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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제한된 공간에서의 자유

hherald 2022.11.14 17:22 조회 수 : 875

 
 
내 영혼의 골방 구석구석에 화초들을 가꾸고 있습니다. 가꾼다는 것의 다른 표현은 깨어 있음의 몸부림입니다. 생명을 가꾸고 키운다는 것은 곧 내 인생을 가꾸고 돌보는 행복한 의식입니다. 식물 중에는 잘 자라는 것도 있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잎 하나 겨우 피워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마르기 시작하여 생을 끝내는 식물도 있습니다. 내 골방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어쩌면 '부중지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솥 안에 든 물고기란 뜻으로 곧 죽게 될 목숨의 위태로운 상태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식물은 살아 있으나 흙과 공기, 태양으로부터 오는 제한된 에너지의 환경으로 살아야 하기에, 살아 있으나 죽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이 들여져 익숙지는 것입니다. 내 공간에 타인의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공간을 의지하고 이용하게 됩니다. 서로를 위해 공생관계를 맺음으로 생명은 서로 보호를 받으며 삶의 탄력을 얻게 됩니다. 내 영혼의 골방에서 자라는 화초들 역시 내 인생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화초들에 최대한 자유를 주려 하지만 역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일 뿐입니다. 
 
1998년에 개봉된 코미디 영화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는 마치 내 인생의 골방에서 화초를 가꾸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30세의 ‘트루먼 버뱅크’입니다. 그는 아내와 홀어머니와 함께 작은 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보험회사의 직원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면서 빼놓지 않는 멘트는 밝은 인사와 보험에 들 것을 권유하는 것입니다. 만나는 사람들은 트루먼에게 다음에는 꼭 보험을 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갑게 헤어집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쇼에 불과한 것입니다. 트루먼이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그가 사는 섬 자체가 거대한 세트장이었으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배우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를 사랑하는 아내도 배우였으며, 어머니 역시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트루먼은 섬을 벗어날 계획으로 고속버스에 승차하게 됩니다. 고속버스도 세트장의 한 부속이었습니다. 운전기사는 어렵게 시동을 걸어 보지만 시동을 걸 수 없어서 고장 핑계로 승객들을 하차시키게 됩니다.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이 연극배우임을 깨닫게 됩니다. 거대한 세트장을 탈출할 계획으로 배를 몰고 대항해를 시작합니다. 그 바다 역시 세트장이었습니다. 감독은 태풍을 일으켜 주인공이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굴하지 않고 광풍을 이겨 냅니다. 결국, 무대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바다 끝에는 그 섬을 벗어날 수 있는 계단이 보입니다.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의 자유를 찾아 그 계단을 올라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자유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내 영혼의 골방에서 자라는 초목들은 그렇게 트루먼처럼 자유를 찾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주어진 환경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온실에서 화초용으로 재배되어서 내 인생의 골방으로 팔려왔기 때문입니다. 골방의 초목 중에는 영국에서 가져온 것도 있으며, 산책하면서 한뿌리 혹은 가지 하나 꺾어서 뿌리를 내린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출처는 어떠하든 지금은 내 인생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입니다. 
 
초목들은 새움을 틔우는 기쁨을 안겨 줍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새움을 틔우는 기쁨을 안겨 주어야 함을 그들을 통해 배웁니다. 생명은 환경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제한된 환경일지라도 그 환경을 다스리고 지배하고 정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결코 드넓은 초원을 꿈꾸는 망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그 현실에서 가장 조화로운 생을 꽃 피울 것인지가 그들의 목표입니다. 
 
내 인생도 그러합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살아야 합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허황한 꿈을 꾸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피워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의 꽃을 피워내고 싶어집니다. 환경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사랑입니다. 삶의 권태기를 이길 수 있고, 삶의 무기력을 탈피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환경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화초를 사랑하고 주어진 환경을 사랑하고, 일상에 사랑의 깊이가 더해지도록 오늘도 삶의 경주를 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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