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Begum 은 GP로서 뉴몰든에서 50년간 지역민들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필자와는 2004년 경 동네 GP로, 한의사 관계로 만났는데 한눈에 ‘열린’ 의사, ‘깬 (englightend) 의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70대 중반이었던 그녀는 왕성하게 영양학과 자연 의학 공부를 하고 있었으며 직접 degree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의학에 대한 철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인체 세포 건강과 친화력이 있는 의학에 대해 공감하였습니다. Dr Begum 의 따뜻한 인품에 반했고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나이나 문화 차이에 상관없이 15년 넘게 우정을 쌓았습니다.
Dr Begum은 필자에게 많은 환자들을 보내주었고 Dr Begum의 가족들도 진료를 받으러 왔기에 남녀 노소 대가족 수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가족 내 중요한 관혼 상제가 있을 때도 필자를 불러주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본인도 직접 필자에게 자주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간혹 뉴몰든 역 근처에 위치한 나의 의원에 들려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있는데 환자 장례식에 다녀와서 진심으로 애통해하던 Dr Begum 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GP가 진정한 가족 주치의로서 의사-환자 관계가 아니라 그 가족과 평생 연을 맺으며 환자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눈물을 흘리는 관계를 형성하다니 당시 대단히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Dr Begum은 수많은 한국 교민, 북한/중국 동포분들을에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GP나 NHS에 미처 등록되어 있지 않는 분들이 급하게 처방약이나 응급 처치가 필요할 때 많은 분들이 Dr Begum 을 통해서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였습니다.
영국 GP들은 생각보다 열려 있는 사람들이 많고 동네 몇몇 GP들은 침술, Acupuncture 를 직접 시술 받고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방과 양방이 대치하고 있는 관계인데, 학문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팩트로서 수많은 연구가 한의학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며 기존 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점들에 대해 보완적으로 침을 맞지 말라, 한약을 먹지 말라, 한약에 대해서 일반인보다 하나 더 잘 아는 것 없고 한약 논문 한장도 안읽어 본 의사들이 한약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은데 밥그릇 경쟁이 없는 영국에서는 의사들은 한의학은 자기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른다고 시인하며 역사적으로 쌓인 소중한 임상 결과를 경시하지 않습니다. 영국 병원에서는 한약 처방에 대해서 궁금하면 한약에 대해 엄청난 연구가 쌓여 있는 데이타베이스를 약물 전문가에게 직접 의뢰하지, 함부로 본인의 일천한 지식으로 지례 짐작하지 않습니다.
Dr Begum은 지난 2021년 겨울 갑자기 작고하셨습니다. 당시 한참 코로나 판데믹 와중으로 소셜 디스턴싱에 장례식에 사람이 모이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기라 상주를 만나 위로하지도 못하고 멀리서 꽃 한다발만 놔두고 오는 것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이 다였습니다.
Dr Begum이 작고하시고 1년 후 남아 있는 가족들이 유고를 받아들여 Dr Begum이 사용하던 office 를 제가 물려 받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가족들은 상징적인 의미로 Dr Begum의 안티크 책상을 저에게 전달하였습니다.
10월 말 가족들의 축복하에 단촐하게 침대만 두고 Dr Begum의 치료실에서 첫 환자를 치료하였습니다.
어머니가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좋아할까하며 가족들이 축복하였습니다.
앞으로 한달간의 refurbish 과정을 거쳐 12월 부터 화, 수, 목, 금요일에는 이곳 뉴몰든 역 2분 거리인 Howard Road 에 위치한 Dr Begam 의 office에서 환자 분들을 보게 됌을 알려드립니다. 공간이 넓어 앞으로 메인 진료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월요일과 토요일에는 지금처럼 26 Kingston Road 에 위치한 Aston Clinic 에서 뵙겠습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 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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