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에 캔에 넣은 행복을 판매한다면 고가에 팔릴 것입니다. 캔을 여는 순간 행복을 주는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와 그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행복은 끝이 납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공상과학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인류는 행복에 목말라 합니다. 삶의 주제는 온통 행복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겨우 해제되었을지라도 여전히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에게 기본은 행복입니다. 행복은 홀로 쟁취할 수 없는 것입니다. 행복은 나눌 때 증폭합니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의 <A small, Good Thing>이란 책에서 시작된 신조어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입니다. 원래 행복은 함께 할 때 증폭됩니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면 둘이 되는 수학 법칙이 아니라 하나와 하나가 만나는데 둘의 차원을 뛰어넘어 백이 되고 천이 되고 만 그 이상이 됩니다. 홀로 있는 것보다 천문학적 숫자로 급증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행복은 아름답고 유익한 방향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만남이 제한되거나 회피하게 되면 그 결과는 심각해집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사람만 잘 만나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우울증 환자들은 대인기피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력합니다. 행복하다면 실상 코로나바이러스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에 대한 가치관입니다. 과연 행복을 어떻게 정의 내릴까요? 벗을 만나 차를 마시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맛집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여행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행복입니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 역시 행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행복입니다. 이로 보건대 행복은 아름다운 것, 유익한 것, 추억이 깃든 일에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엔 밝음만이 아니라 어둠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공부해야 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말아야 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고독한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행복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은 분명 고통입니다. 인내로써 책상이라는 골방 앞에 자신을 붙잡아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고통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세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통, 고난, 인내도 행복의 일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행복의 씨앗인 셈입니다. 씨앗과 열매는 동질입니다. 그러나 목적은 다릅니다. 씨앗은 심기 위해 저장하는 것이고, 열매는 먹기 위해 저장해 놓습니다. 먹을 것이 없다 할지라도 농부는 씨앗으로 구분해 놓은 것을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먹을 것이 없을지라도 배고픔의 고통과 고난 인내로써 겨울을 이겨낸 농부는 이른 봄에 고통의 산물이었던 씨앗을 심기 위해 밭을 경작합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마시멜로 실험을 했습니다. 4-6세의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두 개를 주기로 하고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먹지 않고 참아서 두 개를 받은 아이들은 이후에 자라서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SAT 성적, 학업 성취도에서 더 우월했다는 교육학적 실험입니다. 그 실험에 참여했던 ‘호아킴 데 포사’(Joachim De Posada)는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자기계발서를 출간합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것은 지연된 만족입니다. 순간의 만족을 뒤로 미루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국의 들판에 가면 허리춤 정도의 낮은 돌담으로 경계석을 해 놓았습니다. 마치 제주도의 돌담처럼 느껴집니다. 돌담의 시작은 밭에서 캐낸 돌들을 경계에 쌓아 놓은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실한 농부의 평가는 밭 가에 쌓은 돌무더기로 평가했다 합니다. 돌을 캐낸 곳은 당연히 옥토가 됩니다. 돌을 골라내는 것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고통이라 생각지 않고 행복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기에 돌을 골라내는 고통의 순간마저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열매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열매를 얻기 위해선 많은 고통과 인내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행복은 고난과 고통, 인내를 심어서 얻어진 열매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열매만을 원하기에 고통을 견뎌내기 힘들어합니다.
행복의 시작은 인생관을 바꿀 때부터 입니다. 인생관이 바뀌지 않으면 천국이라 할지라도 그곳은 지옥과 같은 생활이 됩니다. 반면 지옥과 같은 환경일지라도 날마다 천국과 같은 삶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천국의 한 모퉁이임이 분명합니다. 환경이 좋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근심 걱정이 없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삶의 고통은 결국 아름다운 열매가 되어 가는 과정이기에 행복한 일입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인생관을 가질 때 행복을 창출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코, 행복은 공산품처럼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2001년에 개봉된 영화 <무사>를 감동 있게 본 적이 있습니다. 역사의 배경은 고려 우왕 1년, 서력 1375년에 고려의 사신이 명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첩자로 오해받아 유배지로 떠나게 됩니다. 객잔에 들렀을 때 명나라 부용 공주가 몽골군들에 납치되어 끌려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려 사신단들은 공주를 구하기로 합니다. 공주를 구한 후 명나라 공주가 이렇게 험난한 곳에 있느냐 물었습니다. 부용 공주는 의외의 답을 합니다. 왕궁이 답답해서 잠시 왕궁 밖으로 나갔을 때 납치되었다 합니다. 공주에게는 왕궁의 삶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모든 백성이 꿈꾸어 왔던 천국과 같은 곳이었을 것입니다. 가치관의 변화, 혹은 인생관의 변화만이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환경을 초월해서 행복을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행복의 열매는 순간의 기쁨을 위해 먹지 않고 지연된 만족을 위해 인내로 심어야 하는 이 시대의 마시멜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