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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행 三人行-몇개는 고칩시다.

hherald 2022.04.26 03:22 조회 수 : 1057

 
법원에서 재판을 할 때, 한국인을 의뢰인으로 둔 변호사와 영국인을 의뢰인으로 둔 변호사는 그 겪는 일들이 다릅니다.  한국인들을 의뢰인으로 둔 변호사의 입장에서 오늘 몇가지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재판에서는 증인이 있어야 합니다. 서류로 제출된 증거들이 살아 움직이는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증인이 법정에 서서 말로서 그 증거에 대해서 증언을 해 주어야 합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자신이 보고 알게 된 것을 증언서로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하고, 그리고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최근에 증인이 되어 달라고 요청 받아 본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하셨습니까?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증언은 해 주고 싶지만, 가족의 안전과 여러분의 사업에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고 증인이  되는 것을 거절한 적은 없습니까? 아니면,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증언을 부탁하는 사람이 써 온 증언서를 확인도 않고 서명해 주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강요 받은 적은 없습니까?
 
아는 지인이 소송에서 겪은 고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분들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고 했더니 모두 거절 하더라고. 그래서 그 지인은 꼭 필요한 증인을 확보하지 못했고, 상대는 거짓증언자까지 데리고 나왔더군요. 그런 경우, 정당한 재판이 불가능합니다. 그 지인은 주변의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다며, 이후 영국으로 이민을 와서 삽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그 기억 때문에 사람을 사귀지 못하고 불신하며 산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아는 그 지인 역시 그러한 거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제 3의 어떤 분이 운영하는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민사 소송을 하는데, 그 상황을 그 지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제3의 어떤 분이 재판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인은 그 재판의 상대편이 자신이 거래를 하는 회사 였습니다. 거래관계에 문제가 생길까 봐 증인이 되는 것을 거절했지요. 결국 그 제3의 어떤 분은 재판에 필요한 증인들을 확보하지 못해서 패소했고, 그분이 운영하던 회사는 문을 닫았습니다. 
 
자신이 증인을 필요로 할 때, 다른 분들이 거절하는 것이 서럽고 고깝고 야속하다 하면서, 자신은 자신의 가족과 사업의 안위를 위하여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의 증언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이 우리랍니다. 우리는 증인이 되어 주는 것을 큰 위험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실에 눈을 감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해는 나의 피해가 아니므로 충분히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영국인들은, 비록 기독교가, 성공회가 국교라서 그랬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교인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교회 출석을 하지 않지만, 그들 스스로가 기독교 인이라 말하는, 그런 영국인들은 보고 들은 것을 증언합니다. 그렇게 증언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겪어 보셨겠지만, 길에서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몰려듭니다. 그리고 긴급구호를 하고, 그리고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주면서 증인이 되어 주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세가 비록 교회 출석은 않지만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칭하는 대다수의 영국인들 입니다.
 
우리도 영국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진실을 밝히는 일에 있어서 증인이 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입니다. 민주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합니다. 민주 사회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사회의 공정함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랍니다.
 
내가 피해를 염려하여 눈을 감으면 다른 이도 내 피해에 대해서 눈을 감습니다.   
 
우리가 떠나 온 한국을 잠시 생각해 보십시다. 내 아들 딸이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고, 그리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우리 아들 딸 또래의 젊은이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주 120시간을 일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 합니다. 그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가 내 아들이 아니고 내 딸이 아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아들과  딸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죽거나, 지하철 이중 문에 끼여 죽었다고 해도 그저 안타까워 하고는 잊어버립니다. 내 아들이, 내 딸이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슴에 묻어둘 이유도 없답니다. 우리는 그렇게 남의 어려움과 불행을 애써 외면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애써 외면하기 위해서 영국으로 이민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조차도 무감각하게 듣고 흘립니다. 그러나 기업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없도록, 사후 처벌하겠다는, 그래서 사전에 먼저 짚어보라는 법률조차 기업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패기 처분 하려고 하지만, 우린 영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중대재해’는 처벌한다는 법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현실을 애써 잊고 살지는 않습니까?
 
한번씩 되돌아 봅시다. 영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과, 영국에서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래서 고쳐보면 어떨까요? 우리도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를 다하면서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돌아갈 수도 있는 한국도 말입니다. 
 
 
 김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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