 희망적인 소문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소문은, 남들이 나보다 못 한데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나보다 돈이 많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저렇게 잘 산다는, 나는 이 영국에 와서 고생하는데 말이야 라는 것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앞서서 자리잡은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남겨놓지 않았다. 책으로 남기지 못했으며, 한인회 등의 모임을 통하여 경험을 전수하지 못했다. 먼저 와서 자리잡은 사람들이 경험한 모든 일들을 뒤늦게 온 사람들이 모두 다시 겼었다. 선배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교민들은, 한국에서 전세 빼고, 집 팔고, 퇴직금 모아서 영국으로 왔다. 한국에서처럼 생각하고 사업을 했다. 3년이 지나면 가져온 돈이 모두 바닥이 났다. 은행에서 빌려주는 돈을 적절히 빌려서 버텼다. 3년이 지나면서 영국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가져온 돈이 모두 바닥이 나버렸다. 결국은 사채에 의존해서 다시 자리를 잡으려 했지만, 이윤이 사채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렇게 영국에서 잘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왔던 후배들은 이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서 사라졌다. 돌아보자, 그 20년 전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한식당에서 소주 한잔 하자고 초대 할 친구들이 몇이나 되는지? 

 

가는 곳 마다 겪은 경험을 책으로 남긴 영국인들의 마음이 부러웠다. 그들은 그렇게 기록을 남겨서 후배들을 배려했다. 영국에서 살려면 필요한 각종 법률과 관습들을 먼저 경험하며 고생했던 선배들이 기록으로 남겼다면, 후배들이 그 선배들의 경험으로 많은 시간과 돈을 절약했을 것인데 말이다. 그랬다면 지금 뉴몰든 하이스트리트는 수 많은 한국인들로 가득찼을텐데. 

 

그동안 모임들이 참 많이도 만들어졌다. 한인회가 있고, 재향군인회가 있고, 민주평통이 있고,  그리고 각종 향우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모임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모임으로서는 충분 했을지 모르지만, 후배들에게 선배들의 경험을 전달해 주는 모임으로서는 부족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한인이면 회원이 될 수 있는 모임은 한인회 뿐이던가?  1년에 한번, 한인회를 중심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여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식도 나눠 먹고, 노래도 부르고, 손자손녀들의 춤과 노래도 보고, 선물도 서로 나누던 광복절 행사가 있었지만, 그나마 지금은 중단 된 듯 하다. 

 

어떤 이들이 모임을 만들 자고 한다. 되돌아 보니 모임들이 참 많은데, 그 많은 모임들이 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나 보다. 영국으로 이민 오면 제일먼저 찾아와서 가입하고 싶은 모임, 시간이 지나고, 많은 어려움을 겪은 후 마음속 간절함이 묻어나는 마음들의 모임,  지나온 세월속에서의 실패를 후배들에게는 겪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의 모임, 더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더 안전한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임을 만들자고 한다. 그런 모임을 만들면 참여하고 싶으니 앞서서 횃불을 들어 달란다.

 

그럼 모임이 만들어지면, 그래서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자료로 모아지면, 우리가 살아갈 이 영국의 새로운 정보들이 하나 둘 모이면, 그 모임을 통해서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후배들이 큰 도움을 받겠지만, 누가 그 정보를 모을 것인가? 어떻게 그 모인 정보를 나눌 것인가? 

 

우리가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애써 모은 정보를 공유하면, 우리는 많은 정보를 무료로 공유하게 되겠지만, 그 정보를 전달받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모임이 만들어지면, 그러면 기꺼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겠는가? 기꺼이 우리가 경험했던 그 소중한 경험을 기꺼이 후배들을 위해 내 놓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애써서 얻은 정보를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눠 가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기꺼이 시간을 투자 하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누가 먼저 횃불을 높이 들것인가? 혹 뉴몰든을 사랑하는 당신이 먼저 횃불을 높이 들면 그 횃불을 보면서 우리가 모여들지는 않을까? 

 

김 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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