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주말이 돌아왔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 레스터 시티가 경기가 없는 날인데도 축구계에는 온통 레스터 얘기였다. 지난 24일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레스터 시티 감독이 레스터 시티를 기적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끈 9개월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물론 팀이 강등 위기에 놓여있고 2017년 들어서 승리가 없는 최악의 성적이라 여느 팀 같으면 감독 경질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레스터 시티를 동화같은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라 그의 경질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레스터 시티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는 “레스터 시티를 인수한 이래 7년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마음이 매우 무겁지만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라며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라니에리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나의 꿈이 끝났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 나의 꿈은 내가 사랑하는 레스터 시티에 끝까지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레스터 시티가 여전히 고맙다. 우리의 모험은 대단했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경질이 발표된 후 많은 취재진과 팬이 집 앞에 찾아와 꽃, 선물 등을 전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BBC 기자 두 명이 편지를 전하러 갔을 때 집으로 초대해 커피를 내고 영국 취재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BBC의 매치 오브 더 데이 진행자이며 레스터 시티 출신인 게리 리네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과 내가 몸담았던 구단과 축구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를 응원하던 기억은 다시 올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의리 없고 고마움을 모르는 이번 결정은 충격 그 자체”라며 분개했다.
라니에리의 고향인 이탈리아 현지 언론도 이번 사태를 크게 다뤘다. 이탈리아 현지 신문 ‘풋볼 이탈리아’는 'Inglesi Ingrati’ (고마움을 외면한 영국인들)라는 헤드 라인을 1면에 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조세 무리뉴는 EFL 컵 결승전 전날 기자 회견에서 라니에리에 대해 “내가 이룬 리그 우승 3회보다 작년 라니에리 감독이 이뤄낸 우승이 더 대단했다”라며 “레스터 시티 경기장을 클라우디우 라니에리라고 지어도 이상 하지 않다. 선수들이 이번 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내 의견은 내가 오늘 입은 셔츠에 쓰여 있다”라고 했다. 그는 셔츠에 자신의 이니셜이 아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CR’를 새겼다.
한편 웨스 모건, 제이미 바디, 카스퍼 슈마이헬 등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주역들이 이번 시즌 초반 구단 운영진에게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져 충격을 더했다. 이에 대해 바디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소문은 모두 거짓이고 내게 상처를 준다. 나는 라니에리를 항상 존경한다. 모두가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라니에리는 나를 믿어줬고 평생 고마워할 것”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