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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행 三人行 - 선거와 후회

hherald 2022.03.21 16:31 조회 수 : 562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공약을 훑어보고, 후보자들의 토론을 지켜봤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한민국이 될까 생각하며 선거를 지켜봤다. 그러나 전혀 예상 밖이었다. 공약에 대한 평가도 없이, 토론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평가도 없이, 지지 할 후보는 다른 어떤 이유로 유권자 개개인의 마음 속에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무슨 공약이 발표되어도, 토론에서 후보들의 생각이 드러나도, 그런 것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본인의 마음 속에 굳게 자리잡고 있었던 후보가 있었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선택을 바꿀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약도, 후보자들의 토론도, 그 무엇도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 후보자의 범법행위 조차도. 

이후, 대통령 당선자가 제일 먼저 꺼낸 이슈는 “청와대 이전” 이다. 용산 국방부 연합사가 있는 곳으로 대통령궁을 옮기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청와대를 돌려 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없다. 법원에도 그러한 소장이 접수된 적이 없다 한다. 

 

용산 주민들이 난리다. 일부에서는 환영한다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곧 발표 될 부동산 개발제한, 즉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피해 문제로 난리다. 어떤 이는 “당선자를 찍은 손가락을 짤라 버리고 싶다” 고 한다.

 

영국 살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선택한 사람 스스로가 져야한다” 는 것이다. 남의 선택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선택이 이루어 지기 전에는 내 의견을 말해서 나의 동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설득하려고 노력을 한다. 선택을 한 이후에는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한다.  선택을 한 사람 역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돌아서서 “지지한 손가락을 짤라 버리겠다”는 등의 섣부른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후회 할 선택을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선택에 있어서 어리석었으며, 신중하지 못했으며,가벼웠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된다.

 

왜 선거를 하나?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내가 보수주의자라면 나와 생각이 같은 보수주의자를 찾아서 투표하는 것이 선거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경제부흥이라면 경제를 발전시킬 사람을 찾아서 투표하는 것이 선거다.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부의 분배이므로 부의 분배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 사실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라고 후보들은 공약을 발표한다.  뿐만 아니라 공약을 얼마나 잘 실천할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후보자 토론을 한다.  공약과 토론을 통하여 후보의 “추구하는 바” 뿐 아니라 “실천 할 수 있는 능력” 을 검토해 본 이후에 투표 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선거다. 

선거는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대표를 뽑는 일이다. 투표를 한 이후에 후회를 한다는 것은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본인이 바보라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다. 투표에서만 그렇겠는가? 사업에서도, 가족관계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하지 않겠는가? 

 

왜 후회를 할까?  냉정한 판단 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관계로 지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버려야 하는 악습인 줄 안다. 그러나 막상 선택을 할 때는 학연 지연 혈연으로 선택을 한다. 그게 머리 아프지 않고 편한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택을 하고서 쉽게 후회를 한다. 동지가 쉽게 적이 된다.  그랬다. 우리 영국 한인사회가 그랬다.  “우리가 남이가” 를 내세워 찍었다. 별의 별 끄나풀이 다 등장했다. 그리고는 몰려 다녔다. 소주로 다지는 팀웍을 위하여. 

 

선거에서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법정으로 가져갔다. 당선 취소를 주장했고, 법원은 “한인들 니들이 스스로 결정해라. 왜 이런 문제를 영국법정으로 가져오냐” 며 일장 훈시를 해댔다. 싸웠고, 돈을 날렸고, 무관심해졌다.     

 

그게 지난 과거의 재영 한인회다. 분열과 싸움. 그래 이게 우리 민족성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이세들도 그런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건 우리의 타고난 유전자 때문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온 습관 때문이다.

습관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모임이 필요했던가? 그런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표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며 그 모임을 이용하던가? 그렇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좀 더 살펴보고 제대로 된 대표를 뽑지 그러셨나?  내 이익을 챙겨 줄 대표를.

 

물론 우리의 이익을 챙겨 줄 대표를 뽑을 수 없는 제도를 갖춘 모임이라면? 교육기금이 그렇다는 소문이 있다. 누군가가 몇만 파운드를 유용했는데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 모임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재영한인사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서로 도움이 되는 모임 하나 정도는 갖추잔다. 그래야 은행과, 건물주와 딜을 할 때도 도움이 되고, 영국 지방정부, 중앙정부와 딜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단다. 이제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재영한인사업가들이 서 있단다.  그 모임을 누가 시작 할까? 손가락을 짜르지 않으려면 그 모임의 대표로 누가 뽑혔으면 좋을까?  우리 같이 고민해보자.  각개전투 하기에는 멀리 오지 않았는가? 

 

김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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